북러 경제협력관계 "현황과 전망" (모스크바프레스 12월호 기고문)
                            루드밀라 자하로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선임연구원


2000년대 초에 러시아는 남·북·러가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 내 대규모 사업들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사업에는 남북한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는 사업, 러시아 가스관을 북한을 통과하여 한국까지 연결하는 사업 그리고 러시아 전기를 남북한에 제공하는 사업 등이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논의만 무성할 뿐 이들 사업들은 아직도 아무런 실현을 보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북한의 핵개발프로그램과 2008년 이후 악화된 남북한 관계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 상태의 지속을 들 수 있다. 구소련 붕괴 이후 지난 기간 동안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 관계는 매우 비관적이었다. 2012년도 북·러 간 교역량은 8000만 달러에 불과했고 이것은 전체 북한 교역량의 약 1%에 해당한다. 양국 경제 관계의 확대를 위해서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했다. 러시아 정부는 양국의 경제적 협력 관계 정상화를 위해 러시아 기업이 북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치적인 해결책을 모색했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경제 관계 발전에 가지고 있는 큰 관심은 그 동안 북한에게 큰 부담이었던 러시아 부채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정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부채 문제는 양국의 경제적 협력 관계 개선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큰 걸림돌이었다. 2012년 북한과 러시아는 구소련 시대에 북한으로 제공되었던 부채의 조정에 대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리고 2014년 5월5일 러시아대통령은 약 110억 달러에 이르는 북한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문서에 서명하게 되었다. 이는 부채 중에 90%는 탕감하고 약 10%에 이르는 금액(약 10억9000만 달러)은 20년 동안 40회에 나누어서 갚게 하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갚아나가야 할 부채도 북·러 간의 인도적인 (교육, 의료 등)사업 혹은 에너지 관련 분야 등의 협력사업 자금으로 전용이 가능하도록 보장했다. 이후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아직 탕감받지 못한 부채는 남·북·러 협력사업인 철도나 가스관 건설사업에 자금으로 투입도 가능하다고 밝힌 적도 있다.

2014년 초부터 북·러 간에는 경제 영역에서 중앙정부 차원과 지역 차원에서 동시에 접촉이 확대되어 왔다. 현재 북·러 간의 경제협력 관계 발전은 극동개발부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극동개발부 장관은 북·러 간의 경제협력과 과학기술협력 분야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에 있었던 극동개발부 장관 갈루쉬카의 북한 방문 기간 동안에 양국은 무역과 경제 관계의 다양한 협력 방안과 이후 전망들에 대해서 논의했다. 그 결과로 2020년까지 양국의 교역량을 10억 달러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이러한 계획은 2013년도에 양국의 직접 무역액이 1억 달러 정도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향후 7년 동안에 무역액이 10배로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획기적인 계획이다.

2014년 6월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 협력위원회는 6차례에 걸쳐서 양국 간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건들과 계획들을 논의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존재하는 조건에서 일반 은행을 통한 북한과의 거래 실현에는 큰 어려움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북러는 양국의 수출입 거래 시에 은행 결제를 루블화로 진행하는 것과 양국 은행 간의 상호 협력에 대한 합의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6월 초에 북한 은행의 지사 계좌를 러시아 은행에 개설하는 협약서의 체결을 통해서 양국 간의 은행 거래와 결제 문제를 해결했다. 이에 따라 10월에는 양국 간에 처음으로 루블화 결제가 실현됐다.

북한 정부는 러시아 기업가들이 북한에서 사업을 수행할 때 편리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장기 체류비자의 발급을 시작했고,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의 사용을 허가했다. 현재 러시아의 몇몇 기업가들은 이미 장기 비자를 발급받아서 사업하고 있다.

2014년 10월에는 극동개발부장관 갈루쉬카와 러시아 기업인 방문단의 북한 방문이 있었다. 북·러는 이 방문의 성과 중에 하나로 경제협력에 관심을 가지는 양국의 기업가들로 구성되는 사업위원회의 창설을 합의한 것을 들고 있다. 러시아 기업가들은 방북 기간 중에 개성공업단지도 시찰했다. 이 지역은 현재 유일하게 실현되고 있는 남북 협력사업이고 남북한은 이 지역에 또 다른 국가들에서 투자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가 중에는 농업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은 최근에 개성공단 투자에 대한 관심을 밝힌 적이 있다. 

현재 이러한 일련의 양국의 움직임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장기적인 경제협력을 위한 장치들을 가동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러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북·러 협력사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극동개발부는 러시아 기업들의 북한과의 개별적인 사업 진행을 돕기 위해 특별부서를 신설했다. 그리고 첫번째 전체회의가 2014년 9월에 북한 담당자들의 참여 속에 이루어졌다.

북·러 사이에 중요한 첫번째 협력사업은 200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양국 간의 철도 연결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하산역에서 라진항까지의 54㎞에 이르는 철도 개·보수와 라진항 내의 대규모 화물터미널의 건설 등이 포함된다. 이 화물터미널은 이후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되게 된다. 이 사업을 위해서 러시아측(회사명 ‘러시아철도’)에서 3억 달러의 자금이 소요됐다. 2013년 9월에 철도 건설이 완료됐고, 2014년 6월에는 화물터미널 완공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거행됐다. 화물터미널은 우선은 매년 500만톤의 러시아 석탄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게 수출하기 위한 용도로 계획됐다. 그리고 현재 라진항을 통해서 러시아 석탄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남·북·러 삼각협력사업의 실현에도 아직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한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국면을 고려하면, 이들 협력사업들은 한국과 러시아 간의 협력사업 형태를 띌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현재 라진·하산 지역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북·러 합작회사(라선콘트란스)의 러시아 지분에 한국 회사가 참여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고 북한에서도 반대하고 있지 않다, 2014년에 한국 회사들인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이 두 차례에 거쳐서 라진을 방문하여 항구와 철도 등 인프라 상황을 시찰하고 이 개발 계획의 전망에 대해서 ‘러시아철도’ 회사와 함께 논의하기도 했다.

2014년 10월에 북한에서는 또 다른 대규모의 사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이 사업명은 ‘포베다(승리)’이다. 이 사업은 북한 철도 현대화와 지하자원의 채굴을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고 ‘모스토비크’라는 회사가 책임지고 있다. 이 회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렸던 APEC 행사관련 건설사업과 소치올림픽 관련시설 건설사업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회사이다.

하산-라진 지역 개발의 실현에는 '러시아철도' 회사의 부담과 자본 투자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에 반해서 ‘포베다’ 사업은 먼저 “사업자본을 마련하고 이 자본을 사업에 투자한다”는 원칙 속에서 이루어질 계획이다. 이것은 극동개발부 장관의 다음의 발언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 기업의 사업 비용은 북한에서 채굴되는 희토류, 금속류, 석탄 등을 통해서 마련되는 자금으로 충분히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러시아 회사(아직은 어느 회사가 될 것인지 확인되지 않음)가 지하자원을 채굴, 판매하고 이렇게 확보된 자금을 북한 정부에서 철도 현대화 사업에 다시 투자하는 사업구조이다. ‘모스토비크’는 북한측과 합작으로 회사를 설립하게 되는데 회사 내에서 기술, 설비 관련 등은 러시아 측에서, 노동력은 북한측에서 제공하는 사업 형태이다.

‘모스토비크’ 담당자들의 말에 따르면 3500㎞에 이르는 철도를 현대화하는 계획에는 약 250억 달러의 막대한 비용과 20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포베다’ 사업의 실현은 북·러 간의 상호이익이 되는 경제협력의 실제적인 모델을 보여주게 될 전망이다. 또한 북한의 광물자원과의 상호교환을 조건으로 하는 북한지역 인프라 건설사업에의 러시아 기업 참여는 양국 관계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러시아는 한국도 함께 참여하는 남북러 경제협력사업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선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서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와 동시에 한국과도 계속해서 경제협력 사업논의를 해나간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전략에서 러시아는 한반도 내의 인프라 건설 사업의 성공적 실현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는 한반도 내에 남한과 북한 간 대화에 유리한 정세가 펼져지기를 지금 희망하고 있다. 이와 같은 큰 틀 속에서 러시아는 북·러 간 그리고 한·러 간의 양자 대화들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이러한 노력은 이후에 남·북·러 삼자 간의 경제협력사업 토대로 결과를 맺을 것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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