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이다. 장미를 사랑했던 릴케는 장미를 소재로 많은 시를 남겼고, 연인에게 줄 장미를 꺾다 가시에 찔려 세상을 떠났다. 릴케의 묘비명에는 “장미, 오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서 누구의 잠도 아닌, 장미여!” 라는 그의 시가 새겨져 있을 정도로 그는 생전에도 생후에도 장미와 함께하고 있다. 


릴케가 장미를 사랑한 것처럼 장미는 꽃의 여왕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랑받는 꽃으로, 세계 곳곳에 아름다운 장미정원과 장미 마을이 있다. 


프랑스에는 장미마을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명한 곳으로는, 장미가 중세의 모습 그대로 간직한 아담한 마을의 집집 담벼락마다 타고 올라가 창가에서 살랑살랑 향기를 보내며 사랑의 손짓을 하고 있는 일명 ‘장미마을’로 불리는 제브루아(Gerberoy)이다. 


제브루아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대 소도시(Les Plus Beaux Villages de France)에 선정될 정도로 장미처럼 아름답고 고혹한 향을 지닌 마을로, 파리에서 가까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불행한 상처를 치유해주는 장미




제브루아는 피카르디 지방에 속하며, 파리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에 있고 아미앵, 루앙, 보베의 삼각지대에 안에 자리해 폐쇄적이고 고립된 마을이다. 그러나 이 고립된 지형적 특색에도 불구하고 피와 불행의 역사를 겪어온 수난의 마을이기도 하다. 노르망디 공국과 프랑스령의 국경에 위치에 백년전쟁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고난의 역사’의 흔적은 마을을 굽어보는 요새의 폐허에 흐르는 바람으로만 남아 있고 마을 주민은 여전히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장미도 화려함으로 돋보이기 위해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담장 아래 벽을 타고 사람들과 정을 나누기 위해 피었다 지듯,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자로서 피고 진다.


마을에 들어서면 18세기에 지어진 시청과 우물이 반갑게 중세의 골목으로 들어가란 듯 마을의 수문장처럼 자리하고 있고,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100년 전쟁 후, 17세기부터 18세기에 지어진 집들이 벽돌과 나무로 무늬를 내어 단아하게 단장을 하고 있다. 골목, 골목은 노란색, 하얀색, 붉은 색 등 다양한 장미들이 담벼락을 타고 피어 돌바닥을 따라 걷는 이들을 반갑게 맞아 준다. 


마을을 둘러쌓고 있는 들판에는 옥수수들이 영글어 가고, 밀을 베어난 자리에는 이모작을 위한 새싹들이 가을 햇살을 따라 반짝반짝 빛을 내며 춤을 추고 있는 지극히 평화롭고 아늑한 마을이다. 제브루아는 그렇게 백년 후에도 지금 그대로 모습으로, 세상과는 장미담장으로 담을 쌓고 살아 갈 것 같은 곳이다. 


마을의 가장 큰 축제로는 매해 6월 셋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장미 축제(La fête des roses) 이다. 축제에는 다양한 행사와 더불어 장터가 열린다. 마을의 장인들이 만든 특산품과 함께 장미를 이용해서 만든 비누, 향수, 장미차 등이 판매되며, 6월의 장미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 성대한 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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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루아를 사랑한 화가, 앙리 르 시다네




조각가 로댕의 추천으로 보베에 잠시 머물렀던 앙리 르 시다네 (Henri Eugene Augustin Le Sidaner1862-1939)는 보베에서 10Km 정도 떨어져 있는 제브루아를 방문하고는 반해 이곳에 정착을 했다. 마을을 감싸고 휘도는 안개 속에서 피어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보베와는 다른 조용함이 그를 이곳에 머물게 한 것이다. 


앙리 르 시다네는 1862년 모리스 섬에서 선장의 아들로 태어나 베르사유에서 세상을 떠났다. 1894년 처음 살롱전에 출품 하며 화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등에도 출품했다. 


르 시다네는 인상파와 신인상파의 영향을 받아 색채를 분할한 듯한 가벼운 붓터치로 안개에 싸인 듯한 정적인 분위기 속에, 아련하게 퍼지는 빛을 통해 서정적이면서 따뜻함이 조화를 이루어 보는 이로 하여금 우울하던 기분을 떨쳐버리게 하는 묘한 치유의 힘이 있는 그림을 그려 미술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화가이다. 


르 시다네는 1901년 4월 제브루아 마을에 집을 세내어 살다 1904년 집을 사고, 집 안에 있는 곡물창고를 개조해 아틀리에로 사용하며 그림을 그렸다. 폐허로 남은 요새 안에 흰색, 분홍색, 빨간색, 노란색이 조화를 이루는 꽃들을 심고 정원의 의자와 같은 소품은 하늘색으로 칠해 그만의 정원을 만들어, 정자에 앉아 그림을 그리거나 손님을 맞이해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이 정원에서 화가로써의 기쁨과 행복을 찾았고, 그의 작품 속에는 이곳의 시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 서정성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Les jardins privés Henri Le Sidaner 


http://www.lesjardinshenrilesidaner.com


주소 : 7, rue Henri le sidaner 60380 Gerberoy 


시간 : 10h - 12h30, 14h -18h  (화요일 휴관)


입장료 : 5유로


Tél : 03.44.82.30.94 (Mme Dominique le Sidaner)


이메일 : dominique.lesidaner@yahoo.fr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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