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소나무.jpg

 

 

소리의 울림이 우리에게 전해지듯이, 문민순, 금영숙, 윤혜성의 작품은 보이지 않는 비물질의 흔적을 통해 우리를 지각의 문턱(au seuil de la perception)으로 안내한다. 캔버스 위에 물감의 움직임과 붓의 터치, 또는 세라믹 위에 연기의 흔적은 역설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를 드러낸다. 그 존재감은 쟉크 라캉(Jacques Lacan)의 말처럼 ‘부재의 가능성’이다. 그들의 은유는 시간의 흐름과 공기, 보이지 않는 것 등 잡히지 않는 모든 것에 바탕을 둔다.

세 작가의 작품은 빛과 그림자와 상관 관계를 가지며, 나타남과 사라짐, 존재와 부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물질과 비물질,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에 있다. 이 세 작가는 흔적, 그림자, 영감, 묵상, 비물질이란 주제를 중심으로, 각각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연구를 수반한 그림과 조각 작품을 <영혼의 울림 (Résonance de l’âme)-지각의 문턱(Au seuil de la perception)> 제목으로 생-망데 (Saint Mandé) 시청의 파티오(Patio) 전시장에서 발표한다.

문민순의 <묵상>은 세라믹 조각품으로 잡히지 않는 연기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가마 안에서 나무와 흙과 불의 만남은 영혼의 울림처럼 재와 연기가 되어 다양한 사각 세라믹 조각에 흔적을 남긴다. 남겨진 재가 사라짐의 흔적을 보여준다면, 연기는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들을 나타낸다. 가마 속,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인 가상 이미지의 자국과 잡을 수 없는 연기의 그림자들이 흙으로 된 조각에 그려진다.

그리고 그 자국들은 새로운 공기와의 접촉에 의해 그 모습들을 드러낸다. 작가는 조건만 조성하고, 모든 흔적들은 작가의 통제를 벗어난 그 너머에서 스스로 창조된다. 물질과 비물질의 만남으로 나타남과 사라짐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작품은 제작된다. 작가는 자국, 시간의 흐름, 움직임의 연속성, 등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각형의 조각들을 물 위에서 설치하여, 그의 조각품들이 물 표면에 또 다른 가상 이미지를 만들게 한다.

 

금영숙의 <호흡-영감>은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이나 종이를 붙여 화면에 기복을 만들고, 먹 선을 스며들게 하여 신비한 공기나 절대자의 손길과의 접촉을 표현한다. 입김을 불어 창문 위에 또는 보이지 않는 공기 안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듯, 눈을 감으면 우리 내면의 깊은 생각은 드러난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공기 ‘사이’의 창문에 서린 안개처럼, 보이는 공간과 보이지 않는 공간 ‘사이’에 삶의 반영과 창조자를 향한 희망 또는 기도가 그려진다. 그 ‘사이’에 지각의 문턱이 있다. 천사의 숨결에 영감을 얻은 듯, 그림 안에 시와 이미지의 흔적들은 참을 수 없는 내면 그 어딘가에서 생겨나고, 빠르게 비어 있는 흰 공간으로 스며들거나 사라진다. 눈을 감은 얼굴들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 비어 있는 공간에서, 존재과 부재를 암시한다. 그림의 획들은 울림의 존재들을 상기시키며, 회화 공간은 보이지 않는 공기의 깊이에 담긴 영혼의 울림을 전해준다.

윤혜성의 <그림자-흔적>은 빛에 의해 이동하는 그림자를 통해 빈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림자들은 빛에 의해 생성되는 빛의 흔적이며, 잠시동안 움직이는 비물질이다. 그림자들은 바닥 표면이나 벽 위에, 빛과 사물 사이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 떠 있다. <그림자-흔적>에서 겹쳐진 그림자의 형태는 붓으로 그린 것이 아니다. 작가는 물감을 지우고 제거하면서, 흰색의 바탕이 될 때 까지, 오목 판화를 찍듯, 나뭇잎이나 창문 그림자의 이미지를 « 조각 »한다. 그 행위는 하얗게 비어있는 여백(모든 것이 울리는)에서 « 무한한 움직임 »을 찾는 과정이다. 작가는 여러 층의 그림자 형상들이 나타날 때까지 이 과정을 지속한다. 그의 그림 공간 안에 실제 물건은 없고, 단지 보이지 않는 음의 공간(espace négatif) 속에 숨겨진 알 수 없는 형상들이 빛과 다양한 그림자를 통해 드러난다. 그림자는 보이지도 않고 알 수도 없는 시공간의 흔적이며, 그 흔적은 여러층의 물감에 새겨진 붓 자국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나뭇잎과 창문, 여러층의 빛 ‘사이’에 있는 그림자는 ‘지각의 문턱’을 가르킨다.

 

전시 큐레이터, 김현숙 (예술가, 파리 8 대학 조형미술과 강사)

e-mail : parisonamou@gmail.com 

생-망데 시청(Saint-Mandé) 파씨오(Patio) 

기간 : 2017년 10월 10일-10월 26일.

facebook : www.fb.com/artistes.sonamou

web : www.sonamou.com

 

문민순, 금영숙, 윤혜성, 한국 예술가 협회 소나무(Sonamou)의 세 작가는 영혼의 울림(Résonance de l’âme)이란 주제에서 영감을 얻어, ‘한국 전쟁 참전 군인 (UNI)의 추모 행사’에 맞추어 생-망데 시청(Saint-Mandé)의 파씨오(Patio)에서 작품을 발표한다. 한국에서 미술 학교를 졸업한 이 세명의 작가는 프랑스에서 미술 공부를 지속하여, 미술학교와 대학교 조형미술과에서 학위를 받았다. 그들은 프랑스에서 20여년간 작가로서 활동을 했으며 현재 파리에서 작업하고 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편집부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870 프랑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를 향한 여정을 지지하며… 프랑스존 18.09.27.
869 영국 차 번호판 만 £460,000 (6억5천만 원) 코리안위클리 18.09.25.
868 영국 컴퓨터공학 연봉 최고 코리안위클리 18.09.25.
867 프랑스 한류 붐을 이끌고 있는, 코리안페스티벌 프랑스존 18.09.20.
866 프랑스 프랑스 지방 도시의 한국 축제들… 프랑스존 18.09.20.
865 프랑스 15구청 광장의 코리안 페스티벌, 축제는 시작됐다 프랑스존 18.09.20.
864 프랑스 프랑스, EU국가 중 가장 많은 의료비 지출 (1인당 3,000유로) 프랑스존 18.09.20.
863 프랑스 프랑스인 20%, 1일 3식 할 경제적 여유 없어 프랑스존 18.09.20.
862 프랑스 시테 한국관은 재불한인들의 오랜 염원과 그 결실임을 잊지 말아야... 프랑스존 18.09.20.
861 프랑스 시테 한국관을 파리의 한국 랜드마크로… 프랑스존 18.09.20.
860 프랑스 프랑스에서 진화하고 있는 한류 프랑스존 18.09.20.
859 프랑스 상상 그 이상의 한류, 파리에서도 불타 오르네… 프랑스존 18.09.20.
858 이탈리아 김현안무가 아브라모비치와 협업 논의 file 뉴스로_USA 18.09.17.
857 영국 ‘도둑 극성’ 칠레 범죄조직 가세 코리안위클리 18.09.12.
856 이탈리아 공연연출가 김현 보그지 모델 화제 file 뉴스로_USA 18.09.11.
855 프랑스 반크청년들 佛박물관, 日교육사이트 직지 오류 시정 file 뉴스로_USA 18.09.06.
854 영국 영국에는 왜 찬물 뜨거운 물 수도꼭지 따로?  코리안위클리 18.09.05.
853 영국 왜 영국 화장실 스위치는 끈일까? 코리안위클리 18.09.05.
852 프랑스 프랑스의 한인들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프랑스존 18.08.30.
851 영국 해외동포들 4년째 세월호 집회 file 뉴스로_USA 18.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