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명 교수가 들려주는 프랑스적인 삶



44년 전인 1971년 정부 장학생으로 프랑스에 도착한 이진명 교수는 29년간 프랑스에서 교직에 종사하며 한국어와 문화, 역사, 사회 등 한국을 프랑스에 널리 알린 한국학 연구의 대가이자 산증인이다. 프랑스에서 HDR 박사논문 지도 및 정교수 직위를 취득한 베테랑 교수로 2012년 퇴임 시에는 명예교수(Professeur émérite)로 인정받았으며, 퇴임 후에도 저술활동을 통해 꾸준히 한국어 보급을 위해 열정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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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교수님께서 지난 6월 11일 리옹3대학교에서 프랑스 공화국 교육공로훈장 (Ordre des Palmes académiques)  제3등급인 기사장(騎士章 슈발리에 chevalier)을 받으셨는데, 이 훈장과 메달은 어떤 의미인가요? 



국가에서 주는 각종 훈장(Décorations)과 메달(Médailles)은 어느 분야에서 탁월한 공적을 쌓은 인물에게 주는 명예입니다. 권력자, 즉 상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대통령, 총리, 장관이 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수훈자를 결정합니다. 훈장은 수훈자의 공을 인정해 주기 위해 줍니다. 명예의 상징물인 셈이지요. 사람들은 명예를 무엇보다도 높은 가치로 생각해요. 권력이나 돈 보다도 위라고 여기기도 해요. 때문에 명예가 추락되면 이의 회복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권력자들은 훈장으로 수훈자의 공을 인정해 주면서, 수훈자들의 충성, 의리를 얻어 낼 수 있지요. 나폴레옹이 현대적인 훈장 제도인 레지옹 도뇌르(Légion d’honneur, 1802년)를 제정하여, 주로 전투에 참여하는 지휘자와 군인들에게 수여하고, 국가 고위 교육 공무원과 학자들에게는 팔름 아카데믹(Palmes académiques, 1808년)을 수여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취지였을 겁니다. 



- 국가에서 주는 훈장에 명예 말고 또 어떤 혜택이 있나요?



훈장에는 물질적인 혜택은 전혀 없어요. 그래서 선심성인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수훈자가 죽으면 국립묘지에 들어갈 수 있는 혜택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프랑스에는 개선문에 있는 무명용사 묘, 노르망디에 있는 제2차대전 외국인 전몰장병들 묘지 외에는 국립묘지도 없고요. 아무런 물질적인 보상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권력자들이 훈장과 각종 상(médaille)을 남발하기도 하겠지요. 해가 갈수록 수훈자들의 수도 늘어나고요. 훈장에 따라 수훈자들의 숫자의 상한선을 법으로 정해 놓기는 해요. 그 숫자 내에서 정부에서 해당 기관에 배당을 하는데, 어느 기관에는 많이 배당하고, 어느 기관에는 적게 배당한다고 하는 볼멘 소리도 나오지요. 

이런 저런 상을 받는 사람들 중에는 «초콜릿 메달»만도 못한 그런 것 주지 말고, 정책이나 잘 펼치라고 하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고, 상훈을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사태도 간혹 있습니다.



- 프랑스의 훈장 제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프랑스 국가에서 주는 훈장 제도는 피라미드 형의 체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국가가 수여하는 훈장과 메달(médaille)은 8종류가 있는데, 훈장에도 서열이 있어서, 국가가 주는 훈장 (Les ordres nationaux)으로 «레지옹 도뇌르(Légion d’honneur)»가 가장 위이고, 그 다음이 제2차 대전 말기 저항 운동을 한 인사들에게 주는 «해방 훈장 (Ordre de la Libération)», 그리고 «국가공로 훈장(Ordre national du Mérite)»입니다. 그 다음 국가 훈장으로는 제1차 대전 이후 여러 전쟁에서 공을 세운 군인들에게 주는 각종 «군사 메달(훈장)(Médailles militaires)»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 훈장이 4종류로 이중 레지옹 도뇌르 외의 훈장은 세월이 흐르면서 수훈 대상자가 적어지므로 사라져 가고 있어요.



‘레지옹(légion)’이란 용어는 고대 로마 시대의 군대(보병과 포병)를 말해요. ‘레지옹 도뇌르’를 군인과 민간인에게 수여하지만, 원래는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한 ‘명예 군대’라는 의미였겠지요.

두 번 째 그룹은 정부 부서에서 주는 훈장(Les ordres ministériels)인데, 4종류가 있어요. 그 첫 번 째가 학술 분야 교육-문화 공로 훈장인 «팔름  아카데믹(Ordre des Palmes académiques, 승리를 상징하는 종려나무잎 모양의 메달)», 그 다음이 농업 분야의 «농업 공로 훈장(Ordre du Mérite agricole)», 예술-문학 분야 «문예 공로 훈장(Ordre des Arts et Lettres)», 해운-해양 분야의 «해운 공로 훈장(Ordre du Mérite Maritime)»입니다. 



세번째 그룹으로는 정부의 각 부서에서 수여하는 포상(récompenses, médailles d’honneur)과 기념 메달(Médailles commémoratives)들이 있습니다. 

훈장 가운데서 수훈자가 가장 많고,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레지옹 도뇌르와 팔름 아카데믹입니다.  

  

-팔름 아카데믹은 어떤 훈장인가요 ?



1802년 5월 19일에 나폴레옹에 의해 «레지옹 도뇌르 (Légion d’honneur)» 훈장이 제정되었고, 그 다음으로 1808년 3월 17일, 역시 나폴레옹에 의해 «팔름 아카데믹 (Palmes académiques) 훈장»이 제정되었어요. 군인이 아닌 민간인에게 수여 하는 훈장으로는 가장 역사가 길어요. 원래는 학술 분야인 파리 교육청에 속한 저명 인사들에게 명예를 수여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그 후, 제4공화국 대통령 르네 코티(René Coty), 내각 수반 에드가르 포르(Edgar Faure) 시절인 1955년 10월 4일에 법을 개정하면서 오늘날의 형태로 바뀌었어요.

팔름 아카데믹은 1808년부터 1850년 사이는 교수와 교사들에게만 수여 되었고, 두 등급이 있었어요. 1866년에 수훈자 범위가 확대 되어 전 국립 교육 분야(초,중,고, 대학의 모든 교직자 및 행정 요원) 뿐만 아니라 전 문화 분야 및 외국인에게로 확대 되었어요. 프랑스 인으로 외국에 거주하면서 전 세계에 프랑스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인사도 해당이 됩니다.



프랑스의 모든 훈장에는 세 등급이 있어요. 제3등급이 «기사(騎士 Chevalier)»인데 수훈자가 제일 많아요. 제2등급이 «오피시에(Officier)», 제1등급이 «코망되르 (Commandeur)»

1955년 «팔름 아카데믹» 제도를 개편하면서, 그때까지 2등급만 있던 것을 3등급으로 나누었어요. «슈발리에(기사)»에서 5년 경과 후, 그 동안 공적을 또 인정받으면 «오피시에»가 되고, 오피시에에서 3년 경과 후, 그 동안 다시 공적이 있으면 «코망되르»가 됩니다. 기한이 지나면 자동으로 승급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학술 분야인 팔름 아카데믹 수훈자의 임명과 승급은 교육부 장관이 결정하며 총리령으로 임명해요. 수훈자는 매년 1월 1일과 7월 14일 2회 발표되죠. 

훈장 중 가장 순위가 높은 레지옹 도뇌르 수훈자는 대통령령으로 임명하며 수훈자 명단은 «관보(Journal Officiel)»에 게재하고, 다른 훈장 및 포상을 받는 분들의 명단은 «관보»에서 비정기적으로 1년에 5회 발간하는 «훈장, 메달, 포상 공보 (BODMR - Bulletin Officiel des Décorations, Médailles et Récompenses)»에 게재합니다. 모든 법률과 법령은 «관보»에 게재된 후에야 효력을 발생합니다. 그런데 고위 공무원 임명과 수훈자 임명 등은, 해당 장관이 본인들에게 서신으로 먼저 통보하고, 관보에 게재는 몇 달 후에 돼요. 이 공보는 아직도 디지털 화가 되지 않아 인터넷으로는 볼 수 없고, 종이판으로만 볼 수 있어요. 파리 7구, 캐 볼태르 (quai Voltaire) 29번지에 있는 «시민 서점(La librairie du citoyen – La Documentation française)»에서 팝니다. 이 서점에서 가면, 총리실 산하 관보(Journaux Officiels)국이 발간하는 모든 출판물을 구입할 수 있어요.  

훈장에는 메달과 증서가 따라 갑니다. 메달이 승리를 상징하는 종려나무(palme) 잎 모양이므로 «팔름»이라는 명칭을 붙였어요. 슈발리에는 중세기의 봉건 영주(seigneur)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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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름 아카데믹 훈장 메달 (좌측부터 슈발리에, 오피시에, 코망되르)





-한국 분들도 프랑스 훈장을 많이 받았나요?



한참 찾아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한국의 저명인사 여러 분이 프랑스의 각종 훈장을 받았습니다. 

레지옹 도뇌르를 받은 분으로 당장 기억이 나는 분은 프랑스와 관계가 긴밀한 한진그룹(Korean Air, 한진해운, 한불 친선협회) 조중훈(1920-2002) 회장, 조양호 회장, 대우그룹(롱그위에 공장 설립–나중에 정리되었지만) 김우중 회장 등, 여러 분이 있을 것이고, 팔름 아카데믹(교육-문화 공로 훈장)은 전 파리7대학 교수 이옥 (1928-2001), 이번에 나, 문예(문학-예술) 공로훈장(Arts et Lettres)은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백건우, 배우 윤정희와 전도연, 재즈가수 나윤선, 예술기획가 이미아 등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찾아보면 더 있을 것으로 봅니다. 

   

-훈장은 어떻게 만드나요?



각 훈장의 문양(모양), 규격, 재료는 법으로 규정이 되어 있어요. 인가를 받은 회사에서 제조하기도 하고, 화폐 동전과 각종 메달을 주조하는 파리주화(鑄貨)공사(Monnaie de Paris)에서도 제작하는데, 팔름 아카데믹 기사장 메달은 은으로 파리주화공사가 제작한 것이 70유로에요. 재미난 것은 훈장의 메달을 수집하는 수집가들도 있습니다. 



 (이진명 교수 / jmli@club-internet.fr)

【한위클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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