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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쥔 손을 쭉 뻗어 자가 촬영하는 셀카족들을 요즘 어디가든 쉽게 발견한다. 더 나아가 SNS를 통해 셀카를 몇 초 만에 타인과 광범위하게 공유하는데, 21세기의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사회학자들은 규정짓는다. 

셀카 중독증 '셀피티(selfitis)'에 대한 경각심도 자연스레 부각되는 추세다. 전문용어 '셀피티'가 2014년에 처음 등장했지만 심각하게 다뤄 오지는 않았다. 지난 12월말 영국 노팅엄트랜트 대학과 인도 티아가라자 스쿨이 공동 추진한 새로운 연구결과에 의해 '셀피티'는 정신질환으로 공식 인정되었고, 여기에 프랑스학계와 언론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 스마트폰 시대의 사회현상

 

여행지나 길거리에서 우연히 목격한 이색적인 이벤트를 배경으로 자기 자신을 슬쩍 끼워 넣고 촬영하는 일, 단체모임에서 흥겨운 분위기를 남기고자 일원들끼리 자가 촬영하는 일, 구입한 새 옷을 보여주기 위해 셀카를 찍어 인터넷에 올린 후 ‘좋아요’라는 클릭에서 자기만족을 얻는 일은 이제 현대인의 생활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부터 생겨난 하나의 사회현상이다. 더 정확히는 아이폰 4가 출시된 이후부터다. 

셀카 혹은 영어로 ‘셀피(selfie)’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던 것은 2002년. 2010년부터 스마트폰에 의한 셀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어서 2013년에는 ‘셀피(selfie)’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신조어로 채택되기까지 했다. 남성 관사가 붙은 ‘Le selfie’ 단어가 라루스 불어사전에 등재된 것은 2016년이다. 

 

셀피의 원조를 찾는다면, 프랑스 사진작가 이폴리트 베야르(Hyppolyte Bayard, 1801~1887년)의 ‘익사자의 자화상(Autoportrait en noyé, 184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가 익사자로 변장하여 찍은 셀프 촬영으로, 최초의 연출사진으로도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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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판 셀카의 본격적인 기원을 미국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1928~1987년)의 폴라로이드 자화상(1960년)에서 찾는 학설도 있다. 오늘날에도 앤디 워홀처럼 폴라로이드로 자가 촬영을 즐기거나 간혹 컴퓨터 카메라 웹캠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셀카라 함은 이젠 스마트폰이 압도적이다. 

여론조사기관 Ipsos에 의하면, 14~18세 연령층 90%가 스마트폰을 카메라로 대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62%는 셀카 마니아이다.

 

▶ 에고이즘의 표출

 

우주비행사 마이크 홉킨스가 2013년 12월 24일 우주를 유영하는 도중 찍은 셀카를 인스타그램에 올려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다. 절묘하게 포착된 순간을 지구촌 네티즌들과 광범위하게 공유했던 대표적인 사례이다. 

 

셀카는 21세기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수단으로 인기를 모은다. 동시에 진정한 사회교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지적되는 것이 현실이다. 셀카가 사회관계에서 질투, 경쟁심리 등 트러블의 잠재요인이 되는데, ‘내가 하고 싶기 때문에 나는 한다’ 라는 단순 충동에서 비롯된 자기중심적 성향의 표출이기 때문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설명한다. 관심사는 오직 자기 자신뿐이며, 자신이 중심이 되어 타인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싶은, 이기적이고 자기 본위적인 욕망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타인보다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얻기 위해 대담하게 사회규칙의 노란선을 넘기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타인의 프라이버시나 인격 존엄성도 아랑곳하지 않기도 한다. 가령 할머니의 관을 배경으로 손가락을 브이자로 추겨든 청년, 길바닥에 누워 잠자는 비참한 행색의 노숙자를 배경으로 찍은 청소년들의 셀카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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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모습을 중요시 여기는 나르시시즘의 표출

 

셀카마니아는 성별, 연령, 직업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지니는 것은 물론이다. 대중스타들도 인기관리 수단으로 즐겨 이용한다. 셀카를 즐기는 평균연령은 23.7세,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편이라고 한다. 즉 자신의 외향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다.

유난히 겉모습을 중요시 여기는 이들 셀카족은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대로 자신을 연출해내는데 능숙하다. 셀카를 SNS에 올리기 전 포토샵을 거쳐 얼굴 여드름을 지우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바로 자아도취에 빠져든 디지털시대의 나르시시즘이다.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던 그리스 신화의 나르시스와는 차이가 있는데, 혼자서 즐기는 자아도취가 아니기 때문이다. 셀카족은 SNS을 통해 가능하면 많은 이들과 함께 자신의 디지털 자화상을 공유하고자 하는 강한 성향을 지닌다. 

 

▶ 디지털 자화상과 그림 자화상

 

라루스 불어사전은 셀카(Le selfie)를 ‘스마트폰으로 자가 촬영한 자화상(Autoportrait)’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에서 르네상스시대 이후 미술사에 기록된 대가들의 자화상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17세기 렘브란트를 비롯한 대가들 대부분이, 셀카족 못지않게, 자신들의 얼굴에 집착했던 편이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화폭에 담아내는데 치열함마저 지녔는데, 단지 스마트폰과 물감이라는 도구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42점의 자화상을 제작했던 반 고흐가 오늘날 태어났다면 셀카마니아가 되었을까? 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한 답을 추리해보기 위해, 반 고흐의 ‘자화상’(1888년)과 고갱의 ‘자화상’(1890년)을 감상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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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남불 아를르에서 고갱과 갈등 끝에 귀를 자르기 직전의 자화상이다. 짧게 깎은 머리에 유난히도 바짝 마른 얼굴을 담고 있다. 같은 무렵 고갱은 굵고 거친 선으로 시커먼 얼굴을 그려냈다. 감동을 안겨주는 멋진 자화상들이 아닌, 지극히 어둡고 암담한 얼굴 모습들이다. 

 

디지털시대의 셀카족과는 달리, 두 화가가 집착했던 것은 결코 ‘나’의 외형모습은 아니었다. 바로 자신들의 영혼의 모습이었다. 그들 스스로가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들여다보고자 했으며, 그들의 고뇌와 불안, 삶의 고통과 고독감, 외로운 영혼을 시각화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자신감 결여, 소외감에 대한 불안증세

 

셀카중독증 ‘셀피티’는 나르시시즘보다 더 심각한 정신질환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 최근 발표된 연구 보고다. 자신감 결여,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족과 사회생활 부적응에 뒤따르는 심적 고통을 만회하기 위해 자연스레 타인의 관심과 찬사가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셀카가 그 한 수단으로 이용되는데, SNS의 ‘좋아요’ 추천에서 일종의 자기 만족감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타인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기분전환을 위해, 추억을 만들기 위해, 혹은 그룹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셀카에 의존할수록 ‘셀피티’ 증세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또한 ‘셀피티’ 증세를 지닌 셀카족은 다른 기타 분야의 중독성 질환에도 쉽사리 빠져들 확률이 높다는 연구 보고이다.

 

셀카 혹은 셀피의 원조는 셀프(self)이다. 일전에는 전문가나 사진작가, 혹은 타인에게만 의존했던 작업이기도 했다. 따라서 ‘내가 나를 촬영 한다’는 행위, 그 자체에서 자립심과 긍지심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셀카마니아는 자신이 사진작가 혹은 무대감독처럼 아티스트적인 작업을 해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혹은 SNS에 셀카를 전파하는 순간 자신이 유명스타처럼 느껴진다고도 말했다. 

 

한편 ‘셀피티’ 중독 증후군은 3기로 나눈다. 1기 초기증상은 하루에 3번 이상 셀카를 찍지만 SNS에는 올려놓지 않는 단계. 2기는 하루에 3번 이상 셀카를 찍으며 SNS에 사진을 올려놓는다. 심각한 3기는 시도 때도 없이 셀카에 빠져들며, 사진을 매일 6번 이상 SNS에 올려놓는 경우이다. 즉 하루에 3번 이상 스마트폰을 쥔 손을 쭉 뻗어 자가 촬영을 즐긴다면 ‘셀피티’ 중후군의 초기증세에 해당한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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