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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월요일 오후 5시에 INACO(L'Institut national des langues et civilisations orientales)에서 영화 ‘귀향’의 상영 및 조정래 영화 감독과의 대화가 있었다. 영화 ‘귀향’은 빈자리가 없이 계단에 앉거나 돌아갈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관객은 대부분 INACO학생들로, 아쉽게도 교민은 많지 않았지만, 열기가 뜨거운 만큼 영화 상영 후 조정래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는 많은 질문이 오갔다.

조정래 감독은 ‘귀향’의 각본, 연출, 제작을 맡았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2002년 음악 봉사를 위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을 찾으면서였다.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할머니가 미술심리치료로 그린 ‘불태워지는 처녀들’그림과 할머니들의 참혹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기로 결정을 했다.

조정래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는 제작비 마련이란 난관에 봉착하게 되어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기적같이 75,270명의 후원자들이 펀딩에 참여해 주고, 일반시민 투자자들의 투자가 이어져 50:50 펀딩과 투자, 배우와 스텝들의 재능기부에 가까운 참여까지 이어져 14년 만에 영화가 완성되었다. 독립영화로 개봉과 상영관 학보의 어려움도 시민들의 홍보와 배급사와 극장들의 극적인 도움으로 이루어지며 한국에서 360만명의 관객이 ‘귀향’을 관람을 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도 상영되었고, 영국에서도 상영할 예정이다.

 

 

● 왜 다큐가 아닌 극영화를 선택했는가?

 

한국에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다큐가 많이 있지만 극영화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다. 2002년 판소리 고수로, 판소리와 민요를 하는 친구들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 봉사 활동을 갔다.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할머니들의 증언집을 보면서 충격에 빠졌다.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참혹했기 때문이다. 영화로 만들어 세상에 알리고 싶었고, 다큐가 아닌 극영화로 접근하여 관객과 가까이 만나기를 바랐고, 지금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문화적 증거로 삼고 싶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겪은 참혹함을 그대로 담을 수가 없었다. 위안부 소녀들은 대부분 16세였지만, 그 당시로는 영양불량으로 신체적 나이가 12세도 안되어 초경도 하지 않는 나이였다. 11살에 끌려간 소녀들도 있었다. 이 나이 때의 지금의 소녀들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일본군의 잔인성을 많이 덜어냈다. 관객들이 보기 쉽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결국 15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첫 시사회를 할머니들을 모시고 했다. 할머니들은 울기도 하시면서, 제작진들에게 감사하다고 하시며,영화는 그분들의 겪은 것에 비하면 100분의 1도 보여준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귀향’을 인권영화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만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전쟁 반대, 여성 인권의 문제에 대한 영화로 읽혔으면 한다.

 

● ‘귀향’이란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영화는 일본군에 끌려가 타향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위안부 피해자 소녀들의 영을 고향으로 모셔 오고자하는 바램에서 기획한 영화로, 영화에서나마 이들의 원혼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제목을 고향으로 돌아오다의 돌아올 귀의 귀향(歸鄕)아닌 귀신을 뜻하는 ‘귀향’(鬼鄕)으로 지었다.

극중의 윤경이 ‘씻김굿’을 통해 위안부의 고통을 위로하며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씻김’이란 말은 이승에서 살 때 맺힌 원한을 지우고 씻어준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으로, 영화에서는 진도씻김굿을 사용했다. 진도씻김굿은 소박차림으로 춤과 노래로써 신에게 빌고, 죽은 자의 후손으로 하여금 죽은 자와 접하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의 삶에서 고통을 겪은 윤경이 죽은 자의 후손이 되어 스스로도 치유를 받기도 한다. 과거에서 현재로 부르는 것이다. 과거의 아픔을 보고, 알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역사의 반복을 막자는 의미로 과거를 현재로 부르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기억해주는 것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바라는 일이다. 일본군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이 꼭 이루어질 기를 바라는 마음, 할머니들의 염원대로 기억하고자 하는 문화적 기록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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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에서 침묵, 고요, 노래, 굿 등이 대사보다 더 잘 표현해 보여주고 있는데?

 

나는 영화감독이면서 전통음악인 판소리의 고수이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 70년이 지난 아픈 역사다. 영화가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도 나눔의 집을 찾기 전에는 위안부 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있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보러 남녀노소가 찾았지만, 그 중에서도 10대소녀들이 많이 보러와 기사화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특히 2015년 12월 28일의 위안부 합의는 국민의 분노를 사면서 더 많은 관심을 불러왔다.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의 협상은 10억엔을 보상하는 것으로 법적 배상이 아닌 보상이다. 할머니들에게 보상금을 주고 다시는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는 협상으로 말도 안 되는 협상이었다. 할머니들은 분노를 하면서 계속해서 법적인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모금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되었고, 미국, 일본에서도 많이 동참했다. 영국에서도 참여했다. 프랑스에는 홍보가 되지 않아 아쉽다.

 

● 역사적 실증 자료가 있는가? 힘든 이야기를 할머니들은 어떻게 꺼낼 수 있었나?

 

영화에서처럼 신고기간이 있었다. 1991년 고인이 되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였다고 첫 증언을 하면서 위안부 문제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지금은 40명의 할머니가 생존해 계시고, 증언집이 있고,수요집회가 늘 있다. 위안부에 관련한 일본 군인들의 증언이 있기도 하고, 자료들이 발굴되고 있다. 일본의 양심적인 사람들이 많이 동참해주고 있다. 양심선언과 같은 것이다.

 

● 가난하거나, 고아가 위안부로 갔다고 했는데 영화 속의 주인공 정민은 농사짓는 화목한 가정이었다?

 

영화는 ‘태워지는 처녀들’을 그린 강일출 할머니를 중심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강 할머니는 증언을 하실 때면 첫 시작을 “우리집은 경북 상주이고 곶감집으로 불리었고, 나는 곶감집 딸이었다. 우리집은 부자였고 나는 사랑받는 막내딸이었다.”라고 한다.

가난해서 돈을 벌려갔다는 것은 신발공장에서 일하러 가는 줄 알았던 것으로, 사기였거나 납치였다.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낸 소녀들이 끌려간 것이다. 하루에 일본군인 50명을 받는 성노예 시스템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너무나 끔찍한 일로 며칠 혹은 한두 달 만에 죽는 소녀가 부지기수였고 불에 태워졌다.

 

●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 나이 29살에 시작해 44살에 만들어졌으니 14년의 세월이 걸린 것이다. 그동안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봐야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몇 분 살아계시지 않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양국의 말도 안 되는 협상이 있었다. 이것 또한 내게 힘든 일이다.

 

● 캐스팅 과정이 힘들다고 들었다. 주연을 맡은 여주인공은 재일교포로 현지에서 위협까지 받았다고 들었는데...

 

위험할 수 있어 전문 배우를 피하고 오디션으로 뽑았다. 정민역의 강하나는 재일교포 4세로 일본에 알려져 힘들지만 당당하게 꿋꿋하게 잘 지내고 있다.

 

● 영화 마지막 장면인 굿씬에서 일본 군인도 있었다. 이유는?

 

아직도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미와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영화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하다. 멜깁슨이 감독한 영화로 예수가 골고다 언덕을 십자가 매고 올라 갈 때 군중들 사이에 악마가 걸어가는 장면에 대한 것이다.

 

조정래 감독은 마지막 인사로 관객과 초청해준 주최측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20일 미국투어일정부터 파리, 독일, 영국 등의 일정을 함께 할 ‘귀향’의 임원철 미술감독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도 전하며, 파리에서도 정식 상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정래 감독은 차기작으로 조선 후기 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광대’를 준비 중이다.

이번 INACO에서의 ‘귀향’ 무료 시사회는 USPC, CPU(Conférence des présidents d'université), L'université Sorbonne Paris Cité가 주최했고, 재불한인여성회가 후원했다.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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