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대아트페어(Fiac)을 맞이하여 방돔 광장에 설치되었던 폴 맥카시의 조형물이 설치 하루 만에 훼손되어 철거되는 수난을 당했다. 


다소 난해하고 격한 감정을 자아내는 작품들로 유명한 미국 현대작가 폴 매카시는 파리의 가장 큰 현대 미술 축제를 맞아 기념비적인 작품을 파리의 공공장소에 설치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매카시는 의뢰에 응하며 성인 기구와도 같은 모습을 통해 외설적이면서도 조각가 브랑쿠시의 조각에서 영감을 얻은 크리스마스 소나무 모양의 작품을 제안했다. 방돔 광장이라는 위치 선정 또한 그에 의해 결정되었다. 바람을 넣어 형태를 낸 24m 높이의 일시적 조형물로서 짙은 연두색의 스페이드 문양과 흡사한 형태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트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성적인 연상 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본인에게는 무엇보다도 추상적인 작품일 뿐 이라는 당당한 의견을 내보이기도 한 바 있다.


하지만 설치와 동시에 수많은 난제에 부딪치게 되었다. 바람이 들어가는 풍선 재질과 형태에 있어 나무의 느낌 보다는 성인 용품에 가까워 보인다는 거센 파리 시민들의 저항이 문제가 되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하여 매카시의 ‘트리 설치 프로젝트’가 공개 된 바 있다. 명품 보석상과 고급 호텔들이 즐비한 명품가에 이런 외설적인 작품이 들어설 수는 없다는 반응을 보인 일부 반대세력들은 설치를 막기 위해 나섰다. 아티스트가 광장에 도착한 순간, 주둔 세력 중 한 명이 그에게 달려들어 신체적 공격을 가하였고 “당신은 프랑스 사람도 아니지 않느냐? 프랑스를 모욕되게 하지 말라”며 분노에 찬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결국, 이틀이 지난 18일 금요일 저녁 폴 매카시의 초록 고무 트리는 최후를 맞이하였다. 밤 사이 누군가의 공격으로 인해 나무가 탄탄하게 서 있을 수 있도록 지탱해 주던 끈들이 끊어져 결국 완전히 내려 앉아버리게 된 것이다. 이틀에 걸친 신체적 공격과 작품 훼손의 상처를 안고 폴 매카시는 결국 자신의 작품을 철거해야만 했다. 


프랑스 언론은 이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함께 예술을 존중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반응들을 보였다. 올랑드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든 아티스트를 존중해야 한다” 라며 폴 매카시를 지지하였고 펠르랑 문화부 장관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은 옳지 않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공기를 팽팽하게 불어 넣어 형태를 잡는 풍선 형태의 설치 조소는 폴 맥카시가 오래 전부터 제작 해 온 그의 팝아트적 작품 중 하나로서 홍콩, 로테르담 등의 대 도시에서도 여러차례 선보인 바 있다. 일반적 미적 기준으로 보면 아름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도리어 색이나 형태로부터 불쾌함을 안겨 줄 법한 작품들이었으나 단 한번도 이번과 같은 거센 공격이나 작품 훼손의 비극을 맞이한 적은 없었다.


세계적 아티스트 폴 매카시의 파리 초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올해 만 69세의 노년 작가로서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들을 일으켜왔던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들여오는 만큼 Fiac관계자들과 파리시는 그에 걸맞는 전시와 행사들을 기획하며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다. 


오는 25일 부터 현대 예술 전시관으로 새롭게 단장한 화폐 미술관의 재개관 기념 첫 전시를 장식할 예정이기도 하다. “쵸콜렛 팩토리”라는 제목의 이번 회고전에서 그의 비디오 작업들을 동반한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작품들이 전시 될 예정인 가운데, 파손된 ‘트리’와 같은 풍선 형태의 조형물들 또한 전시 작품들과 한 조를 이뤄 다시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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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위클리 / 계예훈 artechr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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