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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도 봄이 오고 있다. 수선화, 개나리, 목련 등이 톡톡 꽃망울을 피어내느라 분주하다. 아름다운 지베르니 정원에는 먼저 봄이 와 있을지도 모른다. 

화사한 봄의 햇살이 대지를 쓰다듬을 때, 봄처녀처럼 나들이하고 싶지만 멀리 가지 못할 때 찾아가기 좋은 곳이 튈르리 공원 옆의 오랑주리 미술관(Musée de l'Orangerie)이다. 봄의 햇살에 반짝반짝 스스로 빛을 더해내는 모네의 ‘수련’ 연작이 봄 햇살에 기분 좋은 기지개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모네를 위해서 연 오랑주리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은 원래는 루브르궁의 튈르리 정원에 있던 겨울 온실이었다가 1852년 건축가 피르망 부르조아(Firmin Bourgeois)에 의해 새로이 단장을 했다. 겨울 온실에서 자란 나무들이 오렌지 나무였기에 이름이 오랑주리 미술관이다. 미술관 옆의 주드 폼 국립미술관도 이 때 건축된 건물이다. 

1927년 오랑주리 미술관은 모네의 수련 연작을 위해 개관이 되었다. 1914년 끌로드 모네(Claude Monet)가 국가에 대작인 ‘수련’ 연작을 기증하기로 했고, 이 때 모네는 “작품은 반드시 시민들에게 일반 공개할 것, 장식이 없는 하얀 공간을 통해 전시실로 입장할 수 있게 하며 자연광 아래에서 감상하게 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런 조건에 맞추어 1926년 모네가 사망하고 몇 달 후에 오랑주리 미술관은 모네의 조건에 따라 공간을 설계해서 그의 작품을 전시했다.

그러나 1965년에 미술관이 화상 폴 기욤과 장 발터(Paul Guillaume&Jean Walter)가 기증한  작품들을 전시하기 위해 2층으로 증축공사가 되었고, 모네의 수련 전시실에는 자연광이 차단되었다. 입구의 넓은 로비도 없애고 새로운 전시 공간으로 이어지는 큰 계단을 만들다 보니 ‘수련’ 전시실로 들어가기도 불편했다. 

이는 모네의 뜻에도 어긋나고, 관람자도 불편을 겪으면서도 ‘수련’ 연작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2000년에 재공사가 들어가 2층을 없애고, 천장은 자연광이 들어오게끔 대공사를 해서 오랑주리 미술관은 2006년에 다시 재관을 했다. 

1층 전시실은 유리 천정으로부터 자연광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높이 2m, 넓이 500㎡의 두 타원형 하얀색 홀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전시공간으로 새로이 태어난 것이다.

입구 홀에서 판자를 댄 다리를 건너 바로 전시실로 들어갈 수 있고, 동쪽 전시실에는 아침 햇살 아래에서 감상해야 할 4 작품이, 서쪽 전시실에는 석양 아래에서 감상해야 할 4 작품이 전시되어 모네가 요구한 조건을 다 맞춤으로써 프랑스 국가는 모네와의 약속을 지켰다. 

천장 아래로 쏟아지는 자연광은 빛, 공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자연에 생명을 주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시킨다. 

모네는 1890년 지베르니에 집을 구입하고서는 연못을 조성해 수련을 심고, 일본식 다리를 놓고는 버드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모네는 1899년부터 수련을 그리기 시작해 1926년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렸다. 이 시기에 그린 ‘수련’ 연작은 250여점에 이른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빛과 대기의 변화에 따른 빛의 색채를 담고 또 담았던 것이다. 결국, 모네의 두 눈은 빛으로 손상해 백내장이 왔고, 두 눈의 시력은 거의 상실되었다.  

모네는 ‘빛은 곧 색채’라는 신념으로 ‘수련’ 연작을 통해 동일한 사물이 빛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화폭에 담기 시작해 차츰 경계와 경계를 지우며 빛에 따라 존재하는 것들의 세계의 달라짐을 담아냈다. 

전시실 의자에 앉아 ‘수련’이 빛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바라보고 있으면 관람자는 어느 새 모네가 이끄는 우주적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지하1층, 인상파에서 근대회화까지의 작품이 전시

 

지하 1층은 화상 폴 기욤과 장 발터(Paul Guillaume&Jean Walter)가 기증한 144여점에 달하는 피카소, 마티스, 마리 로랑생, 드랭, 르느와르, 세잔, 루소, 모딜리아니 등 인상파에서 근대회화의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폴 기욤(Paul Guillaume, 1891-1934)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던 직원이었다가, 아프리카에서 자동차정비에 사용될 고무부품을 수입하는 일을 했다. 그는 아프리카를 오가며 아프리카 미술에 관심이 갖게 되었고, 아프리카 미술품을 수입해 부유층에 팔았다. 아프리카 미술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 때라 기욤은 부자가 되었다. 그는 사업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시회도 기획하며 미술품 수집과 거래를 본격적으로 하여 화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때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inaire)를 알게 되었고, 아폴리네르는 기욤에게 당대의 화가들을 소개시켜주었다. 기욤은 화가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모딜리아니와 같은 가난한 예술가를 후원했다. 그는 인상파, 신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며 후에 미술관을 만들어 자신의 소장품을 전시하고픈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42세에 의문의 죽음으로 세상을 떠났다. 

기욤이 세상을 떠난 후에, 소장품은 그의 아내였던 도미니카에게 상속되었고, 도미니카는 부유한 건축가였던 쟝 발터와 재혼했고, 발터와 함께 기욤의 수집품을 더 늘리고, 정돈하였다. 그러나 쟝 발터도 의문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도미니카는 두 사람의 죽음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아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방면되었다. 여론에서는 그녀가 명작 컬렉션을 국가에 기증한다는 조건으로 풀려났다는 제기를 했다. 이런 의혹 속에서 그녀는 프랑스 정부와 협의를 통해 1965년에 '발터, 기욤 컬렉션'을 정부에 기증했고, 작품들은 1965년부터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전시를 시작했다.  

전시실은 8실로 나뉘어 있다. 입구의 2개의 전시실은 폴 기욤 부부의 주거지를 재현하고 있으며, 3전시실은 르누아르, 세잔의 작품들, 4전시실은 모딜리아니와 루소, 5전시실은 마리 로랑생, 6전시실에는 마티스와 피카소, 6~7전시실에는 드랭, 8전시실에는 수틴과 위틀릴로의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위트릴로(MAURICE UTRILLO)는 르누아르, 에릭 사티, 툴르즈 로트렉 등과 염문을 뿌렸던 수잔 발라동의 아들이다. 평생 가난하게 살던 위틀릴로는 흰색을 주조색으로 몽마르트 주변과 사람들을 즐겨 그렸다. 

 

Musée de l'Orangerie

주소 : Jardin des Tuileries

Place de la Concorde

전화번호 :+33 (0)1 44 77 80 07, +33 (0)1 44 50 43 00

가는 방법: 메트로 1·8·12호선 Concorde역에서 도보 5분

개장시간 : 9h – 18h,  마지막 입장시간 : 17h15 화요일 휴관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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