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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외곽 Vitry에 위치한 MAC/VAL 현대 미술관은 현대적 건축물과 어우러진 넓은 정원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로운 전시로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다. 하지만 이 곳이 더욱 빛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참여 프로그램의 혁신성과 참신함이다. 


“작품 해설이 시작 됩니다!” 어머니를 따라온 어린 아이, 외국 국적의 불어가 서투른 학생, 장난 치기에 바쁜 젊은 청년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을 띄고 일제히 도슨트 주변으로 모인다. 작품 설명 시작에 앞서 도슨트는 작은 컵에 담긴 음료수를 마시기를 권한다. 맛을 본 관객들은 싱그러운 향과 입에 도는 달콤한 맛을 통해 ‘거대한 나무’를 주제로 한 설치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특별 기획 된 “미각적 전시 해설”은 시각 장애인뿐 아니라 어려운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 외국인들에게도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일반인에게도 시각적 변환을 일으키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시각적으로 보고 분석하는 기계적인 예술 이해 방식에서 벗어나, 맛으로 느끼고 코로 냄새를 맡음으로 인해 작가의 내면세계 속에 더욱 깊이 심취할 수 있게 된다. 


MAC/VAL 미술관은 파리에서 약 20분 정도 떨어진 외곽 지역이라는 점과, 문화성이 결여 된 거주 단지에 위치하고 있다는 약점으로 인해 훌륭한 예술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면서도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없는 한계에 놓여 있었다. 남부 외곽지역의 예술 활성화와 지역사회의 문화 소비 수준 향상을 목표로 설립 되어 꾸준히 현대 예술 세계를 확장 시켜 나가고 있지만, 초반에 관객 유치에 상당한 골머리를 앓았던 것은 사실이다. 우선적으로 미술관 지역 시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관객의 시선에 맞춘 프로그램이 구상되어야 함을 직시하고는 전시의 질 만큼 중요시하게 된 것이 참여 프로그램의 다양함이다.


대부분의 미술관들이라면 전시 해설 요원이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 작품과 작가에 대한 정보를 가져다 주는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 된다. MAC/VAL의 경우, 일반 그리고 학생 단체 해설 외에도 다른 곳에는 없는 방식의 전시 해설이 존재한다. 관객의 다양성에 맞춘 “맞춤 전시 해설”이다. “Visite Active”, 능동성, 적극성을 의미하는 단어 선택에 맞게 관객이 참여하는 해설 방식이다. 더 이상 설명 되는 정보에만 국한 되어 수동적인 입장으로 작품 앞에 서지 않고 모두가 함께 스스로 느끼는 시간을 갖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며 다채로운 시각들로 예술을 풀어 나갈 수 있는 취지인 셈이다. 미각적인 전시 해설뿐만 아니라, 시각 장애인들을 위하여 작품의 시각적 형태를 자세하게 묘사하는 오디오 가이드가 존재하기도 하며, 벙어리 배우 Levent Beskardes의 주최 하에 몸의 제스처를 이용한 말 한 마디 허용되지 않은 퍼포먼스적 전시 해설이 기획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수화로 진행되는 청각 장애인들만을 위한 프로그램과 구분된다. 눈을 찌푸리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 부신 햇살을 표현하는가 반면, 축 처진 몸으로 힘 없이 걸어가는 제스처를 통해 인생의 고단함을 보이는 마임들을 통하여 청각 장애인, 외국인, 어린이들이 전부 몸을 도구로 한 만국 공통 언어로서 서로 소통할 수 있다. 


학생 교육프로그램 또한 다양하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각각의 연령대의 다양한 시각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 또한 세분화되어 있다. 어린 아동들에게는 예술의 기법의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두고, 그림은 반드시 붓으로 그리지 않아도 되며, 손과 발, 깃털, 나무 등 어떤 물체이든 도구가 되어 예술을 창작 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하며, 고등학생들에게는 “영화와 예술”, “작품을 걸고 떼기” 등의 전시 기획의 기술적 면모를 보이는 구체적인 주제를 두고 교육이 진행되기도 한다.


장애인의 문화 접근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모든 예술 기관들이 가져야 하는 법적 의무 사항이다. MAC/VAL미술관은 문화적 혜택으로부터 소외 되기 쉬운 장애인들에게 문화적 체험과 접근의 기회를 용이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친목의 장을 만들어주었다. 오늘날의 미술은 난해하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 설치 미술이야 말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듣고, 느끼고 향을 맡을 수 있음으로 인해 오감을 이용하여 보다 깊고 심층적으로 예술을 느낄 수 있다. 일방적인 예술이 아닌 소통의 중심에 선 예술의 장에 함께 뛰어들어 보자. 전시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 하고 싶다면 미리 사전에 전화 예약을 해야 한다. 다음 일정은 5월 16일로 몸짓을 이용한 전시 해설이다.




Place de la Libération 


94400 Vitry-sur-Seine 


Tél. : 01 43 91 64 20 




【한위클리 / 계예훈 artechr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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