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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조끼 시위, 브렉시트 등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프랑스인들은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까? 세계 5위 경제대국 국민들의 의식구조를 점검하는 기획특집 기사가 지난 1월 31일 프랑스 경제 전문지 <샬랑쥬(Challenges)>에 실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행복의 기본조건, 금전, 직업, 경제, 세계화, 국가와 사회비전 등을 묻는 방대한 분량의 앙케트 ‘프랑스인들의 마인드(Dans la tête des Français)’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기대심리를 엿볼 수가 있다. 

표본 추출 3,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9일부터 15일에 걸쳐 실시된 여론조사에는 2개 이상의 대답이 가능한 질문들도 섞여있다. 기사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한다.

 

 

▶ 프랑스인 72% 개인의 삶에 긍정적 반응

 

여론조사 응답자 72%가 사랑, 우정, 학력, 직업, 주택환경 등 개인의 삶에서 전반적으로 만족하다고 표명했다. 이런 긍정적 반응은 2018년 1월에도 71% 기록, 거의 변동 없는 수치를 보였다.

자신의 현재 삶에 가치를 지닌다는 이들은 58%에 이른다. 미래의 삶에 대한 비전도 낙관적이라고 대답한 이는 55%. 이런 낙관론은 연소득 36,000유로 이상 고소득층(65%), 고학력층(60%)이 평균수치보다 더 높았다. 반면 무직자층 16%. 노동자층 9%, 연소득 15,000유로 미만 저소득층은 13%에 그친다.

가계부의 형편에서는 프랑스인 73%가 금전적으로 아무런 문제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는 ‘풍요로움을 누린다’는 부유층 24%도 포함된다. 반면 23%는 ‘빠듯한 수입으로 근근히 살아간다’고 대답했고, 4%는 ‘극빈자’라고 밝혔다. 

부자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내리면, 4인 가족 당 순수입 월 6,000유로 이상에 해당된다고 응답자 54%가 대답했다. 

부자가 되는 방법에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가 4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대인관계 확대와 인맥 활용(39%), 금수저 집안 출신이거나 유산상속(38%), 행운(19%), 야망과 과감한 용기(18%), 속임수(16%), 재능활용(9%) 순으로 이어진다. 직장인 60%는 승진이나 개인 성장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할 의욕을 지닌다고 표명했다. 

한편 사회평등 차원에서 ‘부자들이 지갑을 열어 빈곤층을 도와야한다’는 의견에 66%가 찬성했다. 1년 전보다 4% 늘어난 수치이다. 35세 미만 층(70%), 정치성향에서 극좌파(88%)와 극우파(71%) 지지층이 평균치보다 더 높은 편이다. 반면 중도파 집권여당 LREM(46%), 우파야당 LR(46%) 지지층은 낮은 수치를 보였다. 

 

▶ 82% 가족관계를 통해 행복감 추구

 

개인적 삶에서 행복감 추구는 가족, 부부 혹은 연인관계가 가장 핵심적이며 본질적인 행복요소라고 대답한 이는 82% 이다. 이어서 행복의 기본조건으로 건강(81%), 자신만을 위한 시간적 여유(53%), 우정, 기타 인간관계(50%), 취미활동(36%), 금전(35%), 직업(24%), 자선, 클럽활동(12%), 종교 혹은 영적활동(10%)을 꼽았다. 

행복감을 더욱 증진시킬 수 있는 보충적인 조건으로는 금전이 50%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여행 등 일상 탈출(35%), 테러, 범죄 없는 사회치안유지(29%), 풍요로운 인간관계(27%), 건강(25%), 여가활동(24%), 직업적 비전(20%) 등을 꼽았다. 

 

▶ 국가, 사회관에는 짙은 페시미즘이…

 

프랑스인 대다수가 개인 삶에 만족감을 표명했지만, 사회와 국가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짙은 페시미즘이 깔려있다. 국민 76%가 ‘프랑스는 쇠퇴기로 접어들었다’는 시각을 지닌다. 

‘프랑스는 건재하다’고 응답한 이는 불과 24%, 2017년에 비하여 7포인트 낮은 수치이다. ‘쇠퇴기를 맞이했지만 절망적이지 않다’ 54%. ‘쇠퇴기로 절망적이다’라는 극단적 비관론은 22% 차지한다. 이런 비관론은 극우파 르펜과 극좌파 멜랑숑 지지층에서 무려 40% 기록했다. 반면 중도파 LREM, 좌파 PS, 우파 LR 지지층은 비교적 낙관적 성향을 보였다. 

또한 프랑스인 12%만이 차세대가 ‘현세대보다 더 잘 살 것’이라고 낙관했다. 60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불과 9%에 머문다. ‘현세대와 별 차이 없을 것’ 33%, ‘현세대보다 더 못 살 것’이라는 네거티브 시각은 55%에 이른다. 

한편 세계화에 관련하여 ‘프랑스가 역풍을 맞았다’는 평가는 53%에 이른다. ‘불운의 세계화’라는 피해의식은 2017년에 비하여 5포인트 증가했다. 세계화에 ‘문을 더 개방해야한다’는 의견은 43%, 반면 ‘보호주의정책을 실시해야한다’는 의견은 54%에 이른다. 

 

▶ 찬란한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

 

‘삶의 질이 이전이 더 나았다’고 푸념을 털어놓은 이들은 60세 이상 연령층(69%)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젊은 층에서도 마찬가지. 35-59세 연령층에서도 69%, 35세 미만 연령층에서도 67% 기록했다. 

이는 낮은 실업률과 사회적 신분상승이 훨씬 수월했던 고도경제성장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 더 나아가 드골 통치시절, 나폴레옹, 루이 14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찬란한 과거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로 분석된다. 물론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향적인 시각으로도 간주한다. 

그렇다면 왜 프랑스인들의 마인드에 노스탤지어가 스며든 것일까? 바로 경제와 사회정책에서 아무런 결과가 없고, 프랑스가 쇠퇴기를 맞이했다는 비관적인 비전을 지닌 까닭이다. 이런 페시미즘 성향에 대하여 프랑스인들 스스로가 자가비판을 할 정도이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때 세상은 달라진다’라는 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을, 마크롱 대통령이 즐겨 인용했던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얼마 전에도 교육부장관이 “세계 5위 경제대국 국민들이 방글라데시 국민수준의 페시미즘에 빠져있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라고 피력했다. 

이렇듯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큰 격리감이 있는데, 이런 현상에서 일종의 프렌치패러독스마저 엿본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인 60% 이상은 다른 유럽국보다 프랑스가 더 살기 좋은 나라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가 사회보장제도나 소득재분배 면에서 으뜸국가로 꼽지만, 막상 국민들은 사회나 국가시스템에는 효율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여론조사 응답자 65%는 사회보장제도의 혜택 이상으로 더 많은 세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 정치인에 대한 불신감

 

프랑스인들의 마인드에 깃든 페시미즘은 정치지도자와 국민들 사이에 장벽처럼 가로놓인 불신감에서도 비롯된다는 해석이다. 프랑스인 80%는 국회의원을 불신하고, 90%는 정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상황이 간과되지 않는다. 

공신력 신임도에서 경찰력 77%, 시장(Maires)은 72%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반면 노동조합 32%, 언론계 28%, 국회의원 21%, 정당은 불과 9%에 그친다. 시장을 제외한 다른 정치인들에 대한 깊은 불신감이 도사려있음을 알 수 있다.

최고통치권자 대통령에게 향하는 시선은 더욱 따갑다. 응답자 91%가 마크롱 대통령이 서민의 민생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63%는 현 정권이 프랑스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혁하지 못할 것이라고 페시미즘을 표명했다. 

한편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우월한 정치체제’라고 63%가 응답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3% 감소된 수치이다. 18-44세 연령층 40%, 극우파지지층은 58.5% 기록했다. 고학력, 고소득층일수록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애착심을 지닌다. 반면 ‘다른 정치제제도 민주주의 못지않게 적합하다’라고 응답한 이는 36%, 5년 전보다 12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수치변화는 심각한 상태라고 여론조사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체적으로 프랑스인들은 국가와 사회로 시선을 돌릴 때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페시미즘에 빠져들지만, 개인의 삶에서는 3분의 2가량이 만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개인의 삶에서 행복감의 근원을 가족이나 부부 혹은 연인관계에서 추구하는 성향은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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