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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안티카페(Anticafé)’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안티’라 해서 언뜻 카페를 싫어하는 반대운동이거나 특정 유명인을 성토하는 온라인모임이라 여길 수 있지만, 일반카페처럼 차나 커피를 마시는 장소다. 단, 기존카페와 차이가 있다면, 커피가 아닌 ‘시간’을 주문한다는 점이다. 

일반카페에서는 주문한 커피를 마시고나서 그냥 같은 자리에 계속 앉아 있자면 슬그머니 눈치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5유로를 지불하면, 1시간 동안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커피는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안티카페는 매력적인 공간제공에 주력하는 새로운 형태의 카페로, “당신 집에 잘 오셨습니다. 이용한 시간만 지불하세요!”를 피켓으로 내걸고 있다. 즉 시간을 제외하고 카페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가 무료라는 점에서 바로 ‘안티’가 붙는다. 

새로운 카페문화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안티카페는 현재 파리에 세 곳이 있다. 

 

▶ 파리의 안티카페들

 

안티카페 1호점이 파리 3구 조르쥬 퐁피두센터 근처 ‘보부르’ 지구 켕캉쁘와 거리(9 rue Quincampoix)에 개장된 것은 2013년 4월. 당시 23세였던 우크라이나인 파리 유학생 레오니드 곤차로프가 창업주이다. 작은 주거공간에 살면서 학업을 위한 새로운 환경조건을 찾다가 결국 파리생활 3년차에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안티카페를 창업했다고 한다.

1호점 ‘보부르’는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걸쳐 최고 8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그룹용 대형테이블, 개인용 탁자들, 안락한 소파들을 갖추고, 월요일에서 금요일은 9시부터 23시, 주말은 10시부터 21시 30분까지 영업한다. 

2호점 ‘루브르’는 2014년 3월 파리 1구 리쉴리외 거리(10 rue Richelieu)에 개점했다. 파리명소 오페라는 물론 코미디 프랑세즈 극장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다. 특히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한 후 피로를 풀기위한 쉼터로 제격이다. 35명이 착석할 수 있다.

이어서 3호점 ‘올림피아드’는 2015년 일드프랑스 지역행정구의 후원을 얻어 파리 13구 나시오날 거리(59 rue Nationale)에 개장했다. 매트로 14번선 올림피아드(Olympiades) 역 출구와 연결된다. 최고 250여명까지 수용하는 현대적인 3개의 대형 홀을 갖추고, 월요일에서 금요일 8시30부터 19시까지 영업한다. 대기업체는 물론 스타트업 신생벤처기업들이 밀집된 경제구역이라, 상기 두 안티카페와는 달리, 비즈니스맨들과 학생층을 겨냥한 휴식처 제공과 더불어 점심식사메뉴를 갖추고 있다.

 

▶ ‘시간은 돈이다’

 

우크라이나인 파리유학생이 안티카페를 창업하며 젊은 기업주로 발돋움했는데, 원래 아이디어는 독일 비스바덴 ‘슬로우 타임 카페’에서 착안한 것이라 한다. 독일 안티카페 창업주 다리아 볼코바도 러시아 이민여성으로 당시 24세에 불과했다. ‘시간은 돈이다’를 창업이념으로 삼아, 음료와 다과의 소비량에 상관없이 30분에 2유로, 이후 분당 5상팀 씩 추가하여 돈을 받았다. 

파리 안티카페도 이와 똑같은 맥락을 취했다. 1시간 5유로, 이후부터 하향 조절된 가격이 적용된다. 5시간 이상부터 1일 요금은 20유로. 1달 회원제요금은 270유로. 학생, 실업자들에게 15% 할인요금이 적용된다. 

이렇듯 주문한 시간을 지불하면, 안락한 실내에 마련된 향기 좋은 커피, 따뜻한 차나 초콜릿, 과일, 비스킷, 잼, 빵 등 각종 음료수와 간식을 셀프서비스로 마음껏 챙겨 먹을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인터넷 와이파이 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컴퓨터 작업에 필요한 전산망, 프린터기, 스캐너, 영사스크린 등도 마련되어 있다. 그외에도 안락한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친구들과 비디오게임은 물론 카드놀이 등 각종 오락게임도 즐길 수 있다. 때로는 저녁시간대에 영화상영, 댄스교습, 체스게임, 데생교습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안티카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생각이라면 아예 도시락을 지참하는 것도 좋은 절약방법이다. 강도 높은 알코올을 제외한 음료수나 샌드위치, 야채샐러드 등 음식물 반입이 허용되고 있다.

 

▶ 공간이 필요한 현대인들의 요구에 부응 

 

창업초기 주요 단골손님은 가난하지만 기는 팔팔한 젊은 학생들과 프리랜서들이 주류를 이루었다고 안티카페 측은 밝혔다. 전산시스템을 갖춘 개인공간이나 사무실이 필요하나, 형편상 그럴만한 처지가 안 되는 이들에게 당연히 매력적인 공간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는 거래 손님을 만나 협상하거나 상담할 수 있는 사무실 대용이며, 일부 아티스트들에게는 작업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파리에는 성능 좋은 무료와이파이, 소파 등을 겸비한 일반 카페들도 있다. 하지만 1시간 작업하며 커피를 여러 잔 주문하게 될 경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혹은 인터넷 접속이 불량하거나 실내가 번잡하고 비좁으며 시끄러운 경우도 없지 않다. 

안티카페에서는 한 테이블을 둘러싼 직장인들의 그룹회의도 활발한 편이며, 각 동호회의 모임장소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한 학생단체는 동아리 행사를 10시부터 22시까지 진행하며 토스트와 커피, 초콜릿 등 각종 다과와 음료수, 일체의 전산시스템이 제공된 가운데 1인당 회원비로 17유로를 지불했다며, 공간 대여비로도 저렴한 편이었다고 만족해했다. 

 

▶ 개인주의에 대한 안티운동

 

교류와 소통단절, 극단적인 개인주의 현상에 대한 역발상이라는 점에서 카페에 안티가 붙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고립된 공간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바깥세상과 교류한다 해도 끈적끈적 들러붙은 고독감은 떨쳐내기 어렵다. 인간적인 열기를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가령 파리 3구 1호점 ‘보부르’에 20대 초반 구직자들이 모였다. 각자 자기만의 인터넷 공간에 갇혀 여기저기 클릭하는 것보다, 차와 다과를 앞에 두고 함께 인터넷 서핑하면서 구직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함께라면 어깨를 누르는 삶의 무거움도 가벼워지기 마련이다. 

한 자택근무자는 하루 종일 혼자 일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지칠 때 직업적 상담이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장소로 안티카페를 찾는다고 밝혔다. 

2년 전부터 노트북을 들고 안티카페를 찾는다는 한 40대 주부의 사정은 이렇다. 자택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지만, 자녀양육과 일상의 살림살이에서 벗어나 마음편한 자신만의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기 정체성을 되찾고자 안티카페를 찾는다고 했다. 

이처럼 고객층이 학생, 스타트업을 구상하는 젊은 구직자들을 포함하여 다양하다고 안티카페 측은 밝혔다. 교습소, 작업실 혹은 사무실 대용, 각종 문화행사, 동호회모임 등 소통과 교류의 장소가 필요한 현대인의 욕구에 부응한 새로운 카페문화라 볼 수 있다. 이는 21세기형 새로운 형태의 직업, 사회활동 출현, 자택 혹은 외근이나 출장 근무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조만간 파리 10구 생마르텡 운하 근처에도 안티카페가 생겨날 전망이다. 2월에는 남불 악상프로방스에 첫 안티카페가 개장되며, 리옹, 낭트에서는 개업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는 소식이다. 

 

☞ 파리 안티카페 사이트

1호점 : http://www.anticafe.eu/beaubourg/ 

2호점 : http://www.anticafe.eu/louvre/ 

3호점 : http://www.anticafe.eu/olympiades/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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