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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바칼로레아 (Baccalauréat, 줄여서 Bac, 고등학교 졸업 자격 국가 고사)만 있으면, 원칙적으로 누구나 원하는 대학교의 원하는 학과에 시험 없이 진학할 수 있다. 그러나 « 인기 » 학과에 지망생들이 대거 몰려서 현재의 교수진과 시설로는 모두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선별(sélection)을 해서 입학을 시키므로 학생들 자신은 물론, 학생 조합(syndicat), 학부모들의 반발과 항의가 거세다. 

« 선별 »의 기준도 애매하다. Bac 성적 순, 예비 등록 (APB, Admission post-Bac) 선착순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 선별 »이 Bac을 한 후 대학의 학사(Licence, L, 리상스, 3년) 과정에 진학할 때도 있지만, 석사 (Master, M, 마스테르, 2년) 과정에는 더 심각하다. 학사 과정 (L)을 마치고 석사 1학년 (M1)에 등록할 때도 선별을 거치지만, M1에서 M2로 올라갈 때는 선별이 더 엄격하고 심하다. 이런 폐단에 직면한 나자 발로-벨카셈 (Najat Vallaud-Belkacem)  교육부 장관은 « 민주화 및 엘리트 양성 »의 이름으로, 등록생 선별을 허용하는 « 제한된 숫자 »의 석사 과정 (마스테르) 리스트(명단)을 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작성된 명단에는 프랑스 전국 80개 대학교의 3040 개 석사 학위의 42%에 달하는 1300 개의 석사 과정이 들어 있다. 이들 1300 개의 M2 과정에 선별(sélection)을 허용하는 것을 법령(décret)로 합법화라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다.

이에 대해 CNSER (Conseil national de l’enseignement supérieur et de la recherche, 대학 교육 및 연구 국가 자문 위원회), 학생 조합 UNEF, 교육자 노조 SNESUP, 등 모두가 반대다. 이런 명단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판도라를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고 반발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 선별 » 자체가 있어서는 않된다고 주장한다. 타 대학의 M1, 타 분야 M1의 인정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학 총장 협의회(CPU, Conférence des présidents d’université)의 입장은 정반대이다. 학문 연구와 직업에 연계된 석사 과정은 대학의 힘이고 매력이기는 하지만, 몰려드는 학생들을 다 수용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수용 능력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이에 적합한 프로필(profil, 자격과 적성)을 가진 학생들만 받아 들이는 것이 최적의 해결책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법령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개적이고, 투명하고, 반대 의사도 표명할 수 있는 « 사전 인정 조건 (prérequis) »에 따라 선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파리-데카르트 대학 프레데릭 다르셀 (Frédéric Darcel) 총장에 따르면, 이 대학교 1학년 전체 공통 의과 과정(PACES, la première année commune aux études de santé)은 무조건 모든 바슐리에(bachelier, Bac 합격자)에게 열려 있으므로,  2500명의 학생들이 아주 나쁜 조건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중 30%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장학생이다. 2학년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공개 경쟁 시험으로 선별을 한다. 이 시험을 거쳐 2학년에 올라오는 학생들 중 장학생은 10%로 줄어든다. 학교 근처에 아파트가 있어야 하고, 학교 수업 외 과외도 해야하는데,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되면 탈락한다. 즉 사회적 여건이 학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학생들 자신도 선별을 원한다. 선별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학에서 학생들이 특히 많이 몰리는 학과는 의학, 법학, 경영학, 약품학, 심리학, 체육 교육학(STAPS), 등이다.

교육부의 법령안에 대해 행정재판소(Conseil d’Etat)는, « 프로필, 학생의 성적표와 서류, 학교의 수용 능력 »을 감안한 투명한 선별을 합법화할 때까지, 임의적인 선별은 현행 법률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법령에 의한 « 선별 »의 합법화가 금년 가을 신학기부터 실시되려면, 관련 당사자들과의 협의와 이에 다른 현재의 법률안 내용의 대폭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전에는  대학의 석사 과정에 학생이 별로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학사(Licence)를 하고 사회에 나가봐야 오래 실업자로 남을 확율이 크므로, 비교적 안전 지대인 대학에 2년이라도 더 남아, 석사(Master) 학위도 하고, 지식도 넓히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다.  

 

【이진명 / jinmieungl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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