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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빌 메지에르(Charleville-Mézières)는 랭보가 태어나 자란 고향이자, 그가 잠든 묘지가 있는 곳이자, 세계 인형극 축제(Festival mondial des théâtres de marionnettes)가 열리는 도시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반항, 저항, 방랑의 시인, 랭보

 

샤르빌 메지에르는 파리의 북동쪽 235km, 벨기에 국경에서 2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도시로 가는 길은 지평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평야와 구릉을 사이로, 숲이 양 옆으로 나타나고는 사라지는 길을 따라 낮은 뭉게구름이 동행해 준다. 도시에 도착하여 시내로 들어가면 윈스턴 처칠 광장(Place Winston Churchill)이 나오는데, 이 광장을 뒤로하고 골목을 따라 가면 랭보의 집이 있다. 

랭보(Jean-Nicolas-Arthur Rimbaud, 1854∼1891)는 프랑스 상징주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독창적인 시 세계를 보여준 천재시인이다. 16세부터 20세까지 쓴 시와 방랑했던 삶은 신화가 되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토탈 이클립스’로 영화화 되기도 했다.

랭보는 1854년 샤를빌에서 태어났다. 직업 군인이었던 랭보의 아버지는 주둔지를 따라 잦은 이동을 해야 했고, 랭보의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아 집에 머무는 경우가 드물었다. 결국 부모는 별거를 했고, 랭보는 유년시절부터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어머니의 기독교식 엄격함과 자상하지 못한 성격에 대립관계를 이루며 반항심이 큰 소년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1등을 할 만큼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고, 1870년 16세 때 ‘고아들의 새해 선물’이란 시를 썼다. 수사학 선생이었던 이장바르는 그의 시에 관심을 보이며 그에게 시인으로 가는 길에 도움을 준다. 랭보는 스승의 관심을 받으며 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해 1871년부터는 독창적인 문학세계를 이루어간다. 랭보는 그 당시 유명했던 시인 베를렌에게 그의 시를 보냈고, 그의 시에 반한 베를렌의 초대를 받아 ‘취한 배’를 가지고 파리를 찾아간다. 이때의 만남은 두 사람의 생애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갓 결혼한 베를렌은 랭보를 만나자 가정을 버리고 랭보와 함께 2년을 유럽을 떠돌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문학적 성향과 성격이 달라 큰 다툼이 벌어지면서 베를렌이 랭보에게 총을 쏘게 된다. 이 일로 베를렌은 감옥에 가게 되고 랭보는 고향으로 돌아가, 산문시집 ‘지옥에서의 한 철’을 펴낸다. 그의 방랑벽은 다시 그를 유럽을 떠돌게 하고, 여행 끝에 ‘일뤼미나시옹’ 시집이 태어나게 된다. 이후로 그는 시는 쓰지 않고,  유럽을 거쳐 중동, 자바 등지를 떠돌며 노동자, 용병 등으로 일하며 아프리카에서 무기 거래를 하다 병이 나 프랑스로 돌아와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얼마 후에 3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보헤미안의 삶을 살다간 그에게 어울리는 ‘바람 구두를 신은 사나이’이란 별명은 베를렌이 붙여준 것이다. 

 

스스로가 견자가 된 랭보

 

랭보는 라틴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라틴어 고전을 탐독했고, 프랑스 문학 작품도 열심히 읽고 암송했다. 그중에서도 랭보는 샤를 보들레르에게 열광했다. 그는 보들레르를 통해 시란, 세계에 대한 반항이자 금지된 세상에 대한 탐구로 인식했다. 이런 끊임없는 지적욕구와 탐구정신과 십대 소년이 가진 반항과 아버지에 대한 애정 결핍, 억제된 에너지는 독창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는데 천재적 재능과 함께 표출된다.

랭보는 시인은 무한한 공간과 시간을 꿰뚫어 볼 수 있고, 인습적 개념을 형성하는 모든 제약과 통제를 허물어 영원한 신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예언자로, ‘견자(voyant)'라고 믿었다. 

그는 스스로 견자가 되겠다고, 스승인 이장바르와 시인인 폴 드메니에게 편지를 보냈고, 이 것이 랭보의 유명한 ‘견자의 편지’이다. “나는 감히 견자이어야 하며, 의식적으로 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란 편지처럼 그는 견자가 되어 시를 썼다. 끝내 랭보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견자의 시선으로 어떤 격도 따르지 않고 자유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표현하여 현대시의 혁명을 이루어낸다. 

 

랭보의 흔적을 찾아서

 

랭보의 집(Maison Arthur Rimbaud)은 랭보가 태어나서 1875년까지 살았던 집으로, 2004년 랭보탄생 150주년을 맞아 기념관이 되었다. 3층 건물로 랭보가 사용하던 방과 가구, 정원 등이 그대로 복원되어 있다.  맨 위층에 랭보가 사용하던 방이 있고, 1층은 당시에 구둣방이었던 곳이 복원 된 것이고, 지하층은 아담한 랭보 도서관있다.

안뜰은 랭보의 시 ‘취한 배(Le Bateau ivre)’의 무대인 뫼즈(Meuse) 강으로 연결되어 있다. 

집의 건너편에는 랭보 박물관(Musée Rimbaud)이 있다. 박물관은 뫼즈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세워진 영국식 건물로 랭보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박물관 안에는 랭보의 초상화, 자필원고, 다양한 사진과 편지, 그림, 중학교 때 성적표, 여행할 때 사용한 가방 등이 있다. 그 밖에도 랭보를 소재로 그린 그림과 조각 등이 있다.

 

도시에서 볼거리

 

그랑 마리오네티스트(Grand Marionnettiste)는 윈스턴 처칠 광장에 세워진 것으로 독특한 대형 꼭두각시 시계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시간 시계의 거대한 자동화 기계와 연결된 황금색 꼭두각시 인형들의 흥미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은 아르덴 지역에 내려오는 ‘에몽 4형제의 이야기(Histoire des Quatre Fils Aymon)’에 관한 것이다. 

노트르담 데스페랑스 성당(Basilique Notre-Dame d'Espérance)은 1499년에 건립되어 보수와 증축을 걸쳐 고딕양식부터 르네상스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성당은 1570년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아들인 샤를 9세와 합스부르크 왕가 출신의 엘리자베스 도트리슈가 결혼식을 올렸던 곳으로 유명하다.

아르덴 박물관(Musée de l'Ardenne)은 17~18세기에 세워진 고풍스러운 건축물로 아르덴 지역의 오랜 역사를 알려주는 고고학 유물과 독특한 문화를 보여주는 지역 예술품과 공예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아르덴 출신의 화가 유젠 다마스(Eugène Damas, 1844~1899)의 그림들과 조각가 아리스티드 오네짐 크루아지(Aristide Onésime Croisy, 1840~1899)의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랭보의 집과 박물관과 도시를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찾을 곳은 랭보의 묘지이다. 랭보의 묘비명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1891년 11월 10일, 아덴에서 돌아온 시인 장 아르튀르 랭보는 지상에서 그 모험의 최후를 이곳에서 마치다.”

 

Maison des Ailleurs

7 Quai Arthur Rimbaud, 08000 Charleville-Mézières

charleville-mezieres.fr

+33 3 24 32 44 65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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