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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서부 대서양 연안에 떠있는 느와르무티에(Noirmoutier) 섬은 인근 다른 유명 휴양지 섬처럼 교량을 통해 차량으로 직접 진입한다. 1971년 개통된 길이 538m 느와르무티에 교량이 섬과 대륙을 원활하게 이어준다. 이 교량 이외에 제 2의 신비스러운 길, ‘고와 바닷길(Passage du Gois)’를 통해 느와르무티에 섬에 이를 수 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썰물 시 부르네프 만에 드러나는 약 4.5km에 이르는 바닷길이다. 

 

  

▶ 간조 시간대가 중요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광활한 갯벌과 더불어 드러나는 ‘고와 바닷길’은 영화 ‘벤허’에서 홍해가 갈라지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처럼 모세의 지팡이에 의한 기적이 아닌, 만조와 간조현상에 의해 생겨나는 대자연의 섭리이자 향연이다. 바로 느와르무티에 섬만이 지니는 독보적인 자연의 선물이다. 

조수간만에 따라 ‘고와 바닷길’의 최고수면은 1.30m 내지 4m에 이른다. 최고수위까지 오른 바닷물이 완전히 빠져나간 간조 시간대로부터 전후 1시간 30분 사이에 바닷길 통행이 가능해진다. 즉 해수면이 가장 낮은 간조 시간대가 12시라면 10시 30분과 13시 30분 사이 3시간 동안 바닷길이 열린다. 

이때를 기다렸다가 관광객들, 인근지방에 사는 낚시꾼, 조개 줍는 이들이 모여들면서 바닷물이 빠져나간 광활한 갯벌은 자동차들의 주차장으로 변신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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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을 적시며 건너는 길

 

‘고와(Gois)’라는 어원은 15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막신을 적시며 걷다(Goiser)’ 동사에서 생겨난 어원이라 하는데, 오늘날에는 전혀 사용안하는 사라져버린 단어이다. ‘걸어서 시냇물 건너기(Gué)’라는 단어가 와전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어쨌든 섬과 대륙사이를 걸어서 건넜던 이 바닷길을 통해 프랑스대혁명 시에는 왕당파들이 느와르무티에 섬으로 피신했다고 한다. 1840년경에는 마차도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이 평평하게 다져졌으며, 1935년과 1939년에 걸쳐 하루 2번씩 2시간 공사를 진행하면서 자동차도 지나갈 수 있도록 돌과 콘크리트, 아스팔트가 일부 깔린 오늘날의 바닷길로 완공했다. 1942년 ‘고아 바닷길’은 역사유물로 선정됐다.

현재 이 바닷길은 지방도로 948번에 속한다. 1971년 교량이 완공되기 이전에는 리모주와 연결된 국도로 이용했다. 교량이 생기기 이전에 바닷길만을 이용하다 많은 익사사고들이 발생했다.

‘고와 바닷길’ 통행시간을 제대로 지킨다면 큰 위험은 없지만, 여전히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다. 길이 수시로 바닷물에 잠겨 습기 차고 미끄러운 편이라 세심한 주의도 뒤따른다. 또한 짙은 바다안개가 낄 때도 위험한데, 바다낚시나 조개를 주우러 갯벌로 나갔다가 방향을 잃고 헤매다 차오르는 바닷물에 사고를 당하는 사례도 있다. 

 

▶ 시네아스트들이 선호하는 영화촬영장

 

인근 대서양 연안 해변도시 라로셸과 과액의 재산세로 평판이 자자한 금싸라기 땅 일드레 섬 못지않게, 느와르무티에 섬은 일조량이 좋고, 전형적인 서안해안성 기후로 겨울은 비교적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한, 쾌적한 기후조건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부유층 별장지대로 알려진 일드레나 남불 생트로페처럼 어떤 특정한 평판을 지닌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느와르무티에 섬의 개성은 더욱 도드라진다. 아르노 데플레생 영화감독은 빌라와 캠핑장이 자연스럽게 어울려있고, 위압감을 주지 않는 서민적인 분위기를 지녀 특별히 좋아한다고 밝혔다. 

환상적인 콤비를 이루는 이브 몽땅과 로미 슈나이더 주연, 클로드 소테 감독의 ‘세자르와 로리(1972년)’ 영화는 느와르무티에 섬에서의 평화롭고 쾌적한 삶을 담았다. 즐거운 가족식사, 해변산책 등은 바로 1970년대 프랑스인들의 행복관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한다. 2014년 개봉된 로랑 티라르 감독의 코미디영화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도 이 섬에서 촬영했다. 

사실 1925년 이후부터 느와르무티에 섬에서 20여 편 장편영화가 만들어졌다. 현재 이곳에서는 1925년 이후 영화촬영지로서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소품전과 사진전이 오는 11월 2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 사이클링의 환상적인 주행코스

 

얼마 전 ‘고와 바닷길’은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다름 아닌 2018년 프랑스 자전거일주대회(Le Tour)의 출발지이자 첫 주행코스로 선정된 때문이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전통행사 자전거일주대회와 ‘고와 바닷길’의 각인된 인연은 1999년 7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르투르(Le Tour) 제 2차 주행코스에 ‘고와 바닷길’이 포함되었는데, 이날따라 유난히 바람이 불었던 날이다. 

사이클링 선수의 최고 장애물은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 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선수는 등 뒤에 따라오는 선수에 비하여 50% 이상 엄청난 체력소모를 가져온다. 1999년 2차 주행코스로 ‘고와 바닷길’을 통과할 때 선수들은 최대한 바람을 피하고자 일렬로 옹기종기 무리지어 규칙적으로 페달을 밟았다. 유력 우승후보였던 스위스인 알렉스 쥘르를 비롯한 팀 리더들은 동료선수들 뒤편에 포지션을 취했고, 그룹(Peloton) 맨 앞줄에는 바람막이 선수들이 릴레이식으로 차례로 교대하며 바닷길을 건너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옆구리 쪽에서 강풍이 불어왔고, 그룹 중간부에 있던 일부 선수들이 느닷없이 센바람을 맞고는 페달 밟는 속도를 늦추었다. 이 바람에 그룹은 두 동강이가 나고 말았다. 뒤쳐진 선수들은 앞서가는 첫 번째 그룹의 꽁무니에 합류하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주행코스를 완주하고 도착지점에 이르렀을 때 두 그룹의 시차간격은 무려 6분 이상으로 벌어진 상황이었다. ‘고와 바닷길’을 빠져나오는 순간 두 번째 그룹에 끼여 있었던 알렉스 쥘르는 최종우승의 꿈을 단념해야 했다.

첫 번째 그룹은 바닷길을 빠져나오면서 두 번째 그룹이 합류하지 못하도록 더욱 페달에 가속도를 붙었는데, 뒤쳐진 그룹에 합류한 라이벌 리더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기 위한 작전이었다. 이 첫 번째 그룹에는 바로 불운의 풍운아 랜스 암스트롱과 그의 동료선수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1999년의 종합우승은 랜스 암스트롱에게 돌아갔고, 이후 그는 7년 동안 프랑스자전거일주대회의 보스로 군림했다. ‘고와 바닷길’ 주행은 암스트롱이 국제스타로서 급부상하도록 길을 열어준 첫 단추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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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채로운 육상대회 이벤트

 

‘고와 바닷길’은 낚시꾼이나 관광객, 사이클링 선수뿐만 아니라 육상선수들도 유혹하는 장소이다. 30년 전부터 해마다 6월 3번째 주말이면 고와 바닷길의 진입로인 보부와르-쉬르-메르 마을(Beauvoir-Sur-Mer)에서 ‘고와 바닷길 달리기 경주대회(Les Foulées du Gois)’가 펼쳐진다. 올해도 6월 17일 각종 흥미진진한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30명 육상선수들이 참여하는 8km 달리기코스. 다른 종목들과는 달리, 밀물을 기다렸다가 바닷물이 ‘고와 바닷길’ 수위에 오르는 순간 출발한다. 4km 지점에서 되돌아올 때는 선수들의 발목은 물에 잠기며, 도착지점에 이를 때 쯤이면 무릎언저리까지 바닷물이 차오르기 마련이다. 

한편 ‘고와 바닷길’을 왕복하며 단순히 드라이브를 즐기는 맛도 아주 독특한데, 대자연의 신비감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면 러시아워와 관광시즌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하루 12시간 간격으로 2번 열리는 이 바닷길을 통행하려면, 무엇보다도 간조 시간대에 대한 정보가 확실해야한다. 바닷길 양쪽 진입로에는 통행가능시간이 명시되어 있으나 안개 등 기상예보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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