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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대통령 후보인 프랑소아 피용(François Fillon)이 국회위원이던 시절, 그의 부인 페넬로프를 국회의원 보좌관(assistant parlementaire)으로, 게다가 딸과 아들도 보좌관으로 위장 취업을 시켜 가족이 총 1,015,175유로의 급료를 받았다고 100년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의 주간 풍자 신문 카나르 앙셰네 (Canard enchaîné)가 1월 25일자와 2월 1일자에서 폭로했다. 즉 이들 피용 일가족 세 사람이 일은 하지 않고 서류상 보좌관으로 등록해 월급만 받았다는 것이다.

피용 후보는 경선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자신은 청렴하고, 결백하고, 검소하고, 정직한 정치인이라고 누누히 강조해 왔다.

 

카나르 앙셰네 폭로의 여파가 프랑스 정계는 물론 대권가도에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프랑소아 피용의 대선 후보 철회를 거론할 정도로 심각한 정치 문제로 비화됐다. 모든 언론은 연일 이 사건을 톱기사로 다루고, 새로운 사실들을 보도하고 있다.

이 사실이 폭로된 다음날부터 경찰의 재정 비리 수사대(brigade financière)가 조사를 시작했고, 피용 부부도 참고인으로 1월 31일 조사를 받았다.

 

피용은 (상대진영의) 누군가가 자기를 파괴할 목적으로 전문적이고 지능적으로 폭로했다고 비난하면서, 2월 1일에는‘좌파정부의 조직적인 쿠데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파인 공화당(LR) 인사 중에는 아직 공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지만 피용 후보 사퇴 후를 대비한 ‘B플랜 (Plan B)’을 언급하면서 대체 후보로 프랑소아 바로앵 (François Baroin), 자비에 베르트랑 (Xavier Bertrand), 로랑 보키에 (Laurent Wauquiez) 중 한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고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반면 경선에서 피용에게 패한 알랭 쥐페 (Alain Juppé) 보르도 시장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상원과 하원 의원들은 보좌관 월급으로 매월 9561유로(2016년)를 지급 받는다. 이는 각종 분담금을 제하기 전의 총월급액이다. 이 예산으로 보좌관을 한 명 또는 여러 명을 고용할 수 있다. 의원과 보좌관은 고용 계약서 (contrat de travail)를 작성한다. 보좌관들의 평균 총월급은 일정하지 않으나 3000유로 내외. 따라서 의원은 보좌관을 4명까지 고용할 수 있고, 보좌관들은 파리의 상원 또는 하원에서 근무하기도 하고, 의원의 지역구에서 일하기도 한다.

프랑소아 피용이 처음으로 하원 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1988-1990년에 보좌관으로 고용된 부인 페네로프 앞으로 총82,750 유로 (당시의 프랑을 유로로 환산)의 임금을 지불했다.

1998년은 매월 2550유로, 1999~2000년은 3500 유로가 페넬로프 앞으로 지급되었고 2001년에는 3900유로, 2002년에는 4600유로가 매달 지급되었다. 2002년 프랑소아가 총리가 되면서 사르트(Sarthe) 선거구의 피용 의원 대리인(suppléant) 마르크 줄라르(Marc Joulard)가 피용의 의원직을 승계했다. 이 때부터 줄라르 의원의 보좌관 예산에서 페넬로프에게 총월급 6900 유로, 2003~2006년 사이는 7900유로, 2007년 1월~8월 사이는 10,167 유로의 월급이 지불되었다. 의원 월급보다 많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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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2012년에 프랑소아 피용이 다시 상원 의원이 되면서 페넬로프 앞으로 매월 4600유로가 지급되었다.

이렇게 페넬로프 앞으로 지급된 월급 총액이 831,440유로라고 한다.거기에 교양 월간지 ‘러뷔 데 되 몽드 (Revue des Deux Mondes)’도 고문으로 페넬로프를 고용하고 월 5000유로를 20개월 간 총 100,000유로를 지불했다. 이 월간지에는 페넬로프가 가명으로 쓴 서평 두 편이 전부라고 한다.

 

 

2005~2007년에는 법과 대학에 다니던 23세 딸, 그 다음은 역시 법과대학에 다니던 23세 아들을 보좌관으로 채용하여 총월급으로 3773유로와 3814유로를 지급했다. 그것이 총 83,735유로.

이 금액을 모두 합하면 부인 페넬로프와 두 자녀에게 지급된 급료 총액(salaire brut)이 1,015,175유로가 된다.

반면 부인과 자녀들 앞으로 월급은 지급되었는데, 이들이 일을 한 흔적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하원과 상원 구내는 물론 지역구에서 이들이 일하는 것을 보았다는 증인도 없고, 출입증, 뱃지도 발급되지 않았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경찰이 지난 1월 31일 하원을 압수수색했을 때 페넬로프의 고용계약서가 여러 장 발견되었다. 1998년에 피용 의원과 보좌관 마담 피용 간에 체결된 것이다. CDI 계약인데 2002년까지 유효하며 총월급(분담금 공제 전)은 20,752 프랑 (약 3193 유로). 문제는 고용 계약서는 있지만 실제로 일을 했는가?인데, 그 외의 기간에는 고용 계약도 체결하지 않았으며 일을 했다는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 일반 보좌관 월급의 두 배, 세 배를 받은 점 등이다.

더 큰 문제는 도덕성이다. 프랑스는 총인구 6700만 명 중, 약 15백만 명이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빈곤층 이하의 소득, 추운 겨울에 난방비가 없어서 떨면서 지내는 사람들, 비좁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무주택자들로 볼 때, 국회의원, 장관, 총리라는 관직의 지나친 욕심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이어서 2월 1일자 르 몽드 및 2일자 인터넷 신문 메디아 파트(Média Part)는 프랑소아 피용 자신이 2012년 6월 7일 설립한 카운셀링 회사 2F Conseil로부터 2012~2015년 사이 750,000 유로의 자문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이 회사의 고객 및 계약이 투명하지 않고, 회사의 비용으로 피용이 카자흐스탄, 레바논 등 여러나라를 여행을 했고, 이미지가 좋지 않은 고위 인사들을 만났다는 점이다.

거기다 2월 2일 저녁 국영 A2 TV 시사 프로그램 ‘특파원’ (Envoyé spécial)에서 페넬로프가 2007년에 영국 일간지 선데이 텔레그라프(Sunday Telegraph)와 한 인터뷰에서 페넬로프는 ‘자신은 가정주부이고,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남편의 정치 활동을 먼 발치에서 적극 내조했다고 말했다.

피용 사건과 유사한 대형 사건들이 과거에도 있었다.

검소하고 청렴한 정치인으로 자처하던 피애르 베레고보아 (Pierre Bérégovoy) 사회당 총리 (재임 1992년 4월 ~ 1993년3월)가 1986년에 친구에게서 무이자로 100만 유로를 빌려 파리 16구에 아파트를 샀다고 카나르 앙셰네가 폭로했다.하원 총선을 앞둔 시기였다.

자신의 명예에 치명상을 입은 그는 1993년 5월 1일 자신의 출신지인 느배르(Nevers)에서 권총 자살했다.

장 티베리 (Jean Tibéri) 전 파리 시장 (재임 1995~2001)에 대해서도 카나르 앙셰네가 파리5구에서 유령 투표자를 동원했고, 부인을 위장 취업시켰다고 폭로했다. 이런 사건들로 파리고등법원에서 장 티베리는 집행유예 10개월, 벌금10,000 유로에 3년 선출 불가 (inéligibilité) 형을 받았다.

작크 시락 파리 시장 (재임 1977-1995)과 알랭 쥐페도 부시장 시절에, RPR 당원들을 파리 시청 직원으로 위장 채용하여 월급으로 3천만 유로를 지급한 사건으로 작크 시락과 알랭 쥐페가 형을 선고 받은 적도 있다.

언론의 ’페넬로프 게이트’ 폭로로 일은 이미 벌어졌다. 페넬로프 피용 유령 고용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프랑스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경찰 수사팀이 이를 검찰로 넘길지, 피용 후보가 대선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아니면 물러나고 대체 후보를 세울지, 피용 후보에 대한 민심이 어떻게 돌아갈지... 불과 1월 20일경까지만 해도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 되었던 피용 후보가 부인의 허위 고용 부패스캔들로 몰락해 버리고 말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페넬로프 피용 유령 고용 폭로가 있은 후 실시된 여론 조사 결과는, 대선 1차 투표에서 피용이 탈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1일과 2일 실시된 BVA 여론 조사에서 대통령 선거 1차투표 예상 득표율은 :

 

1) 마린 르펜(Marine Le Pen), 국민전선 (Front National), 25%

2) 엠마뉴엘 마크롱 (Emmanuel Macron), 나가자 (En Marche), 21-22%

3) 프랑소아 피용 (François Fillon), 공화파 (LR, Les Républicains), 20%

4) 브노아 아몽 (Benoit Hamon), 사회당 (Parti Soci9aliste), 16-17%

5) 장-뤽 멜랑숑 (Jean-Luc Mélanchon), 복종하지 않는 프랑스 (La France Insoumise), 11-12%

6) 니콜라 뒤퐁-애냥 (Nicolas Dupont-Aignan), 일어서라 프랑스여 (Debout La France), 1%

7) 야닉 자도 (Yannick Jadot), 유럽 환경 녹색주의자 (EELV, Europe Ecologie Les Verts), 1%

8) 필립 푸투 (Philippe Poutou), 반자본주의 신정당 (Nouveau Parti Anticapitaliste), 0,5%

9) 나탈리 아르토 (Nathalie Arthaud), 노통 투쟁 (Lutte Ouvrière), 0,5%

2차 투표에서는 엠마뉴엘 마크롱(66%)이 마린 르펜(34%)에 이기고, 엠마뉴엘 마크롱(60%)이 프랑소아 피용(40%)에도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18세 이상으로 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프랑스 인구를 대표하는 표본 9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앙케트 결과.

 

 

【이진명 / jinmieungl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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