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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을 맞이하여 봄날의 대향연을 즐겨보는 ‘정원(Jardins)’으로 초대한다. 인간의 오감을 즐겁게 하는 꽃과 나무, 나비, 곤충들의 풍성한 대잔치가 펼쳐진 이색전시장 ‘정원’이 파리 그랑팔레에서 7월 24일까지 펼쳐진다. 

정원은 자연의 선물을 마음껏 구가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 놓은 한정된 공간이면서 동시에 자유감을 느끼게 하며 누구나 삶의 환희를 맛보는 곳이다. 자연과 인간의 완벽한 합작예술품, 정원은 시공을 초월하여 아티스트들에게는 창작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이번 그랑팔레의 기획전 ‘정원’은 사소한 풀잎 하나라도 르네상스시대부터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각 거장들에게 어떻게 예술적 영감을 고취시켰는지를 반추한다. 민들레, 붓꽃, 도라지꽃, 고사리, 도토리, 새, 나비, 달팽이 등이 총동원된 전시장은 그 자체가 하나의 정원이나 다름없다. 유화, 수채화, 데생, 조각, 조형물, 사진, 비디오, 공예품들이 총집결되면서 인간과 자연의 완벽한 하모니를 부각시킨 현장이다. 

 

▶ 시공을 초월한 영감 모티브

 

르네상스시대를 대변하는 뒤러(Dürer, 1471-1528년)의 ‘제비꽃(1494년)’을 시작으로 ‘그늘진 가로수길’의 프라고나르, ‘공작새가 있는 겨울풍경의 정원’을 그린 뷔야르, 모네, 세잔, 클레, 피카소를 거쳐, 2017년에 제작된 작품들까지 총망라한다. 

노란 꽃으로 뒤덮인 나뭇가지를 모티브로 제작한 오딜롱 르동의 대형화폭(1900-1901년), 남불에 피는 아칸서스라는 들꽃을 모티브로 한 마티스의 콜라주기법 ‘아칸서스(Acanthes, 1953년)’도 눈길을 끈다.

 

사진예술의 거장 만 레이(1890-1976년)의 화폭 ‘목련꽃(1930년)’과 동시대 사진작가 이모겐 커닝햄(1883-1976년)의 사진 ‘목련꽃(1925년)’도 나란히 전시되어 눈길을 모은다. 

자코메티의 조각품 ‘인간과 나무(1952)’의 초벌데생을 비롯하여, 주변에서 발견되는 식물과 곤충을 모티브로 하는 현대작가들의 영상필름과 인화사진, 잉크뿌리기 등 다양한 기법의 데생이나 추상화들도 대거 참가했다. 

 

‘정원’이라는 테마에서 베르사이유 궁전 등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유명 고성들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고성들의 정원, 식물원, 야채밭을 배경으로 16세기 이후부터 다양한 시각으로 그린 스케치, 데생, 수채화, 유화그림, 현대작가들의 사진, 비디오동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각도로 펼쳐진다. 파리 몽소공원을 비롯한 다른 유명 공원들도 마찬가지다.

 

‘정원’의 주인공은 단연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 에밀 클로스(Claus,1849-1924년)의 맨발에 화분을 안고 있는 모습을 담은 ‘노인 정원사(1885년 작)’을 포함, 아티스트들의 눈에 비친 정원사들의 다양한 모습도 소개된다. 

 

특히 세잔의 유화작품 ‘정원사(1906년)’와 뒤뷔페(1901-1985년)의 콜라주기법 ‘정원사(1959년)’의 두 화폭이 대조를 이루며 눈길을 끈다. 뒤뷔페의 ‘정원사’는 말린 잎들로 몸통의 윤곽을 만들고 꽃잎으로 두 눈을 장식하는 특수기법으로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말린 배추를 포함한 각종 식물, 꽃잎은 뒤뷔페가 평소 즐겨 사용했던 콜라주기법의 재료이다. 

 

▶ 극치를 이루는 화려한 공예품, 조형예술

 

정원사들에게 필요한 삽, 물뿌리개, 괭이 등 각종 연장들도 선보인다. 또한 꽃과 곤충들을 모티브로 제작된 화려한 조형물과 공예품들 역시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정원의 본질적인 요소는 단연 흙. 프랑스 르와르 지방에서 채취된 400개 종류의 흙으로 자연색깔이 지니는 다양한 뉘앙스를 펼쳐 보이는 조형전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흙으로 구운 각종 열매들뿐만 아니라, 투명한 색감을 미묘하게 발산하는 각종 화초들의 유리공예품들 역시 눈요기 감으로 제격이다. 유리로 제작된 대형조형물 ‘동굴 속의 분수(2016년)’은 다양한 뉘앙스를 지닌 투명한 푸른 색감들이 동굴 안에서 절묘하게 뿜어 나오면서 이를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으로 빨려들도록 한다.

 

이뿐만 아니라 유명 보석브랜드사 카르티에와 반클리프 아펠도 특별찬조 출연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빛을 발산하는 꽃, 잠자리, 나뭇잎, 꽃잎 모형의 각종 보석류들을 보자면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할 정도이다. 작은 구슬을 엮어 만든 노란 미모사 꽃다발역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이렇듯 다양한 아이디어와 톡톡 튀기는 창작력, 모던감각이 물씬 풍겨나는 흙, 유리, 구슬, 보석 등을 이용한 조형물, 조각품, 공예품들은 시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식물, 곤충세계로의 여행을 인도한다. 

 

▶ 꽃 풀잎 나비를 향한 섬세한 감수성

 

나무에서 들꽃, 나리꽃을 거쳐 작은 완두콩, 달팽이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마련된 시공을 초월한 ‘정원’에서 한 독특한 분위기를 간파할 수 있다. 작가들의 자연 사랑과 섬세한 관찰력, 동시에 그 관찰대상으로부터 몇 발자국 떨어져 그들만이 지니는 상상력과 감수성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감상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뒤러의 ‘매발톱 꽃(Ancolie, 1526년)’의 경우 평범한 들꽃 하나를 화폭에 그대로 옮겨놓으면서 섬세한 관찰력과 동시에 여성적인 감수성을 담았다. 들라크르와가 1845년에서 1850년 사이에 그린 수채화, 양귀비꽃, 팬지꽃, 아네모네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각종 나뭇잎, 들꽃, 풀잎들을 정성들여 말려 종이에 곱게 붙여놓은 각 시대의 낡은 식물도감들에서도 독특하고 섬세한 감수성이 물씬 풍겨 나온다. 여기에는 앙리 루소(1844년-1910년)를 비롯하여 폴 클레(1879년-1940년)가 제작한 5개 식물표본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 거장들이 들판에 핀 들꽃 하나, 사소한 풀잎 하나에도 무심하지 않았으며, 허리 굽혀 꽃잎을 따서 정성스럽게 말린 후 종이에 붙였다는 데에 신선한 놀라움마저 선사한다. 콜라주기법에 말린 꽃잎과 식물을 즐겨 사용했던 뒤뷔페처럼, 거대한 유화화폭 앞에서 강하게 붓질하는 강인한 남성상에는 섬세한 소녀적인 감수성이 오버랩 되어있다.

 

‘정원’의 홍보포스터로 선정된 클림트(1862-1918년)의 대형 유화화폭 ‘공원(1910년 작)은 밀집된 나무들의 이미지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추상적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렇듯 머리와 가슴을 꽉 죄어오는 난해한 전시품들이 아닌, 작은 꽃잎을 향한 한줌의 감수성만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아무런 콤플렉스 없이 즐겨보는 정원의 현장이다. 

 

그랑팔레의 기획전 ‘정원(Jardins)’ 

 

2017년 3월 15일부터 7월 24일까지, 

월, 화, 수, 목, 일(10시-20시), 

금과 토(10시-22시)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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