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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찰 총격에 화교 사망 후폭풍 … ‘인종차별’ 분노 쌓인 중국인 연일 시위 

경찰 “흉기 휘둘러 쏴” 해명했지만, 파리-마르세유 등으로 시위 확산

 

프랑스 파리에 살던 중국인 남성이 현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에 거주중인 중국 교민들은 이 사건을 ‘인종차별’로 규정하고 일주일 이상 대규모 항의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도 연일 프랑스 당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번 사건은 양국 외교 관계에까지 불똥이 옮겨 붙고 있다.

 

지난달 26일 밤, 파리 19구에 거주하는 중국인 화교 류 샤오요(57) 씨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에서 비롯됐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일요일 저녁 8시 15분 파리 19구 퀴리알(Curial) 아파트 단지의 한 아파트에서 가족끼리 싸우는 소리가 나며 칼을 든 사람이 복도를 서성거린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 3명이 출동했다. 경찰이 건물 아래 도착했을 때 류 샤오요 씨는 발코니에 나와 경찰이 이해하지 못하는 중국어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류 씨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고,경찰이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이후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경찰과 가족의 진술이 달랐다.

경찰은 고성과 비명이 들려 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는데도 열어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경찰이 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남자가 가위로 경찰을 찔렀다. 경찰은 방탄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 류 씨가 다시 위협을 가할 것으로 판단, 문 뒷 쪽에 있던 다른 경찰이 총을 발사했다. 한 발 발사되었는데, 류 씨의 가슴에 맞았다. 거리는 2미터.

 

‘프랑스의 중국인’ 페이스북에 올린 비디오에서 가족들은 ‘경찰은 사복이었고, 문을 두드렸을 때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그들은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진짜 경찰인지 가짜 경찰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손에 든 가위는 아침에 산 생선을 다듬기 위한 것이었다.’고 딸들이 말한다.

경찰 3명과 류 씨의 딸 4명이 현장에 있었다. 류 씨의 부인과 딸 한 명은 외출 중이었다.

 

한편 류 씨는 2012년에 창문을 통해 밖으로 물건을 내 던진 혐의로 경찰청의 정신병 의무실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2016년에는 류 씨가 철봉을 들고 복도를 서성거리는 것을 이웃이 신고한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프랑스 내 중국인 사회는 분노에 휩싸였다. 이튿날 저녁 파리의 중국 교민 150여명이 19구 경찰서 앞에서 경찰차를 불태우고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인 이래 시위는 연일 계속됐다.

주말인 2일 저녁에는 파리의 레퓌블릭 광장(Place de la Républiaue)에서 수천명의 중국 교민이 참석,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흰 장미 한 송이씩과 촛불을 손에 들고 사망자 류를 추모했다.

 

중국인 사회단체들이 조직한 이 시위에는 6000여 명이 참가하여 ‘정의, 진실, 평화’ 등의 구호와 ‘과잉진압, 살인경찰’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히 항의했다.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경찰은 최루탄을 쏘기도 했고 시위 과정에서 40여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시위는 남부 프랑스 마르세유 등 각지로 확산됐다.

 

시위 확산 배경에는 프랑스 거주 화교들이 그동안 쌓였던 ‘인종 차별’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위대는 ‘식민주의 경찰’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영국 BBC는 “프랑스에서 중국인들은 나약하다는 인식 때문에 오랫동안 일상적 차별에 시달렸고 현금을 소지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경찰 정보국(DGSI)은 이 시위가 자발적인 것만은 아니고, 프랑스에 압력을 가하도록 중국 당국이 뒤에서 조종하는 면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르 파리지앙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 정보국은 중국인들의 평화적인 시위에 극좌 폭력배들과 마피아 조직도 섞여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범죄조직들이 중국인 사회에 침투하여 젊은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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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 류 씨 사건의 명확한 해명 요구

 

중국 외교부는 3월 27일, 프랑스 정부에 프랑스 거주하는 화교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여 류 씨 사건이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중국 내에서 반 프랑스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3월 29일 상하이에서는 프랑스인 남성이 폭행을 당해 부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중국인 가해자(27세)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었는데 정신이상자라고 발표했다.

주중 프랑스 대사관은 중국 거주 프랑스인 사회에 보다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인구 2천4백만 명인 거대 도시 상하이 주재 프랑스 영사관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프랑스인 인구는 12,000명인데, 실제로는 16,000명에서 20,000명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류 씨 사망의 정확한 경위 및 경찰의 정당방위 여부 등 2건에 대한 조사가 검찰에 의해 진행 중이다.

 

검찰, 경찰의 행위가 실수냐 정당방위냐를 가려야

 

2010년과 2011년에도 19구의 벨빌(Belleville) 가에서 중국인들이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파리와 교외에 거주하는 이 중국인들은 경찰의 과잉단속과 폭력행사에 불만이 높았다.

 

많은 중국인 상인들과 관광객들이 절도나 강도 피해를 받는데, 피해 신고를 접수하러 온 중국인들을 대하는 경찰의 태도가 불손하고 무뢰하다는 것이다. 또 절도나 강도 사건이 나도 경찰은 이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중국인들이 불어를 잘 못하는 것도 경찰의 오만한 태도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10,000여 명의 중국인들이 거주하는 오베르빌리에(Auvervilliers) (센느-생-드니 도)에는 최근 1년 사이에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절도 및 강도 사건이 35건에서 105건으로 3배나 증가했다. 경찰이 밝힌 이 수치는 실제보다 훨씬 적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하루에도 대여섯 건의 습격 사건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핸드백을 소매치기 당하거나, 자동차를 도둑맞고, 강도를 당하기도 하는데, 분위기도 험악해져 전에는 ‘봉주르’라고 인사를 하던 프랑스인들이 외면하는 것은 물론, 중국 여자를 보면 ‘창녀(pute)’라며 수군대기도 한다는 것이다.

작년 8월 12일 오베르빌리에에서 중국인 봉제업자 장 차올린(49세) 씨 살인 사건이 있었다. 중국인들은 그가 중국인이었기 때문에 죽었다고 말한다. 8월 21일 중국인 2000여 명이 참가한 시위가 벌어졌다. 장 씨 가해자 3명은 15~19세의 남자들로 중국인은 몸에 현금을 많이 지니고 다닌다는 소문 때문에 피해를 당했다.

이곳에서 일한 할리미(Ilhan Halimi)는 유태인이기 때문에 죽었다. 유태인은 부자라고 알려져 있고, 몸값을 요구하면 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납치되었다가 결국은 죽음을 당했다.

 

중국인들은 류 씨 사망 사건을 지난 2월 초에 성추행을 당한 테오(Theo) 사건과 유사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중국인 상인들은 불안하여 지키는 사람이 없을 때는 가게의 철책을 내리고 자물쇠로 단단히 잠근다고 한다. 사소한 일로 경찰과 마주치면 경찰이 욕부터 하고, 멸시하고 모욕을 준다고도 말한다.

때문에 중국인 사회단체들은 자체 방어(호신) 강의도 실시한다. 동네별로 중국인들 자체 보호 위원회도 구성되었다.오베르빌리에 시 의회 의원 15명이 아시아계다.

경찰서는 중국인 통역을 고용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데, 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종 차별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위기는 좀체로 줄지 않고 있다. 이에대한 대책으로 오베르 빌리에 메리엠 데르카우이 (Miriem Derkaoui, 공산당) 시장, 발레리 페크레스 (Valérie Pécresse, 공화파) 일-드-프랑스 지역 의회 의장 등도 관심을 가지고 경비 인원을 늘리고, 모두를 위한 안전 장치도 만들자고 제의했지만,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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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명 / jinmieungl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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