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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관광 명소인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기상 악화로 53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를 겪고 있다.

일주일 째 지속된 악천후로 지난 12일 침수된 산마르코 광장을 비롯, 베네치아의 80%가 물에 잠겼다.

만조의 높이 1.87m는 1966년 이후 53년만에 가장 높다. 1923년에 만조 기록이 시작된 이후, 1966년 11월 4일 1.94m에 이어 이번이 두 번 째 기록이다. 

 

이번 침수로 78세의 노인이 감전사하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인명피해가 났다.

카페의 테라스는 물에 잠겼고 집기와 기물들이 떠내려갔다. 역사적인 호텔, 상점들, 호화로운 그리티(Palais Gritti)도 물에 잠겼고, 벽에 걸린 타피스리도 위협을 받고 있다. 

 

문제는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 인류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베네치아의 역사적인 문화재들이다.

대운하를 따라 있는 박물관, 50개 이상의 성당, 산마르코 대성당 등 유서깊은 건축물, 예술품까지 다수가 훼손됐다.

 

산마르코 대성당은 828년에 건축되었고, 1063년 화재 후에 재건축되었다. 1100년의 역사상 침수가 5번 있었는데, 그중 3번이 지난 20년 사이에 있었다고 한다.

침수로 인한 피해액은 1억 유로(잠정 1조원 대)에 이른다. 이탈리아 정부는 베네치아를 천재지변에 따른 국가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2천만 유로를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른다.

 

이번 사태가 해수면 상승에 대비할 준비를 게을리 해 벌어진 인재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매년 닥치는 재해 앞에 속수무책인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고, 아무리 큰 비용이 들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모세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기후변화로 수몰 위기 직면한 베네치아…  ‘모세’가 구할까?

 

베네치아는 원래 118개의 크고 작은 자연 섬과 기둥 위에 세운 인공 섬들을 연결하여 조성된 도시다. 이번 침수의 수위가 1.87m라고는 하지만, 도시 자체가 통상 1~1.3m 해수면 아래에 있다.

 

베네치아가 바다 위에 건설된 도시인 탓에 매년 지반이 약해져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만약 베네치아가 이대로 침몰한다면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이탈리아에게는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1966년 194㎝의 조수가 몰아쳐 도시 전역이 물바다가 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자, 정부는 내로라하는 유명 엔지니어들을 불러모아 1984년 ‘모세(MOSE)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베네치아의 침몰 가능성에 대비하여 베네치아와 아드리아 해 사이에 있는 석호에 플랩게이트라 불리우는 방벽을 세우는 프로젝트다. 

이는 길이 20m, 높이 30m, 무게 300t의 대형 금속제 방벽 78개를 연결하여 베네치아와 연결된 3개의 석호 바닥에 설치함으로써 바닷물의 범람을 막는다는 계획인데, 평소에는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방벽은 침수 위기 때 압축공기를 주입해 부력으로 일으켜 세우는 방식이다. 

 

MOSE는 ‘실험적 전자기계 모듈’(Modulo Sperimentale Elettromeccanico)로 번역되는 이탈리아어 약자다. 홍해를 갈라 이집트에서 히브리 민족을 구출한 이스라엘의 종교 지도자 ‘모세’를 연상시키는 명칭이다.

투입된 금액은 약 7조로, 2003년에 착공하여 2011년에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이탈리아의 다른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그렇듯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환경보호론자들과 일부 정치인들이 다른 대안을 찾자며 의도적으로 사업을 지연시키는가 하면 시 당국의 예산 부족으로 공사가 자주 중단되었다.

 

2014년에는 일부 정치인들이 공사 입찰 과정에서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는 등의 부패 스캔들이 드러나며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이런 가운데 완공 시점은 2016년에서 2021년으로 5년 연기됐고, 사업비도 애초 16억 유로에서 55억 유로로 3배 가까이 불었다.

일각에서 이번 재해가 사실상 인재(人災)에 가깝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베네치아 일부 시민들은 모세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한 사이 시 당국이 지난 30년간 매년 반복되는 수해를 막기 위해 어떤 대안을 강구했느냐며 볼멘 목소리도 낸다.

최근의 홍수 사태를 계기로 일단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는 모세 프로젝트 완공의 필요성과 긴급성 등을 대체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정률이 90%를 넘긴 이 시스템의 장기적인 홍수 예방 효과를 두고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시스템을 설계한 엔지니어들과 시 당국은 시스템이 가동되면 최대 3m 높이의 조수까지 차단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강조하지만 일각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조수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만큼 장기적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네스코도 2011년 보고서에서 “모세 프로젝트가 향후 몇 년간의 홍수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해수는 결국 이 시스템이 막을 수 없는 수위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는 베네치아시가 이 거대한 구조물을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는데 연간 1억유로나 들고 바닷속에 설치된 구조물 일부는 벌써 부식이 시작돼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모세 프로젝트, 수몰 위기에 놓인 베네치아의 구세주가 될 것이냐, 아니면 ‘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냐?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덮친 최악의 홍수 사태로, 모세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 홍수피해 복구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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