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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 지중해 도시 망통은 뜨거운 햇살 사이로 시원한 바다 바람이 부는, 레몬축제로 유명한 휴양도시다. 이탈리아 국경에서 20Km 떨어져 있고 모나코, 에즈, 니스, 비오트, 앙티브 등 유명 관광지와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코발트블루 빛 항구에는 먼 항해에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하얀 배들이 정박해 있다. 바다를 마주하는 남알프스 산들 위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흐르고 땅들은 지중해 여름햇살에 바싹 말라가고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와 올리브 나무는 한 번씩 불어오는 바람에 낮은 몸짓의 춤을 추고 있다. 세상의 아름다움에 물든 마음은 어느덧 평온해지고, 사람의 손길이 머문 마을들은 옛스러움으로 더 빛난다. 지극한 평화로 가득 채워진 지중해로의 여름휴가는 내년 여름이 오기 전까지 잘 살라는 자연의 선물이다. 

 

 

아름다운 중세 마을 비오트

 

여행 중에 찾은 모나코가 최고의 장인들이 만든 자동차와 명품으로 창의적인 인간의 재능을 숨김없이 보여주며 호화로운 선박과 카지노의 화려함으로 빛난다면, 니스는 샤갈과 앙리 마티스를 만나는 예술과 서민의 삶이 공존하는 볼거리 많은 도시다. 에즈는 프로방스 지방의 숨은 보석으로 인간의 손길이 얼마나 섬세하니 자연과 어우럴 질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도시마다 색깔이 다르듯, 마을도 색깔이 다르다. 그중에서 비오트는 작은 마을로 로마인들에 의해 돌로 지어진 집들이 낡아가고 있지만, 그 낡음이 더 견고하게, 더 부드럽게 햇살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전생에서 살았던 곳인가 싶을 만큼 와본 듯한, 고향에 돌아온 듯한 편안함이 있다.

 

비오트(Biot)는 발음기호가 “Biotte”이다. 비오트는 중세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장식 도기와 유리도기로 성장하며 유명했던 마을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다.  광장을 둘러싼 가게들의 수공예품은 아기자기하니 예쁘고, 유리공예품 가게들은 긴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듯이 아름다운 제품들로 눈을 즐겁게 한다. 작은 갤러리들에서는 비오트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예술적 감수성을 나누어준다. 창문마다 꽃들이 방긋방긋 웃고, 동네 주민들이 나무 그늘 아래서 환담을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골목골목은 낡아가는 건물들만이 지어내는 체념이 아닌 너그러움으로 따듯하다.

 

고향 같은 포근함으로 안아주는 마을을 사랑한 예술가가 있다. 튜비즘의 대가인 페르낭 레제(Jules Fernand Henre Léger, 1881-1955)로 그는 짧은 시간 비오트에 살았지만, 그를 기리기 위한 미술관이 마을 안에 있다. 

페르낭 레제는 노르망디 아르장탕의 목축농의 집안에서 태어나 캉에서 건축가의 도제 일을 하다가 파리로 이주해 건축 제도공으로 일했다. 그러다가 뒤늦게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파리의 미술학교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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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인상파와 신인상파의 영향을 받은 그림을 그리다가 야수파의 영향을 받은 작업으로 바뀌어갔다. 레제는 세잔의 회고전을 본 후에는 화면 구성이 달라지며 입체파의 화가로 추상화에 가까운 작업으로 변화를 보였다. 이어 세계 1차 대전에 참전했을 때  주변에 있는 비행기, 대포, 칼 등을 그리며 기계가 가진 미학을 발견하면서 그림에 변화가 또 찾아왔다. 기계와 인체에 대한 표현이 달라지며  평면과 입체, 입체와 입체의 대비로 그만의 화풍으로 독창성을 이루며 원통형으로 표현한 “튜비즘”양식을 남기었다. 

레제는 유화 작업뿐만 아니라 벽화, 소묘, 성당의 모자이크 장식화, 도자기, 태피스트리 등의 작업도 할 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예술가였다. 

 

레제는 아름다우면서 연중 해가 있는 비오트에 작업실을 1955년에 마련하고 작업을 계속 했다. 그러나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몇 개월도 체 되지 않았다. 그가 비오트에서 생을 마감하자 레제의 부인 나디아는 비오트를 사랑한 레제를 기리기 위해 그의 작업들을 채운 미술관을 주변의 도움을 받아 세웠고 곧 미술관은 국립미술관으로 격상되어 프로방스 지방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아름다운 비오트까지 올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프랑스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라면 레제를 만나보고, 작은 마을안의 햇살에 마음을 맡겨보자. 알프스와 지중해의 속삭임에 마음이 달콤해 질 것이다. 

 

Musée national Fernand Léger

Chemin du Val de Pome 06410 Biot

Tél: 33 (0)4.92.91.50.20

개관시간 : 10시 ~ 18시 (화 휴관)

 

 

【프랑스(파리)=한위클리】조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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