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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Bourges)를 찾은 날은 ‘음악축제의 날’이었다. 낮에는 청명했던 하늘이 오후부터 흐려지기 시작해 비구름이 낮게 몰려왔다. 중세 도시 안 곳곳에는 무대가 설치되었고, 차량이 통제되었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광장, 거리, 골목 사이에는  음악으로, 사람들로 채워졌다. 

음악 소리로 깨어난 부르주는 중세와 현대의 묘한 화음으로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변해 낯선 이방인을 유혹하고 있었다.

 

 

부르주의 역사 

 

부르주는 파리 남쪽에서 2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이다.  한때 배리라 불리던 프랑스 중부 지방의 수도 역할을 했었던 유서 깊은 도시이자 3세기에 고대 로마 도시인 아바리쿰(Avaricum)이 있던 곳으로 갈리아 최초의 그리스도교 숭배가 있던 곳이었다. 

1100년 이후 부르주는 상업도시로 번창하며 규모가 커졌고 샤를 7세가 영국 부르고뉴파에 의해 폐위된 후 이곳에 체류하며 대학을 설립했고 많은 종교회의가 개최되었다. 

 

기독교 역사가 깊은 만큼 부르주에서 가장 유명한 유적은 부르주 생텐티엔 대성당(Cathédrale Saint-Étienne de Bourges)이다. 대성당은 1195년에 건립을 시작하여 1324년에 완공되었다. 그 이후로도  파손, 공사 문제 등으로 크고 작은 보수가 19세기까지 계속 되면서 건물 일부에 고딕양식 이외에 다른 양식들이 함께하며 독특한 고딕양식의 건물로 남게 되었다.  폭15m, 길이118m의  본당 회중석을 갖춘 오랑식(五廊式) 성당인 생텐티엔 대성당은 독특한 고딕양식에, 고딕양식과는 차별화된 특이한 구조의 복도와 아름다운 조각, ‘성서의 이야기’와 ‘종교적 상징’이 섬세하게 담긴 스테인드글라스 등의 고딕예술을 대표하는 위대한 걸작으로 꼽힌다. 또한 중세 프랑스에서 기독교 권력의 상징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독특한 건축구조, 조화로운 균형미와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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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의 다른 볼거리들

 

생테티엔 대성당(Cathédrale Saint-Étienne de Bourges) 외에도 자크 쾨르(Hôtel Jacques-Cœur)의 저택, 베리 박물관(Musée du Berry)으로 사용 중인 퀴자 저택(Hôtel Cujas), 구 대주교관등 보존이 잘된 오랜된 저택부터, 프레 피쇼 공원(Jardin des Prés-Fichaux)까지 브르주의 구시가지 전체가 중세도시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잘 보존되어 있다. 골목마다 자리한 반목조 주택은 세월을 따라 퇴색하며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자크 쾨르의 저택은 왕의 성만큼 화려하고 웅장해 ‘자크 쾨르 궁(Palais Jacques-Cœur)’이라 불리기도 한다. 명성이 높았던 상인이자 샤를 7세의 재정 고문이기도 했던 자크 쾨르는 성직자와 귀족들이 독점하고 있던 특권들을 독차지할 정도로 수완이 좋았던 사람이었다. 그의 능력을 보여주듯 15세기 건축물인 저택은  후기 고딕양식에 지붕을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플랑부아야 양식 조각들로 그 당시의 독특한 미를 지닌 민간 건축사를 보여주고 있다. 내부는 나선형 계단, 아름다운 중세 가구, 미술품 등으로 꾸며져 중세 말의 상인이었던 자크 쾨르의 호화로운 삶의 흔적들을 살펴볼 수도 있다.

 

베리 박물관은 갈로로만시대부터 중세까지 프랑스의 역사 유물, 종교, 지역 공예품부터 미술품, 무덤 부장품 등 다양한 소장품을 가진 역사미술박물관이다. 이 밖에도 이집트에서 발굴된 고고학 유물과 민족학 관련 자료도 있다. 16세기 초 부르주로 이주해 이탈리아 상인이 지은 건축물로,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져 우아하며 고풍스럽다. 중세 말  부르주대학 법학교수였던 자크 퀴자(Jacques Cujas, 1520∼1590)가 거주해 퀴자의 저택으로도 불린다. 

 

부르주 장식 미술 박물관(Musée des Arts Décoratifs de Bourges)은 랄르망 저택(Hôtel Lallemant)을 박물관의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건물은 독일에서 이주해온 상인 랄르망 형제의 집으로 15세기 말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르네상스 양식의 조각들로 장식된 건물 정면이 아름답고, 내부도 르네상스 시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고, 우아한 분위기에 유럽 각지의 그림, 조각, 종교 미술품등이 진열되어 있다. 

 

부르주 자연사 박물관(Muséum d’Histoire Naturelle de Bourges)에는 프랑스 중부지방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 서식하는 15만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 표본과 화석, 그림, 모형이 있고, 이것들을 예술, 종교, 신화, 역사, 사회, 과학에 맞추어 전시하고 있다. 다른 박물관들과는 달리 현대식 건축물을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는 중세도시인 브르주에서의 하루는 기독교 역사를, 상업도시의 번성을 보는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곳 브르주가  ‘한여름밤의 꿈’을 준비하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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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파리)=한위클리】 조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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