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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갈 때 보았네,

올려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 은

 

필자가 고은 시인에 대해 아는 것은 위의 시,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다는 것과 군사독재정권에 항거하다 네 차례 투옥된 민주투사라는 것 밖에 없었다. 

매번 고은시인이 초청강연을 위해 파리에 왔을 때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그럴수록 어떤 시인일까 더 관심이 가던 중에  지난 3월 16일 파리 7대학 한국학과에서 고은 시인의 시집 ‘히말라야 시편’에 관한 세미나가 있다고 해서 호기심 가득안고 찾았다.

 

 

고은 시인과 ‘히말라야 시편’

 

파리 7대학 한국학과는 해마다 3월에 한국 작가를 초청해 작가의 강연과 함께 교수와 학생들의 주체로 세미나를 열고 있다. 올 해 고은 시인에 관한 세미나를 연 이유는 시인의 ‘히말라야 시편’이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출판된 의미도 담겨있다. 고은 시인이 직접 세미나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한국학과 교수진과 학생들이 주축으로  시 비평, 시인의 시 낭송과 학생들의 자작시로 이어지며 알찬 프로그램에, 참가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던 행사였다.

 

고은(1933~현재)은 네 차례 옥중 생활을 할 정도로 굴곡 많은 한국 현대사의 증인으로  실천하는 양심과 지성을 보여준 시인이다. 시집, 소설, 수필, 평론 등 150여권이 넘는 저서가 있다. 

‘히말라야 시편’에는 1997년 7월에 40일의 일정으로 티베트를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을 표현한 시117편과 6개의 기행문이 담겨있다. 이때 고은 시인은 60세를 지난 나이로 험한 히말라야를 걸으며 고산증에 시달려 귀국 후 일 년 동안 집필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힘든 여정이었고, 사경을 헤매면서 만난 자연은 그 보다 더 위대했고, 신비했다. 이런 자연의 마력은 시인의 어려운 역경 앞에서 더 온전하게 자신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고은 시인은 이 여정에서 히말라야의 꽃, 사람, 짐승 등 생명 있는 존재들이 살아내는 것은 자연에 순응하는 고행과 절제를 통한 것임을 보고는 그들이 수행자임을 깨달았다. 특히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건강과 평화와 미소를 유지하며, 행복을 느끼는 인간의 능력에 대해 감동도 받았다. 

 

티베트 사람들이 태어나 죽어가는 과정은 유연한 자연적 흐름을 따라 사는 것으로, 이것은  느리게 산다는 것으로 연결되어 현대 문명 속의 우리들의 생의 태도에 대한 성찰까지로 이어졌다. ‘히말라야 시편’에서는 이렇듯 대자연 속에서 그가 느끼고 깨달은 느림에 관하여, ‘느린 걸음걸이’로 살라고, 떠나라고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교수진들의 시인과 시집에 대한 설명에 이어 학생들의 낭랑한 목소리로 고은 시인의 시가 낭송되었다. 마지막으로 1, 2, 3학년 학생들의 자작시 낭송이 있었다. 대학에 입학해 한글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는 학생들의 높은 시적 수준에,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시각으로 한국어로 표현된 시는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얼마만큼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지 자작시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진 프랑스 학생들

 

파리 7대학 한국학과 학생은 현재 1학년 150여명, 2학년 70여명, 3학년 40여명이 재학 중이다. 현재 9월에 입학할 신입생 등록 후보수는 500여명에 이를 정도로 한국학과는 다른 외국어학과에 비해 인기가 높다. 

K-POP이나 드라마에 영향을 받아 입학한 학생은 1학년 재학 중에 그만두거나 전과를 원하고, 한국 사회, 문화, 정치, 문학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주로 입학하며 이들은 석사까지 학업을 마칠 만큼 열정적으로 공부한다. 한국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특징은, 한류의 영향으로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연결시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들 대다수는 한국에서 일을 찾고 싶어 하며, 지금 한국 정치 문제와 한국의 문화에 관심이 높다. 

이런 프랑스 학생들의 관심은 라로셸대학, 파리동양어대학(INALCO)의 한국학과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높은 것에도 나타난다. 대학이 아닌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등에서의 한국어 수업을 듣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느는 만큼 프랑스 정부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2015년 9월, 올랑드 대통령은 한불수교 130주년에 맞추어 한국어를 바칼로레아 필수선택인 제2외국어 과목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제 대학 입시 시험인 바칼로레아에서 한국어 시험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칼로레아서 외국어 시험은 제1, 2, 3 외국어로 나뉘는데, 필수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는 외국어로는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23개 언어다. 한국어는 제3외국어였는데 2016년부터 제2외국어 필수과목으로 들어가게 됐다. 제3외국어를 선택해 시험 보는 것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칼로레아 성적에 추가 점수만 적용된다. 

2015년 현재 프랑스 전역의 3개 공립 고등학교에서 총 10개 학급이 개설되어 약 250여 명이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이렇게 고등학교에서 프랑스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프랑스에 살고 있는 교민들로 결성된 한불언어문화교육자협회(AFELACC, Association Francaise des Enseignants de Langue et Culture Corennes)의 노력에서 나온 결과물이기도하다.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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