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는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을 알리라.

 

강형, 잘 아시겠지만 위에 인용한 싯귀는 1969년 39세의 나이로 요절한 신동엽 시인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입니다. 그는 이 시를 통해 해방 후 50~60년대를 뭐가 뭔지도 모르고 앉은 자리에 터닦고 살아가던 우리 땅의 거민들을 상대로 말 걸기를 시도했습니다.

 

그는 이밖에도 '껍데기는 가라' '아사녀' 등의 시를 통해 직접적으로, 때로는 휘돌려서 잠자고 있는 대중들의 의식에 망치질을 가했습니다. 그의 시들은 자신들이 탄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나름 희로애락하며 살아가는 대중들의 '타이타닉 현실주의'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거의 50여 년 전에 쓴 신동엽의 시가 현재의 한국 사회에, 특히 우리가 속한 단체에도 여전히 통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 앞에 탄식을 금할 수 없습니다.

 

강형, 남북분단의 세월이 끝없이 길어지면서 우리땅에서 처절하게 경험했던 것은, 깡그리 부정하거나 깡그리 인정하는 '절대부정' 또는 '절대긍정'을 강요하는 세상이었습니다. 이게 소위 말하는 ‘분단의 의식구조’라는 거겠죠?

 

무서운 것은, 이런 의식구조가 ‘상식’으로 통하는 삶을 너무 오래 살다보니,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물을 객관화시켜 놓고 바라볼 수 있는 정상적인 인식 체계가 깨어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오랫동안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인지 부조화’의 중병을 앓고 살아온 게 아니던가요? 그래서 통일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닐까요?

 

언젠가 함석헌 선생께서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뜻이었음이 분명하다 하겠습니다. 실존철학을 빌리자면 '절대자 앞에 단독자로 선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우린 이거 참 못하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가져다 준 것을 내것인양 살아온 게 아니던가요?

 

아아, 주체적으로 건전하게 사고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어떻게 해야 "먹구름 걷어 내고, 쇠항아리 들어내고, 티없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일까요.

 

무엇보다도 건전하게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자명한 것으로 전제하고 아예 답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되질문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사물을 되짚어 보고, 세상을 거꾸로 보기도 하며, 상대편의 눈으로 나와 우리에 대해 질문하는 겁니다. ‘역지사지’입니다. 우리 이런 거 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누구 하나만 탓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얽히고 설킨 지금이야 ‘정관’도 내려놓고, ‘언론인의 정도’도 내려놓고, ‘명예’도 ‘위신’도 내려놓고, 탁 터진 마음으로 서로가 대화하여 ‘화의’ 타협하는 방법입니다. 두 분이 대화하여 어떤 결론이 나든 모두가 따르기로 하는 겁니다.

 

이밖에 골아픈 현안들은 마음이 합쳐진 다음에 하나씩 뜸을 들여서 정비해도 되는 게 아닐까요?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느쪽도 아니든, 지금이야 우리 모두의 속내는 마음이 합쳐지는 것이 아닐까요? 바둑용어로 ‘아생연후에 살타’를 하자는 겁니다.

 

강형, 소설가 임철우가 ‘1980년 5월 광주’를 피를 토하며 그린 <봄날>에서 인용하고, 저 또한 좋아하던 예레미야 애가의 구절을 강형이 선수쳐서 인용했으니, 제가 평상시 좋아하여 암송하고 스스로를 경계하기를 즐겨하던 성서 말씀을 소개합니다.

 

“야훼께서 열방의 도모를 폐하시며 민족들의 사상을 무효케 하시도다.” (시 33편 10절)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진 것을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치 아니하면 내가 네게 임하여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 (계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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