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팔월 한가위가 다가옵니다. 분명히, 즐거운 날이기는 한데, 덩달아 부모-형제-자매-친족-동기-동창 사이의 사건 사고가 급증(참으로 골(?) 때리는 일이다)하는 경향이 있으니 우리 모두 성질 죽이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10월 4일 수요일이 우리나라 명절인 팔월 한가위이긴 합니다만, 몽골 현지에는 팔월 한가위 명절이 없습니다. 왜냐! 유목문화에는 봄에 모를 심고 가을에 추수한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유목 문화의 근간은 피를 뿌려 도축한 양고기 요리요, 농경 문화의 근간은 땀 흘려 수확한 벼로 지어낸 따뜻한 밥입니다. 몽골인들이 삼시 세 끼 양고기로 만든 음식을 즐겨 왔던 것처럼, 한국인들에게는 따뜻한 밥이 필수불가결할 터입니다.

 

양고기로 만든 음식에는 포크와 나이프가 필요하고, 따뜻한 밥에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필요합니다. 몽골인들에게는 유목 문화가 숨쉬고, 한국인들에게는 농경 문화가 생동(生動)합니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따뜻한 밥은 초원의 풀을 뜯던 양을 잡아 내놓는 고기가 아닌, 김치 같은 채소와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그것은 배추 무, 마늘, 고추 같은 채소나, 또는 몽골 초원에 널려 있는 나물들과 궁합이 맞습니다. 따뜻한 밥 속에 녹아 있는 씨 뿌려 땀 흘렸던 세월들은 한국인들의 마음 속의 영원한 요람입니다.

 

이것은 몽골인들의 이동 생활도, 양고기의 피도 수반되지 않는 바로 정(靜)적인 생활 그 자체요, 따뜻한 밥이 품고 있는 요람은 끊임없는 이동으로 이어지는 드넓은 초원이 아니라,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바로 내가 살던 고향 마을입니다.

 

따뜻한 밥에는 한국인들의 아련한 유년 시절들의 추억들이 담겨 있습니다. 새벽 댓바람부터 어머니들이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 가마솥으로 지어 내던 따뜻한 밥, 그리고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캐 온 누님들의 소쿠리에 담겨 있던 쑥,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들은 따뜻한 밥을 풍성하게 하던 유년 시절의 먹을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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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와 싸우면서, 춘궁기(春窮期), 맥령기(麥嶺期)를 넘기고자 분투했던 우리네 한민족 여인네들이 지어 낸 따뜻한 밥에는, 반찬이랄 것도 별로 없던 시절의 “배 꺼질라, 뛰지 마라!”라던 어머니들의 한탄(恨歎)이 녹아 있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저는 10월 4일 수요일(몽골은 정상 근무일) 오후 4시부터 개최되는 몽골한인회 주최 한인 모임에 참석해 따뜻한 고깃국에 밥을 뚝뚝 말아 맛있게 때려먹을 계획입니다.

 

Happy Full Moon Festival!^.^;;

Alex KANG in UB, Mongolia(2017. 0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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