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체류 글] 몽골 캠퍼스, 2017-2018학년도 제1학기 종강(2017. 12. 15)

 

이번 주로 대부분의 몽골 캠퍼스가 2017-2018학년도 제1학기 종강에 들어가면서 다음 주부터 기말 시험에 들어갑니다.
 

 
짧은 고국 방문 일정을 앞둔 저는, 어제 한국문학 작품 번역 과목 시험 채점과 문제 풀이 설명을 끝낸 뒤, 오늘도 아침 일찍 대학 캠퍼스에 나가 나머지 과목 학기말 시험 채점과 학점 산출을 마무리하고 교내 전산망에 학점 입력 작업까지 완료하였습니다. 참으로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아침에 살짝 내린 눈 탓에 캠퍼스에 주차된 승용차 지붕에는 눈이 아직도 쌓여 있었습니다. 
 

 
각 과목 별 평가 항목은, 1. 출석 2. 리포트 3. 중간 시험 4. 기말 시험 등 모두 4개 항목입니다. 
 
모든 항목 평가가 중요하긴 하나, 제가 제일 중점을 두는 항목은 아무래도 학기말 시험 점수입니다. 하여,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애제자들의 학기말 시험지를 몇 번이고 정독하고 또 정독하여 애제자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학기말에 애제자들에게 학점을 후하게 주려고 노력하나 100점은 쉽사리 주지 않는 편인데, 1학년 애제자 베. 바트친(Б. Батчин=B. Batchin) 군과 엔. 산치르(Н. Санчир=N. Sanchir) 양이 기어이 100점을 획득하고야 말았습니다. 한글맞춤법은 물론이고, 띄어쓰기, 쉼표, 마침표 등등 어디 하나 흠을 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아직 1학년이니 향후 대성이 기대됩니다.
 
가끔, 몽골 애제자들에게 물어 봅니다. "갑자기, 몽골에 이웃 나라가 쳐들어 와서, 너희들한테 '앞으로 너네 몽골어 사용하면 안 된다! 몽골어 사용은 불법이므로, 모두 감옥에 처넣겠다. 앞으로 (이웃 나라의) 우리 말만 써라!' 하면 너희들 어떻게 할래?"
 
애제자들 표정이 갑자기 비장해집니다. 중간 과정 다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끝까지 결사항전 (決死抗戰)하겠다!"였습니다. 몽골 애제자들의 패기(覇氣)가 부러웠습니다. 몽골 민족의 미래가 밝습니다!
 
올해 2017년으로 세종대왕이 나신 지 620돌이자, 훈민정음 반포 571돌이 지난 지금, 그에 견주면 그야말로 별것 아닌 일제 강점 35년이 우리말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치욕(치욕이라고 썼다. 치욕=恥辱=부끄럽고 욕됨=disgrace, dishonor, shame=辱め)의 사슬을 끊고 이제 바야흐로, 한국어가 로봇 태권 브이처럼 힘차게 세계를 훨훨 날고 있습니다. 지구촌 각국이 문화 각축전을 벌이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말과 우리 한글, 그리고 우리 문화가 없었더라면 이 어찌 가능한 일이었겠습니까? 조국 대한민국이 없었더라면 저의 몽골 입국은 없었을 것이고,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저의 몽골에서의 존재 의미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몽골 현지에서 한국어 교육에 나선 사람들은 많은데, 몽골 낱말 한글 표기에 대한 한국어 외래어표기법 준수는 아직도 오리무중입니다. 한국어의 본산 국립국어원의 지침 외래어표기법이 산으로 갑니다. 이거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몽골 캠퍼스 2017-2018학년도 제1학기가 집니다. 몽골 캠퍼스 겨울 방학을 이용한 잠정 고국 방문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새해 2018년 1월엔 1월의 태양이 뜰 것이고, 저는 다시 해맑아질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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