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일간지, 최근 한인타운 '청실홍실' 모임 크게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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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가 결혼 주선 단체인 청실홍실 을 크게 다뤘다. 사진은 모임을 설립한 김제동씨. ⓒ LA 타임스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현재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만혼이 유행이다. 이들 상당수는 30대나 40대에도 데이트를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거나 혼전 동거를 하기도 한다. 이같은 풍토는 자녀의 결혼을 통해 부모의 책임을 마무리 한다는 관념을 지닌 한인 이민 1세대 부모들의 마음을 더욱 애타게 만든다.

특히 자녀들의 온갖 만사를 지휘하며 해결해 온 이들은 자녀의 결혼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무력감을 느낀다. 결혼 중매 상담가들을 찾기도 하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비용은 때로 수천달러가 된다.

이를 보다 못해 6년 전에 LA에서 나이 든 자녀를 둔 한 걱정스런 아빠가 팔을 걷고 나섰다. 의사이자 천주교 부제인 김제동씨는 남가주 천주교 한인 종신부제 협의회와 2010년 추진해 비영리 결혼 주선 단체인 '청실홍실'을 설립했다. 이후 단체는 연 2회정도 모임을 가지며 부모가 나서서 자녀 배우자감을 찾을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고 있다.

청실 홍실의 참가 자격은 종파나 직업을 따지지 않고, 장소 대여와 저녁 식사는 참가비로 해결한다.

이같은 모임을 어렵지 않게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부모가 주선해 자녀의 짝을 찾아주었던 한국의 전통적인 사회문화 탓이기도 하다. 모임 신청자 명단에는 650여명이 들어차 있으며, 주최측은 신청순으로 초청한다.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최근 는 지난 3월 말에 있었던 청실 홍실 모임을 지역 기사로 크게 다루며, 현장 모습을 세세히 전했다.

일요일 늦은 오후, LA 코리아타운내 옥스포드 팰리스 호텔. 이곳에 멀리 오리건과 캐나다에서 자녀의 사진을 들고 온 부모들을 포함해 수 십명의 한인 부모들이 모여들었다. 게중에는 이전 모임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재차 참석하는 이들도 있다.

사회자가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모임의 분위기를 위트있게 이끄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각기 번호표를 단채 9개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면 소개에 나선다.

자녀를 대동하지 않은 부모들은 자녀의 사진과 함께 자녀 신상을 대신 소개하고, 부모와 함께 참석한 몇몇 자녀들은 쑥스러운 듯 짤막한 소개를 했다. 이날도 모임 참가자는 40여명이었으나 결혼 당사자는 10명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부모였다.

부모들은 차례가 돌아오면 대체로 자녀의 연령, 직업, 교육 정도, 취미, 종교, 한국어 능력 등을 털어놓는다.

‘바첼러 No. 647’라는 이름표를 달고 두터운 돋보기 안경을 쓰고 있는 남성은 올해로 30세. 그의 엄마는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 자신의 아들이 책임감 있고 근면하며 집도 소유하고 있는 등 결혼 준비가 완벽하다고 소개했다. 또 그녀는 아들의 취미가 낚시, 하이킹, 독서라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들의 차례가 돌아오자 그는 "그냥 상대방이 착하고 외향적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모임에 참석한 부모들은 자녀들이 자신의 삶이나 경력 추구에 바쁜 나머지 결혼을 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번호 670번을 단 부부는 “애들이 공부하고 학위 따느라 너무 바빴다”며 혼기를 놓쳤을 뿐임을 극구 강조했다. 그러자 아들과 딸 등 두 자녀의 혼기를 놓친 부부는 "영리한 애들이 (결혼 하기가) 더 어렵다"고 맞장구쳤다.

한 테이블에 앉은 세쌍의 부부와 한 남성은 자녀들의 ‘스펙’을 서로 비교하며 아들과 딸들의 사진을 교환한다.

632번을 단 한 엄마는 “38세 미혼 아들과 37세 미혼 딸을 두었다”며 “걱정으로 잠을 설칠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요가와 독서를 좋아하는 프리랜서 작가인 딸은 정신만 바르다면 외모야 평균 정도로 만족한다고. 생명공학 기술자이자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아들은 예쁘고 조용한 여성을 만나기를 원한다.

나이가 각각 41세와 39세인 미혼 아들들을 두고 있는 한 아버지는 이번 모임이 세번째이다. 아들 둘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모두 치과의사라고 소개한 아버지는 지역 한인 신문에 며느리를 찾는다는 광고까지 내보았으나 허탕쳤다고 전했다. 그는 키카 크고 잘 생긴 아들들이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결혼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37세 아들과 직접 모임에 참석한 한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마음이 따뜻하고 이해심이 많은 생명공학 기술자일 뿐 아니라 노래도 좋아하고 샌디에이고 마라톤 완주까지 했다고 자랑을 늘어 놓았다.

모임에서 부모들이 소개하는 자녀들은 하나같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거의 완벽하며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 역량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딸이 가진 것이 별로 없어 부자 사위를 보고 싶다고 솔직히 털어 놓는 아버지도 있다. 딸이 34세라는 아버지는 딸이 남이 울 때 같이 울고 웃을 때 같이 웃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다고 소개했다.

행사에서 소개 시간이 끝나면 부모들은 사진을 돌려보며 서로 대화할 기회를 찾는다. 사회자는 사진을 가로채서 보거나 혹은 자신이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이 다른 이와 대화하는 것에 안달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

실제로 행사장에는 다른 부모와 대화하기를 주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소개시간에 외워둔 번호를 외치며 해당 부모를 찾아 돌아다니는 등 적극성을 보이기도 한다.

청실 홍실은 참가자들의 성공 사례를 추적하지는 않는다. 다만 중매 성사를 본 부모들이 모임에 감사를 표해 오는 것이 전부이다. 6년전 모임 도우미로 참석한 패트릭 박은 이곳에서 사위를 맞은 케이스이다. 그는 참석자 중 한 부모의 자녀 소개에 관심이 갔고 이후 딸에게 남자를 만나보라며 부추겼다. 딸은 처음에는 부모가 중매를 하는 것에 난처함과 의구심을 표했지만 결국 만남이 결혼으로 이어져 이내 손자까지 안겨 주었다.

한편 청실홍실 참석자들이 떠날 때 서로 나누는 인사는 일반인들과 사뭇 다르다. "다음번엔 만나지 말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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