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비치 해변가 '금싸라기땅', 5억 200만달러 제안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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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내 모빌홈 단지인 '브리니 브리즈스' 위치 ⓒ 구글 지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플로리다 남동부 해변가의 트레일러파크(모빌홈 단지) 브리니 브리즈스가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한 개발업자가 무려 5억2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구입가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리니 브리즈스 주민들은 지난 20일 마을 회관에 모여 이 제안을 거절하기로 결정했다. 거주민 중 한 명인 척 스위프트는 "이곳 낙원에서 내 자리가 팔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마이애미선센티널> 21일자에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달 11일 주민회는 익명의 개발자가 5억249만6천 달러를 제안했다고 주민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개발자의 재개발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다는 내용도 첨가됐다.

이 동네는 1958년 자동차에 통조림을 싣고 여행했던 일명 '틴 캔 관광객'들이 돈을 모아 43에이커의 부동산을 구입했다. 1963년에 법인화된 이곳은 당시에는 플로리다의 흔한 임시 주거지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팜 비치 카운티의 수백만 달러짜리 메가 맨션들 사이에 끼어 있는 진기한 마을이 됐다. 마을 주민들은 집 안팎에서 내륙으로 들어와 있는 해안과 바다 경치를 즐기며 살고 있다.

상당수 주민들은 제안을 거절하면서 판매를 고려해볼 여지조차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마을에 24년째 거주하고 있는 린 와이너는 "우리는 플로리다 옛 모습의 마지막 흔적이다"라며 "이곳에 영원히 머물고 싶다"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이자 부동산 중개인 제임스 아레나는 주민회 이사들 중 두어 명은 역제안을 희망했으나, 대다수는 개발사의 제안 자체를 웃어넘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레나는 일정 시간이 흐른 뒤 개발사가 더 많은 액수와 더 나은 조건을 제안할 경우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마을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인 브리니 브리즈스사(Briny Breezes Inc.)의 매니저인 마일클 갤라처 역시 "이사회 구성원들 중 아무도 공개적으로 의견을 말하지는 않을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브리니 브리즈스가 시큰둥한 반응에는 이유가 있다. 개발업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 마을은 이전에도 큰 액수의 제안을 받아 뉴스에 오른 적이 있다.

"10억 달러 이상 주면 가능"?

이곳 주민들은 그동안 여러번의 매매 종용에도 불구하고 남부 플로리다의 자연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삶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4년과 2005년에 연거푸 불어닥친 허리케인은 주민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결국 주민회는 경매에 붙였고, 4개의 회사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2006년 주민들은 마을과 488채 모빌홈을 보카 라톤 개발업체인 오션 랜드 인베스트먼트에 5억 1천만 달러에 팔기로 동의했다. 평균 배당금은 약 100만 달러로 예상됐고, 해안가 부지를 소유한 소유자는 다른 소유자들보다 더 많은 액수를 받을 수 있었다. 당시 팜비치카운티 주택 감정소는 브리니 브리즈스 매매가 카운티 역사상 가장 특기할 만한 부동산 거래라고 전했다. 하지만 주택 시장에 불황의 구름이 드리우자 개발자는 손을 뗐고, 주민들이 백만장자가 될 기회는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들어 주택가격이 치솟으면서 개발업자의 눈이 다시 브리니 브리즈스에 향하게 되었다. 갤라처는 "그동안 부동산 가치가 증가했고, 많은 경우 2006년의 3배가 되었다"라며 "일부 주주(주민)들은 이 '낙원'을 가격으로 매길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이들은 유리한 조건과 함께 10억 달러 정도의 제안이라면 고려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비쳤다"라고 전했다.

이번 개발업자의 제안은 주민들이 지난 2월에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지 않기로 투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것이다. '부동산에 내놓자'는 안에 찬성한 주민은 30% 미만에 그쳤다.

한편 이곳 주민들은 자신들이 브리니에 살고 있는 것을 큰 축복으로 여긴다. 브리니의 전 이사회 멤버인 주민 키스 블랙은 "그들에게 생활 방식은 돈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왠만한 제안 조건들은 관심을 끌지 못할 정도로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브리니 브리즈에서 7년째 살고 있는 스위프트는 "이곳은 70년대풍 플로리다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골프 카트를 가지고 바로 해변으로 가서 모래 속에 발을 넣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스위프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지인 마러라고도 가까운 곳(12마일)에 있다며, "우리는 억만장자들이나 백만장자들 사이에 끼어있고, 같은 생활 방식으로 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스위프트는 자신의 마을을 구입하려면 10억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진 애담스 시장은 브리니 브리즈에 약간의 분열이 있지만 자신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지 않고 싶다며 "이곳이 놀랍고 좋은 곳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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