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가격에 갈 곳 없어… 인구증가 못 미친 부동산 수급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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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다주 롱우드시의 한 오랜 동네 주택앞에 놓인 '판매' 표지판.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흔히들 나이 들면 살림을 줄여서 콘도나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미국사회에서 오랫동안 이같은 흐름이 존재해 왔다.

하지만 2차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주거 환경에 대한 의식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상당수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자녀를 키운 집과 뿌리 내린 지역에 그대로 머물러 살기를 원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전문업체 질로우(Zillow)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에 이사한 베이비붐 세대들 가운데 46%가 더 작은 주택으로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D.C.에 있는 어반 인스티튜트의 주택 금융 정책 센터 수석 연구원인 캐런 카울은 최근 <선센티널>과의 인터뷰에서 "고령 미국인들의 경우 그저 제자리에서 늙고 싶어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의사들과 사교 서클을 오가면서 살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마이애미 코럴 스프링스에 거주하는 74세의 데니스 버거 부부는 1988년 뉴욕에서 사우스 플로리다의 침실 3개 화장실 2개 짜리 집(1800평방 피트)을 12만 5천 달러에 사서 이사한 이후 지금껏 살고 있다. 모기지를 완납한 그들의 집은 현재 45만~50만 달러를 홋가한다.

아이들이 떠난 지금 규모를 줄여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이들 부부는 떠날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가까운 콘도나 시니어 커뮤니티들의 가격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다.

종종 이사할 생각을 해 봤지만 쉽게 계산이 나오지 않았고, 삶의 질이 현재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특히 가족과의 근접성은 다른 가치와 대체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아들과 딸은 20분 거리, 손자들은 30~40분 거리에 살고 있다.

이들 부부는 "개인 수영장이 있는데, 아내가 물리치료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34년 동안 살아온 집을 비울 경우 무엇을 간직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마음을 주고 살아온 집과 물건들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택 소유자가 '패'를 쥔 시장, 그러나...

현재의 주택시장은 버거스 부부와 같은 주택 소유주들이 최대한의 돈을 받을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령 남부플로리다부동산협회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역의 집값이 작년보다 약 3%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부르는 값 그대로 받을 수 있는 확률이 100%다. 사전 감정과 인스펙션(검사)을 포기하고 대드는 구매자들이 다반사일 정도로 주택 소유자가 ‘패’를 잡고 있는 시장이다.

쿠퍼시티의 그린부동산 중개인 패티 다 실바는 "특히 베이비붐 세대 판매자들의 경우 거의 모기지가 남아 있지 않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그들은 현찰 더미 위에 앉아 있지만, 어디론가 옮겨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 큰 압박감을 갖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많은 베이비 부머들은 시장에 나온 집이 너무 적어서 달리 이사할 곳이 없고, 집을 구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매각을 꺼리고 있다.

부동산 회사 키즈 컴퍼니 헐리우드 지사의 디 에마누엘은 "일부 매도자들은 가장 높은 가격에 집을 팔고 더 좋은 가격에 다른 집을 사고 싶어하지만, 재고가 적어 조만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일부 노년층은 좀더 큰 집을 원하기도 한다. 58세의 샘 그레이라는 여성은 2016년에 사이프레스 런 근처에 침실 3개 욕실 2개짜리 1800 평방피트 집에 살았으나, 남편이 작고한 현재 약 2500평방피트에 실외용 정원과 4개의 침실 2개의 욕실, 그리고 수영장까지 딸린 집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처음 결혼했을 때 콘도에서 살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너무 가까이서 번잡하게 섞여 소음 속에 살았다"라면서 "이 집을 좋아하고 있고, 이사할 이유가 없다. 솔직히 아파트와 콘도에서 사는 것이 싫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부엌을 개조했고, 여유 공간은 두 마리의 큰 개에게 완벽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까운 곳에 여동생, 아버지, 조카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팔 이유가 없고 팔 이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규모 줄여 이사하면 재고 늘어날까?

<뉴욕타임스>의 자료 분석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는 2001년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부(富)를 소유하고 있다.

리얼터닷컴(realtor.com) 경제학자 다니엘 헤일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베이비 붐 세대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하다. 이 같은 변화는 현재의 집에 더 오래 머물 수 있게 해 준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살림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치솟는 가격을 진정시키는데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카울 연구원은 "문제는 부동산 정책이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라면서 "모든 사람은 살 곳이 필요하다. 문제의 핵심인 주택을 더 늘리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질로우 보고서에 따르면 남부 플로리다의 경우, 건축업자들이 1985년과 2000년 사이에 인구 증가율을 쫓아 건축을 서둘렀음에도 14만2650채의 주택이 부족하다.

현재 플로리다 시장에 나온 매매 주택이 사라지는데는 한 달도 걸리지 않을정도로 재고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건강한 주택시장’은 재고 물량이 6개월 정도 시장에 남아있는 상태다.

현재의 재고 부족 현상은 집에 머물러 살기를 원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의 버티기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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