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와 함께 먹는 염장고기, 명칭 내 '콘' 은 소금 알갱이 의미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매년 3월 17일에 돌아오는 성 패트릭 데이(이하 세인트 패트릭 데이 Saint Patrick’s Day)는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 패트릭을 기념하는 날로, 아일랜드계 이주민(이하 아이리쉬)들이 퍼뜨린 기념일이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8천만명의 아이리쉬들이 흩어져 살고 있으며, 미국에만 4천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전통은 미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산되어져 왔다.

미국에서는 1737년 보스턴에서 ‘아이리쉬 자선협회’가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축제를 후원하면서 기념일의 초석을 닦았다. 특히 1762년 뉴욕시 5th 애비뉴에서 최초로 개최된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퍼레이드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내려오면서 매년 1백만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아이리쉬 전통을 자랑해 보이고 있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에는 전국 각지에서 화려한 퍼레이드와 함께 각종 기념행사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또 대부분의 술집이나 바에서는 초록색 옷을 차려 입은 손님들이 초록색 물감을 들인 맥주를 마시며 이날을 축하한다.

세잎 클로버 샴록, 초록색, 난장이 요정 등이 캐릭터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에는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하루동안 '아이리쉬(being Irish)' 가 되어 즐긴다. 아일랜드 국화인 샴록과 함께 아일랜드 민속동화속 난장이 요정 레프러컨(leprechaun)과 그의 금화단지들로 장식된 축제장에서 사람들은 아이리쉬 춤을 추며 낙천적인 아일랜드인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는 미국에서는 공휴일이 아니지만 수많은 아일랜드 이민자 아이리쉬들이 미 전역에서 기념축제와 퍼레이드, 전통 춤과 음악 공연들을 성대하게 벌이며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아이리쉬들은 붉은코가 연상될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민족이다. 따라서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에는 맥주집이나 마켓에서 이 고장 맥주인 기네스가 가장 많이 팔린다. 뿐만 아니라 아이리쉬 커피에도 위스키가 들어갈 정도이다. 또 이날 아이리쉬 맥주집이나 음식점에서는 맥주로 튀김옷을 반죽해 튀겨낸 피쉬 앤 칩스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에 먹는 대표적인 아이리쉬 음식은 '콘드 비프(Corned Beef)와 양배추 요리'라 할 수 있다.

콘드 비프는 소금 알갱이에 절인 염장 고기

콘드 비프가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의 전통음식이 된 것은 100년밖에 안 된다. 원래 아일랜드에서는 이날 양배추와 베이컨을 먹는데 19세기말 뉴욕으로 온 아일랜드 이민자들은 값비싼 아일랜드식 베이컨 구할 수가 없었고, 궁여지책으로 유대인들이 먹는 콘드 비프를 이용해 개발한 요리가 아일랜드식 콘드 비프와 양배추이다.

이 요리는 고기와 야채를 함께 넣고 푹 삶은 다음 양배추 잎에 겨자소스를 곁들여 고기를 싸먹는 요리로 마치 한국의 양지머리 수육과 비슷하다.

영어 콘드 비프에는 ‘옥수수’(corn)를 뜻하는 단어가 붙어있지만 사실 이 고기는 옥수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음식이다. '콘' 이란 낱말은 17세기에 ‘낟알’(grain)이라는 뜻으로도 쓰였기 때문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대인지라 쇠고기를 오래 저장할 수가 없었으므로 옥수수 크기알만한 굵은 '소금알' 로 고기를 문질러 부패하지 않도록 절여두었다가 먹었다. 또 유대인들은 피를 제거하기 위해 고기를 소금에 절여먹었다. 따라서 '콘' 이란 낱말은 '소금 알갱이' 를 뜻한다고 보면 된다. 즉 콘드 비프는 염장고기를 뜻한다.

요즘 콘드 비프는 소금이 아니라 소금물에 절이며, 독특한 향신료를 첨가하는 것이 보통이다. 퍼블릭스 등 마켓에는 두꺼운 플라스틱백에 직육면체 모양으로 썬 고기 덩어리와 향신료를 함께 담아 팔고 있다.

또 스팸처럼 아예 깡통요리로 만들어진 상품도 흔히 볼 수 있다.

콘드 비프에 사용되는 고기는 대체로 소의 뒷다리 부위인 부드럽지 않은 부분이므로 오랜 시간동안 푹 무르도록 삶는데, 고기를 잘랐을 때 핑크빛이 도는 경우는 염장과정에서 첨가된 아질산염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