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박테리아 활용 모기 등장… 아직 실험실에 갇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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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숲모기 ⓒ CDC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김명곤 기자 = "모기는 모기로 다스린다."

선천적 기형인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zika)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플로리다 일부 지방정부들은 모기 방역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16일 현재 플로리다 11개 카운티에서 29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들 모두 중남미 등 지카 바이러스 노출 지역을 여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가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기들은 종류를 막론하고 사람에게 귀찮은 존재일 뿐 아니라 때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일례로 해마다 뉴스에 오르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물론 말라리아, 뎅기열, 치쿤구니야 등 전염병도 특정 모기가 흡혈 과정을 통해 매개 역할을 한다.

이같은 특정 모기가 지역에 나타나면 지방정부는 스프레이로 방역을 시도하지만 스프레이는 모기가 약에 내성을 갖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이에 과학자들은 '모기는 모기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식 모기퇴치 방법을 고안해 내어 현장 실험을 하는 중이다. 이른바 '유전자 변형' 방식으로 키워내는 유전자 조작 모기는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진들이 출범시킨 생명공학 기업인 옥시텍(Oxitec)이 개발해 낸 산물이다.

옥시테크는 브라질에서 뎅기열 감염을 일으키는 모기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 모기 집단의 96%를 소멸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유전자 조작 모기는 '암컷 치사 유전자'로 인해 불임이 된 수컷 모기를 풀어놓으면 이들과 짝짓기 한 암컷 모기는 새끼를 퍼트리지 못한다는 원리를 지닌다. 모기가 직접 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병원체를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모기의 숫자가 충분히 감소하면 모기가 옮기는 질병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참고로 수컷 모기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 또 여러 생물체에 영향을 미치는 살충제보다 친환경적일 수 있다.

“환경 재앙 일으칸다” 환경운동가들 반대

최근 지카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여러 지역 정부에서 이 방식을 적용하는 데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유전자 조작이 장기적으로 환경 재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또 유전자 조작에 대한 껄끄러운 인식을 지닌 일반인들을 설득시키기가 결코 쉽지 않다.

옥시텍사는 불임화 유전자가 후속 세대로 전달될 수 없는 만큼 환경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은 유전자 조작이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면서 한 지역에서 한 모기 종이 사라질 경우 더 위험한 경쟁종이 유입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논란 속에 지난해 플로리다 키 제도(마이애미 남부에서 키웨스트까지 이어진 섬들) 정부는 지역에서 뎅기열과 치쿤구니야 환자가 속출하자, 수백만 마리의 유전자 조작 모기를 풀어 내는 방식을 과감히 사용하려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유전자 조작 곤충을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에 풀어낸 일이 없어 미국 식약청(FDA)의 실험 허가가 쉽지 않은데다 주민들의 심한 반발에 부딪친 탓이다.

키 제도 주민들 역시 유전자 조작 모기를 방출한다는 소식에 경악하며 유전자 조작 모기 실험에 반대하는 청원 사이트 (Change.org)에는 십만명 훨씬 넘는 사람들이 서명을 올렸다. 한 주민은 “잘못하다가 유전자 조작 모기에 물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끔찍하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과학자들은 불임 모기 외에도 '월바키아'라고 불리는 박테리아를 활용하는 방식도 실험 중이다.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는 바이러스를 쉽게 옮기지 못한다. 또 박테리아가 대물림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지속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감마선을 조사해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려는 방식은 당장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지카 바이러스 피해가 큰 브라질 정부는 수입 허가가 나는 대로 방사선 조사 장치를 바이러스 창궐 지역에 보낼 예정이다.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수컷 모기에 조사해 생식 능력을 떨어뜨린 후 자연에 방사하는 방식이다. 암컷 모기는 결국 생존할 수 없는 알을 낳게 된다.

한편 모기 방역 일선에서 일하는 이들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모기를 퇴치하는 데 한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한다. 기후 변화와 함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지구 적도에서 떨어진 지역에까지 점차 열대성 질환이 번지고 있으나 살충제로 이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치쿤구니야는 2014년에 카리비안 지역에 이미 많이 번져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카리비안 지역과 가까운 키 제도는 당시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살충제를 뿌렸지만 모기들이 살충제에 내성이 생겨 효력이 양호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개발한 불임 모기나 박테리아 감염 모기들은 환경 문제와 주민들의 선입관으로 아직 실험 차원에 묶여 있다. 그러나 지카 바이러스 공포 등 근래 모기로 인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어 조만간 실험 구간이 주거지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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