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할 이야기] ‘한국인의 밥상’을 보고 든 생각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지난 30년 나의 삶은 추호도 부끄럽지 않았다.” 이 말을 만 천하에 까발린 사람은 50대 중반의 정육점 여주인이다.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인은 자신이 김해로 시집와서 지금까지 정육점에서 만 30년을 고기만 다듬고 살아왔다고 소개한다. 자신의 망가진 손을 최불암씨에게 보이면서 결국 그녀도 여인인지라 돌아서서 눈물을 감추고 만다. 그러나 “지난 30년 삶은 추호도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난 세월을 부끄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옛 조상님들의 격언이 생각난다. ‘백정년 가마타고 모퉁이 도는 격’, 즉 실상은 흉한 것이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훌륭한 체 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무슨 짓을 하다 이민 왔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이민사회에서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격언이다.

그러나 백정일을 해온 여주인은 감추려 하지 않고 자신의 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살아온 것을 “부끄럽지 않다”라는 말로 온 천하에 당당하게 신분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가지고 김해 지방에서 유명한 돼지국밥을 맛있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여 칼질을 해왔던 것이다.

그녀는 앞치마 두루고 섬뜩하게 큰 칼을 들고 당당히 카메라 앞에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삶이 부끄럽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조선시대에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던 백정 모습이 생각났다.

백정일을 한 그녀에게서 고기 비린내가 진동했다면 오랫동안 자동차 정비일을 한 나의 몸에서는 땀 냄새와 기름 냄새가 범벅이 되어 풍겼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인사를 받으면 자신의 품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그 비참함은 당해 본 사람만이 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삼포세대니 하는 것은 남을 너무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한국은 젊은이 실업률이 20%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농촌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일손을 구할 수 없어 외국인을 써야 한다고 하니 한심하다.

우리나라가 지지리도 못살 때 일국의 대통령이 ‘나라를 살려주시오’라고 하소연한 말에 감동하여 외국에서 그 좋은 직장 버리고 조국으로 돌아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들이 지금도 생존하고 있다. 그들이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의 의식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보릿고개를 면한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모두가 다 편한 일만 할 수 있는가. 자신에게 주워진 하찮은 일이라도 열심을 다하며 살면 인간의 최소한의 도리를 하고 살 수 있다. ‘백정여인’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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