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해수면 상승이 주 요인"… 지역 지도자들 "성급한 결론” 반박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주 해안은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는 천혜의 자연 환경으로 주 경제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현상은 플로리다에 해수면 상승이라는 위험과 함께 주민들의 삶과 경제에 막대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플로리다는 기후 영향으로 주택 위기를 맞고 있다(Florida sees signals of a climate-driven housing crisis)’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플로리다 남부 해안가 동네인 발 하버(Bal Harbour)의 집값이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가 주는 위협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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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트로 마이애미 해변 도시 발 하버(Bal Houbour, 빨간 표시) 지역과 키 제도(Key West). ⓒ 구글 지도
 
"해수면 상승, 재산 파괴하고 주민 대이동 촉발할 것"

단독주택이 평균 360만 달러에 팔리는 발 하버는 2013년부터 2018년 사이에 연간 주택매매 건수가 점차 줄면서 현재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집값도 부동산 정보 업체 질로우닷컴(zillow.com)의 기준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7.6% 하락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의 부동산금융학 벤자민 키스 교수가 주도하는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플로리다 저지대 지역 전체에서 부동산의 활기가 점차 가라앉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2013년부터 저지대 해안지역의 부동산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몇 년 후에는 안전지역에 비해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확인했다. 같은 기간에 저지대가 아닌 지역에서는 매매가격이 계속 상승했다.

키스 박사는 부촌이 많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를 제외한 여타 저지대 도시들을 조사한 결과, 발 하버와 비슷한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특히 마이애미-데이드와 이웃하고 있는 브라워드 카운티의 한 해변 마을인 홀란데일비치의 조사 결과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표적인 저지대 지역 중 하나인 이곳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주택 매매가 39% 감소한 반면, 인근 안전 지역은 이보다 훨씬 적은 22%가 감소했다. 집값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기후 변화가 해안가 주택의 가치를 망칠 것이라는 전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6년 당시 연방 모기지 업체 프레디 맥의 수석 경제분석가는 해수면 상승이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파괴하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이동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비영리 단체인 '참여 과학자 모임(UCS)'은 자체 보고서에서 플로리다주는 미국의 어느 주보다 해수면 상승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질로우닷컴과 미국해양대기청(NOAA) 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UCS 보고서는 30년내에 플로리다주 주택세 적용 건물 중 약 40%가 심각한 침수에 노출될 것이라면서, 이같은 위험이 현실적으로 닥칠 경우 플로리다 해안가 주거지 가치는 떨어지고 주택시장이 흔들리면서 주 경제 전체에도 심각한 손상을 안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플로리다에서 침수 영향이 가장 큰 곳으로 키스 제도(마이애미 남단 key west 군도)를 꼽았다. 이곳은 2045년까지 전체 사유지 41%∼60%가 침수 위험에 노출될 지역으로 꼽힌다. 또 서부 해안 탬파베이는 21%~40%, 마이애미 지역은 20%가 침수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팅큐 저우 플로리다주립대(FSU) 부동산학과 조교수는 키스 박사의 논문이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저지대 동네의 주택 수요 감소의 근본 원인은 침수위험에 대한 구매자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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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비영리단체 과학자 모임(UCS)은 30년 내에 플로리다 건물의 40%가 심각한 침수 피해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에 플로리다를 덮친 허리케인 어마(Irma)로 한 주유소와 부속 건물이 침수된 모습 ⓒ 코리아위클리
 
지역 지도자들 "기후 요인이 판매량 감소? 그건 아니다"

그러나 마이애미 해안가 지역 시장들은 키스 박사의 논문에 반발하는 분위기이다. 주택경기의 하락은 부동산 시장의 자연순환의 일환일뿐 해수면 상승 등 기후 요인이 작용한 것이란 결론을 내리기에는 성급하다는 것이다.

발 하버의 시장인 가브리엘 그로이스만은 시의 부동산 경기침체는 부유한 외국 구매자들이 미국으로 돈을 옮기는 것을 어렵게 한 연방 규정과 가격 하락을 초래한 새 콘도수의 증가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중개업자들 역시 키스 박사의 지적에 의문을 표한다. 마이애미 인근릐 고가 부동산 회사 더글라스 엘리먼의 중개업자 오렌 알렉산더는 미국 전역이 기후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해수면 상승을 우려해 주택 구매를 포기한 구매자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이 쿠퍼 홀란데일비치 시장은 기후변화가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을 어느정도 인정하지만 그리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며 지역 침수 문제를 해결하는 방도를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키 비스케인제도의 마이클 데이비 시장은 바람의 피해와 감전을 피하기 위해 도로를 높이고 해변을 보호하며 전력선을 매립하는 등 침수 우려를 해소하고 있다며, "하늘이 무너질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신문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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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
 
해수면 상승 대비책은 큰 진전 없어

그러나 키스 박사는 "부동산 시장은 이미 이러한 실질적인 인프라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했다.

UCS 보고서 역시 마이애미, 마이애미비치, 포트마이어스, 웨스트팜비치, 키 제도 등 오랫동안 사회 경제적인 기반이 잡혀 있는 곳은 다른 위험지역에 비해 침수 전망에 따른 대비와 회복 작업이 간단치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남부플로리다의 브라워드, 팜비치, 마이애미-데이드, 몬로 카운티 등 4개 카운티는 근래 해수면 상승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진전은 없다.

이들 지방정부는 2012년에 해수면 상승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해에 대비한다는 취지 아래 '108 액션즈(108 actions)'라는 공동 계획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계획안에는 침수 위험이 높은 도로의 재정비를 비롯, 해수 침범 위험지역 개발 제한, 해수로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식수용 지하수 재배치 등에 관한 대책들이 포함됐다.

지난 2017년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시 의회는 환경문제에 둔감한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 의회와 주정부가 현지인들의 요구에 주목하지 않는다며 플로리다를 둘로 나누어 남부 지역을 미국의 51번째주로 만들자는 결의안까지 채택했으나, 주목을 끄는 정도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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