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장군 동상 등 기념물 존치 여부 지방의회가 결정… 인종차별법도 제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김명곤 기자 = 버지니아 주 의회가 8일 주법으로 보호받던 남군 기념물을 제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통과한 이 법안은 남부연합군 기념물을 보호하는 현행법을 무효로 하는 한편 기념물의 존치 여부를 각 지방의회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버지니아주는 공공장소에 있는 남군 기념물의 존치 여부를 놓고 오랜 기간 논쟁을 벌여왔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치러진 버지니아 총선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주 의회를 장악하게 됐고, 결국 민주당이 추진하던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게 된 것이다.

버지니아 주에서 남군 기념물이 논란이 된 출발점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6월 미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한 흑인 교회에 백인 청년 딜런 루프가 들어가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9명이 숨졌다. 그런데 이 사건이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한 증오범죄로 밝혀지면서 미 전역에서 백인 우월주의를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또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남부연합군 기념물을 제거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게 됐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서 남군 기념물이 큰 논란이 된 결정적 이유는 2017년 8월 있었던 사건 때문이다. 당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참여한 극우 집회가 열렸는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사이에 큰 충돌이 발생해 한 명이 숨지고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이 촉발된 계기는 바로 남북 전쟁 중 남군 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철거 문제였다. 버지니아주는 과거 남북 전쟁 당시에 남군에 속한 주였고 로버트 리 장군은 남군 사령관이었다. 리 사령관이 전쟁에서 지기는 했지만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리 장군은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흑인들에게 남부연합군 장군이나 상징물은 과거의 아픔을 상기시킨다. 따라서 남군 기념물을 보호하는 버지니아의 현행법은 노예제를 옹호한 남군을 미화하고 흑인들에게 모욕적이라는 점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다.

그러나 남부연합군 기념물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측의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남군 기념물을 없애려는 것은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버지니아 주의회 공화당 의원들은 노예제도는 물론 잘못된 제도이지만 남군 기념물을 없앨 필요는 없다며 과거를 기억하고 이를 통해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남군 기념물이 철거할 수 있게 됐고, 이제는 존치 여부가 지방정부에 달렸다. 지방의회가 일정한 절차를 걸쳐서 철거할 수 있는데, 새 법안은 우선 기념물을 제거하거나 변화를 주기 위한 투표를 하기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반드시 거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만약 기념물을 없애기로 결정하더라도 박물관이나 역사 단체, 정부나 전쟁 유적지 등에 해당 기념물을 유치할지 여부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

이번 법안에 예외 사항도 있다. 공공묘지나 렉싱턴에 있는 버지니아 군사학교에는 새 법안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다. 버지니아에는 남군 병사들이 묻혀 있는 공공묘지가 220여 곳에 달하고, 미국에서 가장 역사적 가치가 있는 남군 묘지들도 버지니아주에 있다.

버지니아 주 의회는 이번에 남부군과 관련해 다른 법안도 통과시켰다. 기념물법 외에 버지니아주에 아직 기록으로 남아있는 인종 차별적인 법도 완전히 지우는 법안과 역사적인 흑인 묘지들을 보호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도 함께 통과시켰다.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9457 미국 미국-이스라엘, 가자에 대한 의견 불일치 증가시켜 라이프프라자 24.03.27.
9456 캐나다 써리 킹조지 역, 공사로 6주간 폐쇄 출근길 혼잡 예상 file 밴쿠버중앙일.. 24.03.27.
9455 캐나다 RCMP 비밀보고서 공개 "젊은세대 살기 힘들어…" file 밴쿠버중앙일.. 24.03.27.
9454 캐나다 빅토리아 바닷속에 '외계 생명체?' 보기 드문 이것은… file 밴쿠버중앙일.. 24.03.27.
9453 캐나다 몬트리올 은행, 가평전투 기념식에 후원금 기탁 file 밴쿠버중앙일.. 24.03.26.
9452 캐나다 '알록달록 대마초 사탕' 모르고 먹었다가 초등생들 병원행 file 밴쿠버중앙일.. 24.03.26.
9451 캐나다 '오타와의 기적' 18세 소녀 세계 최연소 '초기억력자' 등극 file 밴쿠버중앙일.. 24.03.26.
9450 미국 플로리다 의회, 유치원 저학년에 ‘공산주의 역사’ 교육법안 승인 file 코리아위클리.. 24.03.23.
9449 미국 플로리다 하원, 노숙자 캠프 법안 발의... 이번엔 성공할까 file 코리아위클리.. 24.03.23.
9448 미국 플로리다 교통부, 탬파 방향 I-4 도로 확장 공사 발표 file 코리아위클리.. 24.03.23.
9447 미국 세미놀 카운티 패쇄 골프장, 공원으로 연달아 조성 file 코리아위클리.. 24.03.23.
9446 미국 친환경 전기차, 7천마일에 타이어 교체하는 이유는? file 코리아위클리.. 24.03.23.
9445 캐나다 외국인 근로자 등 일시 체류자 인구 5%로 '억제' 밴쿠버중앙일.. 24.03.23.
9444 캐나다 밴쿠버 도심서 광란의 '묻지마 난동' 용의자 검거 밴쿠버중앙일.. 24.03.23.
9443 캐나다 "엄마, 나 폰 고장났어" 자녀사칭 신종 메신저 사기 밴쿠버중앙일.. 24.03.23.
9442 캐나다 써리지역 학교, 학생 급증으로 신규등록 중단 file 밴쿠버중앙일.. 24.03.21.
9441 캐나다 이제 개는 '부자'가 키워야 한다… 고양이의 '2배' 밴쿠버중앙일.. 24.03.21.
9440 캐나다 스탠리공원 나무 4분의 1 벌채… "중단하라" 반발 밴쿠버중앙일.. 24.03.21.
9439 캐나다 올 여름 대한항공, 밴쿠버 노선 하루에 두 번 뜬다 file 밴쿠버중앙일.. 24.03.20.
9438 캐나다 “여름 되면 늦어요… 에어컨 미리 장만하세요” file 밴쿠버중앙일.. 2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