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서반구에서 가장 큰 주현절 축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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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폰 스프링스의 역사 지구에는 그리스 전통음식을 제공하는 식당들이 많다. 사진은 길가 테이블에 앉아 점심을 즐기는 사람들 모습.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플로리다주 멕시코만의 탬파베이권에 있는 타폰 스프링스(Tarpon Springs)에는 그리스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시의 인구는 2021년 기준으로 2만556명이다. 이중 약 12%가 그리스계이다. 이는 도시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그리스계 미국인 비율이다.

이 도시는 1876년경 백인과 흑인 농부와 어부들이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타폰 스프링스라는 이름은 한 부인의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출신의 초기 정착자인 오몬드 보이어는 물살이 약한 해안에서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것을 보면서 "타폰(몸집이 큰 열대지방 물고기)이 튀는 것(스프링)을 보세요!"라고 외쳤다 그러나 이곳에서 튀기는 물고기는 대부분 타폰이라기보다는 숭어였다.

1887년 2월 12일, 타폰 스프링스는 현재의 피넬라스 카운티에서 최초의 도시가 됐다. 이듬해에 오렌지 벨트 철도가 도시에 닿으면서 부유한 북부인들의 겨울나기 장소로 개발됐다.

1880년대에 존 치니라는 사람이 지역에 최초로 스폰지 사업을 설립했다. 이 산업이 계속 성장하자, 키 웨스트와 바하마 출신의 많은 사람들이 타폰 스프링스에 정착하여 바다에서 스폰지를 낚아 올린 후 가공했다. 그리고 그리스 이민자들이 스펀지 산업에서 일하기 위해 1890년대에 이 도시에 도착했다.

1905년에 이르러서는 섬이 많은 그리스에서 선원들과 잠수부들을 직접 모집했을 뿐 아니라, 스폰지 다이빙 기술까지 도입했다. 스폰지 산업은 곧 플로리다의 선도적인 해양산업 중 하나가 되었고, 타폰 스프링스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되어 연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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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그리스 출신 잠수부 모습의 동상이 스폰지 보트 정착지 앞에 세워져 있다. ⓒ 코리아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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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가 스폰지 보트에 걸려 있는 스폰지들. ⓒ 코리아위클리
 
1947년 멕시코만에서 홍조가 발생해 스폰지밭이 전멸하면서 스폰지 보트와 잠수부들이 생계를 위해 새우잡이로 전환했고, 일부는 사업을 그만두었다. 그러나 스폰지는 점차 회복되어 규모는 이전보다 작지만 스폰지 산업이 지속 가능하게 됐다. 1980년대에는 지중해 지방에서 스폰지 질병이 발생해 타폰 스프링스가 호황을 맞기도 했다.

시는 2007년과 2008년에 그리스 섬들과의 역사적인 관계를 기념하기 위해 할키 섬, 시미 섬, 히드라 섬, 키프로스의 라르나카 섬과 자매 도시 관계를 맺었다.

주현절 축제에 2만명 몰려, 물속 십자가를 찾는 이벤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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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정교회 세인트 니콜라스 대성당 내부. 돔과 아치형 구조물에 성화와 성상들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 코리아위클리
 

이렇듯 타폰 스프링스는 그리스와 연관이 깊고, 그리스계 이민자들이 많다 보니 그리스 정교회(동방교회)와 관련한 에피파니 기념일(주현절)을 성대하게 치룬다. 서반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에피파니 축제에는 통상 2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다. 기념일에는 애틀랜타 대교구가 보통 축전을 주관하며, 때로 미국 대주교와 함께 하기도 한다. 올해 6일 기념일에는 미국 대주교가 방문했다.

행사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 문화로 고착되어, 종교와 상관없이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참여해 하루를 즐긴다.

올해로 117회째인 행사는 오전 8시 예배로 시작한다. 예배자들은 세인트 니콜라스 그리스 정교회 대성당에 들어가 성인 니콜라스 아이콘에 입맞춤하고, 죽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촛불을 밝히며, 일부는 세례의식에 참여한다.

예배가 끝나면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들과 함께 성직자, 교구민, 합창단원들의 행렬을 보기 위해 교회와 해안 사이의 길 주변으로 모인다. 해안가에서는 바다를 향해 축복을 기원하는 순서가 따른다. 최초의 그리스 이민자들이 생계를 위해 바다와 배에 의존했기 때문에, 매우 위험했던 직업에 대한 신의 보호를 요청했고, 이같은 의식이 행사를 통해 계속 내려왔다.

이어 합창단에서 선발된 소녀가 성령을 상징하는 하얀 비둘기를 물 위 공중에 날리고, 대주교가 십자가를 물에 던지는 것으로 에피파니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올해 117회째 행사에는 총 65명의 청소년(16세에서 18세 사이)들이 참가해 대주교가 던진 십자가를 찾기 위해 배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물 속으로 뛰어든다. 세인트 니콜라스 대성당이 소년들에게만 허락하는 다이빙은 요단강에서 세례 요한이 베푼 예수 그리스도 세례를 기념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십자가를 찾은 사람에게는 1년 동안 복이 따른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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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당 뜰에 있는 동상. 주현절에 해안가 물속에서 십자가를 찾은 소년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 코리아위클리
 
십자가 행사후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도시의 명물인 스폰지 부두로 이동해 음식과 음악이 있는 축제를 즐긴다.

가톨릭의 주현절은 동방박사 세 사람이 어린 예수를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며, '삼왕의 축제일'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러나 그리스 정교회(동방교회)에서는 그리스도의 세례를 축하하는 날로 정하고 있으며 '광명의 축제일'이라고도 한다.

한편 타폰 스프링스 시내는 오랫동안 관광지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역사 지구에 있는 도데카네사 거리는 전통적인 그리스 공동체의 일부이자 도시의 주요 관광 코스다. 이 거리는 피넬라스 애비뉴에서 앤클로테 강을 따라 뻗어있으며, 많은 식당들이 전통적인 그리스 요리와 신선한 해산물을 제공한다.

도시에는 타폰 스프링스 유산 박물관, 문화센터, 옛 주거지 박물관 등이 그리스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하고, 300석 규모의 예술 공연 센터에서는 지역 배우와 감독이 출연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연극뿐 아니라 전국 순회 예술가, 음악가, 무용수 등이 참여해 연중 공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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