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 불허 주 법에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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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다주에서 보수 정책이 심화되면서 교육계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어린이들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게이라고 말하지 말라(Don't say gay)' 법안(1557호)에 사인한 후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더 플로리다 채널>, The Florida Channel) 화면 캡처)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주에서 보수 정책이 심화되면서 교육계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최근 플로리다 주 교육부는 고등학교의 대학학점인정 선이수(Advanced Placement, AP) 과목 중 하나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African American Studies)'를 공립학교에서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는 AP 과목에 '블랙 퀴어(성소수자) 연구', '블랙 페미니스트 사고', '21세기 흑인 투쟁' 등 주법으로 교육이 금지되어 있는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미국 대학입시위원회(College Board 이하 칼리지보드)에 알렸다. 칼리지보드는 고교 AP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감독하고 있으며, 현재 미술사, 물리학, 미국 정부에 이르기까지 총 38개의 과목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논란이 된 AP 과목은 전국 60개 고등학교에서 시범 과목으로 채택됐고, 2024-25학년도에 모든 고등학교에 제공될 예정이다. 60개 고교중 하나이자 주도 탤러해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는 교육부로부터 시범 과목을 중단하는 대신 주에서 승인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수업을 가르치도록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 교육부는 시범 과목에 오른 작가 중 일부가 공산주의자이거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해 글을 썼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학과목에는 노예의 후손들이 재정적으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21일 잭슨빌시의 한 행사에서 교육부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디샌티스는 "흑인 역사에 관한 이 강좌에는 '퀴어 이론'이 들어있는데, 과연 누가 그것이 흑인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하겠는가"라며 "흑인 역사에 퀴어 이론을 억지로 집어넣으려 한다면 이는 정치적 목적으로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지사는 또 과목 내용 중 일부는 교도소 폐지 같은 주장을 옹호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디샌티스는 "학생들에게 사고하는 법도 가르쳐야 하지만 의제를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라며 플로리다는 학생들에게 흑인 역사를 가르치고 있고, 학생들은 다듬어지고 확고해진 역사를 기초로 배우고 위대한 인물들에 대해 배운다고 말했다.

칼리지보드는 논란이 된 학과목에 대해 "문학, 예술, 인문학, 정치학, 지리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기여와 경험을 탐구하는 것"이라며, '이론 과정'이 아니라 "학생들이 다른 관점을 분석할 수 있는 기본 정보를 접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주 교육부의 AP과목 거부 소식은 22일 플로리다를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포함해 인권 운동가들과 민주당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특히 해리스는 주 교육부의 결정을 '극단주의에서 나온 것'이라 지적했다.

해리스는 백악관발 성명을 통해 "모든 학생들은 우리의 역사를 형성한 흑인들을 포함한 전체 미국인들의 문화, 기여, 그리고 경험에 대해 배울 수 있어야 한다"라며 "불행하게도 플로리다에서는 극단주의 지도자들이 책을 금지하고, 역사 수업을 막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을 막는다"라고 비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 보수정책 연달아 내놔

한편 지난해부터 계속 불거지고 있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보수정책들은 교육계를 출렁이게 만들고 있다.

주지사는 지난해 3월 이른바 '게이라고 하지 말라(Don't say gay)'로 불리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저학년 교실에서 성 소수자 교육을 금하고, 학교는 학생이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부모들에게 통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주지사는 4월에는 학교나 직장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CRT)' 수업을 금지한 '스탑 워크 법안(Stop WOKE Act)'에 서명했다. 법안 이름에 들어있는 'WOKE'는 '자녀와 직장인에 해가 되는 것(Wrongs to Our Kids and Employees)'의 약어이지만, '깨어나는'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법안은 피교육자의 감수성이 자극받아(깨어나) 죄책감이나 고통을 갖게 하고 분열을 이끄는 것을 막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판적 인종이론가들은 "미국사회에서 개인은 인종이나 성으로 인해 본질적으로 인종 차별적이거나 성 차별적이거나 억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라며 인종 차별적 교육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비판적 인종이론을 '분열적 개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사람들 간의 어떤 차이는 순전히 '개인차'이지, 사회 구조적으로 고착화한 인종적 차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디샌티스는 올해 초에는 소규모 공립대학으로 성소수자 학생들이 많은 세인피 소재 뉴칼리지(New College)의 이사회 위원 6명을 보수주의자들로 선출해 학교 쇄신의 시작을 알렸다. 위원중에는 보수 저널리스트, 사립기독교학교 창설자, 기독교대학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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