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초기부터 쌓인 유대감에 유사한 음식문화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유대인, 크리스마스, 중국식당. 이 세 단어는 전혀 공통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유대인은 크리스마스를 지키지 않고 크리스마스와 중국식당도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유대인 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나 크리스마스 당일에 중국식당에서 식사 하는 것을 전통으로 이어오고 있다. 어떻게 이러한 전통이 생긴 것일까.

유대인들은 크리스마스 당일 중국 식당을 찾는 것에 감정적인 커넥션을 키워왔다. 이는 유대인과 중국인 커뮤니티는 1세기 전에 미국에 대량으로 이민을 왔다는 점에서 일종의 유대감이 형성되었다. 또한 크리스마스 전날이나 크리스마스 당일에 대부분의 식당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문을 여는 중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됐고 유대감이 더해 갔다.

한 유대인 가족의 예를 보자. 보카 라톤 주민 론 골드파는 1940년대 뉴욕 브롱스의 제롬 애비뉴에 있던 제이드 가든에서 식사를 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골드파는 "크리스마스에 문 여는 곳이 어딘지 알아? 바로 중국집이지" 라는 말은 농담으로 들리는 것을 넘어서서 유대인들과 중국인들의 유대감 잘 말해 주는 실화이다.

남부 플로리다 중식당들도 이같은 말을 이해한다. 델레이 비치의 미스터 챈스 후난 팰리스 주인인 밥 첸은 “우리 유대인 고객들은 크리스마스에 나들이 장소로 두 곳을 꼽는 데 바로 영화관과 중국 식당”이라고 전했다.

타마팍 뉴 차이나 레스토랑도 크리스마스날이면 식당 직원을 보충해야 할 정도로 유대인 고객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유대인들이 크리스마스에 중식당을 찾는 것에 관해 최근에는 학문적 연구, 책, 블로그, 논문, 코미디 소재거리 등에 활용되면서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지고 있다.

대법원 판사에 오른 엘레나 카간은 의회 신임 청문회에서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소속 린지 그래함으로 부터 지난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다른 유대인들처럼 나도 중국 식당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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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관 앨레나 카간이 의회 신임 청문회에서 크리스마스-중식당 발언을 한 후 주위의 폭소에 자신도 따라 웃고 있다. <사진: 유튜브>
 

두 이민 공동체의 연대는 20세기 초 뉴욕 로워 이스트 사이드에서 시작됐다. 이곳은 1910년 즈음에 100만명의 유럽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다. 많은 유대인들은 인근 차이나 타운으로 들어왔고 중국인들은 새 이민자들을 환영했다.

이들 유대 이민자와 첫 자녀세대는 유제품이 없는 중국 음식을 유대 종교에서 인정하는 코셔에 들어맞는 외국 식품으로 여겼다. 코셔는 유제품과 고기를 섞는 것을 금한다. 중국음식이 유대인들에게 익숙한 닭고기, 셀러리, 양파, 마늘 등을 사용하는 점도 이들에게 호감을 줬다.

따라서 유대인들은 코셔 식품이 아닌 음식중에서 중식요리는 그럭저럭 수용할만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비록 집에서는 돼지고기나 조개류를 금하고 있지만 상당수 유대인들은 중식에 조금 섞여진 것 정도는 무시할 수 있었다는 게 유대인과 중식 관계를 연구하는 이들의 지적이다.

일례로 에그롤은 잘게 썬 양배추와 당근, 그리고 잘게 간 돼지고기, 새우 혹은 닭고기가 약간 들어간다. 원탕 수프의 경우 덤플링 중심에 약간 들어있는 고기가 어떤 것인지 애써 알려하지 않았는데, 이는 맑은 국물의 수프가 유대인 수프와 비슷했던 까닭이다. 또 붉은색으로 물들인 스페어 립의 경우 돼지의 갈빗대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채 먹기도 했다.

랍비들은 동의하지 않지만 일반 유대인들은 만약 자신이 무슨 음식인지 모르고 먹었다면 유대인 법을 어기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유대인들은 십수년 이후 이스트 사이드를 떠나 도시 근교로 옮겨갔으나 크리스마스 이브나 당일이 되면 여전히 영화관이나 중국식당 외에 갈만한 곳이 별로 없었다. 홀리데이 일주일 전부터 일부 보수적인 유대인 가족들은 식당 테이블을 확보하는 데 관심을 쏟기까지 했다. 식당이 사람들로 꽉 차서 자리 얻기가 힘들었던 탓이다.

이에 관한 석사 논문을 쓰고 <시애틀 위클리>의 음식평을 쓰고 있는 해나 라스킨은 비록 현대적인 유대인들은 크리스마스날 요리에 다른 옵션들을 지니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가족 연대와 전통을 이으려 중국식당에 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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