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함”이 건넨 따스한 위안

16일 어스름이 내려앉은 마스덴 하이 스쿨(웨스트 라이드)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인근엔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울 만큼 차들이 들어섰다. 올해로 제 7회를 맞이한 칸토포유의 정기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오후 7시 30분. 학교 홀을 가득 채운 관객은 숨죽여 무대를 기다렸다. 올해 주제는 ‘영원한 친구들’. 첼리스트 신혜정의 연주로 시작된 무대는 열정으로 넘쳤다.

첫 회 무대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 온 이승윤(소프라노), 임형선(테너), 진정철(테너), 이주연(피아노)은 오랜 세월 함께 해 오는 동안 맞춰낸 호흡을 오롯이 선보이며 근사한 무대를 선사했다. 임형선의 ‘시간에 기대어’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좌중을 압도했고, 이승윤과 진정철의 ‘어느 봄날’은 따뜻했다.

이번 무대에 함께한 바리톤 김영훈은 ‘피가로의 결혼’ 중 ‘더 이상 못 날으리’로 경쾌함을 더했고 신혜정의 ‘자칼린의 눈물’은 우수에 젖은 첼로의 선율로 아련함을 전했다.

중간 휴식 시간이 끝난 뒤 펼쳐진 2부는 열기로 채워졌다. 제이 브루 밴드는 ‘왓 어 원더풀 월드’, ‘문 리버’ 등 귀에 익숙한 곡으로 흥을 북돋웠다.

특히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칸토포유가 특별히 준비한 ‘흥부가 기가 막혀’였다. 이승윤, 임형선, 진정철, 김영훈은 ‘랩’까지 멋들어지게 소화했고 관객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약 100분 간의 공연 시간만큼은, 무대에 서는 이도, 객석에 앉아 있는 이도 함께였다. ‘공유’는 ‘위안’이었다.

동포사회에서 해마다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건 쉽지 않다. 앙코르 곡 ‘꿈을 꾼다’를 부르며 눈물을 보인 이승윤은 공연이 끝난 뒤 “칸토포유는 계속 가지만, 당분간 정기공연을 가져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지나간 시간들이 스쳐갔다. 가사가 내 마음 같아 울컥했다”고 말했다.

칸토포유의 색깔로 채워낸 정기공연의 무대는 눈부셨다. 쉼표가 오래가지 않기를 바란다.

 

(사진: 16일 마스덴하이스쿨에서 칸토포유의 제 7회 정기공연이 열렸다. 왼쪽에서부터 테너 진정철, 소프라노 이승윤, 바리톤 김영훈, 테너 임형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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