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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ock’ 자리에 만들어진 원주민들의 천막농성장. 최소 12명이 시위자들이 이곳 천막에서 거주하며 원주민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페뮬웨이 프로젝트’(Pemulwuy Project)에 ‘저렴한 주택 공급’ 요구

 


시드니 도심, 센트럴 기차역(Central Station)에서 불과 수백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천막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런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호주 원주민 기(旗)가 높이 걸린 채 도전적인 모습으로 펄럭이고 있다.

레드펀(Redfern)에 자리한 이곳은 시드니 CBD(central business district)의 어두운 그늘이기도 하다.

 

애초 원주민 집단 주택이던 ‘The Block’(본지 1098호 보도) 자리에 세워진 원주민 항의 농성 텐트는 애초 7천만 달러의 예산으로 소매 상가가 함께 들어서는 주상복합 건물 계획, 일명 ‘페뮬웨이 프로젝트’(Pemulwuy Project)가 이미 260일 이상 지연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원주민 주택회사(Aboriginal Housing Company. AHC)의 믹 문다인(Mick Mundine) 대표는 계획 실행이 늦어지는 데 항의하는 원주민 농성자들에게 천막을 철거하라고 이미 경고를 내렸다. 그는 “프로젝트 건설은 2015년 중반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BC 방송 라디오 ‘702 시드니’(702 ABC Sydney)에서 “우리는 이 땅에서 시위자들을 퇴출한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들은 이 땅을 무단으로 점령했고, 우리는 이들을 내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원주민 ‘위라주리’(Wiradjuri) 부족 원로인 제니 먼로(Jenny Munro)씨는 지난해 5월26일, AHC에 항의 시위를 시작한 첫날부터 이곳에 천막을 치고 구입 가능한 가격대의 원주민 주택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본래 원주민 집단 주택 ‘The Block’이 있던 이 자리는 1970년대 연방 정부의 재정을 받은 AHC가 매입을 마친 상태이다.

먼로씨는 “이는 우리 땅에 세워지는 우리(원주민)의 주거지에 관한 문제”라며 “우리는 평화로운 시위를 할 권리가 있다”고 못박았다.

 

시위 천막을 세우고 항의를 계속하고 있는 원주민들은 악령을 쫓는다는 상징적 의미로 천막들이 서 있는 중앙에 계속해서 불을 피우고 있다.

지난해 8월, 지역민들은 이들을 위해 주방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부지 한쪽에 야채를 재배하고 꽃을 가꾸는 정원을 만들기도 했다.

 

주방공간을 따라 설치한 장작 화로는 이곳 천막에서 거주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온기를 제공해준다. 이블리 스트리트(Eveleigh Street) 상에 있는 이 시위 천막에는 현재 12명 이상의 시위자들이 천막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약 2만 스퀘어미터에 달하는 부지에 개발될 주거지는 이곳의 오랜 원주민 역사를 이어가는 주요 작업이기도 하다.

 

원주민 주택회사(AHC)의 믹 문다인 대표는 현 계획상 시위자들의 요구는 충족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택건설을 승인하는 조건이었던 62가구의 저렴한 주택이 마련될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AHC 웹사이트에 따르면 AHC의 방침은 ‘모든 호주인들의 표준 주거 기준에 맞춰 원주민들이 안락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시위자들의 시각에서는 이 문구가 논쟁을 초래하고 있다. 먼로씨는 “이는 원주민 주택회사이지 믹 문다인씨의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 즉 주거지에 대한 우리(원주민들)의 요구는 (이 회사 정책상)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먼로씨는 평화적 해결을 호소하고 있다.

그녀는 “지역사회 수준에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원주민 지역사회는 아직도 말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다인 대표는 주거지 건설이 올해 중반 시작될 것이라며 “그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지는 AHC에 속해 있으며, 모든 부동산 권리는 회사 이름으로 되어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문다인씨는 “이들은 ‘원주민 땅에, 원주민 법으로’(black land, black law)라고 말하지만 이는 모두 허튼 소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상업적 개발에 있어 저렴한 주택을 위한 자금을 대비해야 하지만 저소득 가정 문제 해결을 위한 기금은 없다”고 말했다.

 

이미 철거된 ‘The Block’ 자리에 개발되는 주거단지 계획으로 62가구의 저렴한 주택은 이미 지난 2009년 6월 정부의 승인을 받은 상태이다. 하지만 반년이 넘도록 천막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원주민들은 자신들을 위한, 즉 애초부터 이곳 ‘The Block’에 거주해 왔던 자신들을 위한 저렴한 주택은 마련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이들이 천막에서의 생활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을 위한 주거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간절함 때문이다.

 

전 레드펀 원주민 의료 서비스(Redfern Aboriginal Medical Service) 및 레드펀 원주민 법률 서비스(Redfern Aboriginal Legal Service) 대표이기도 했던 문다인 대표는 지난 38년 동안 AHC에서 일해 왔다.

 

그는 호주 원주민을 위한 주택의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말하면서, 또 주거단지 건설이 지연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The Block’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이들과 이야기할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원주민들)이 그곳에 주저앉아 있기를 원한다면,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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