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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남동부 레옹가타(Leongatha)의 그위더 농장(Gwyther farm)에서 자신의 조랑말 진저 믹(Ginger Mick)과 함께 한 레니 그위더(Lennie Gwyther). 아홉 살 나던 해 조랑말과 함께 레옹가타에서 무려 1천 킬로미터 떨어진 시드니까지 여행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오는 2월1일 서점에 배포된다.


화제의 신간 <Lennie the Legend: Solo to Sydney By Pony>

 


시드니의 아이콘 중 하나인 시드니 하버 브릿지(Harbour Bridge)가 공식 개통된 것은 1932년 3월 19일이다.

 

이 다리의 개통 기념행사를 보기 위해 조랑말을 타고 무려 1천 킬로미터를 걸어 시드니까지 여행한 꼬마가 있었다. 당시 이 소년의 나이는 불과 9세. 빅토리아(Victoria) 주 남동부 오지에 사는 농부의 아들인 이 소년의 이야기는 1930년대 초반의 우울했던 대공황 시기,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1932년, 아홉 살의 소년 레니 그위더(Lennie Gwyther)는 시드니 하버 브릿지 공식 개통 현장을 지켜보는 꿈을 꾸었다.

그런 간절함 바람을 갖고 있었기에 자신이 빅토리아 남동부 레옹가타(Leongatha. 멜번 남동부 135킬로미터 거리, South Gippsland Shire에 속한 작은 도시), 즉 시드니와는 1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너무 먼 거리에 살고 있다는 것도 그를 막지는 못했다.

 

이런 사실을 담은 신간은 그해 2월 어느 날, 이 소년이 부모의 격려 속에 자신의 조랑말 ‘진저 믹’(Ginger Mick)과 함께 시드니까지의 긴 여행 과정을 그리고 있다.

 

호주 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Australia)에서 출판, 오는 2월1일 시중에 첫 선을 보이는 <Lennie the Legend: Solo to Sydney By Pony>는 레니와 조랑말 진저 믹이 여행 도중 들르게 된 레이크 엔트런스(Lakes Entrance), 쿠마(Cooma), 보랄(Bowral) 등에서 성대하게 환영 받은 일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쓴 스테파니 오웬 리더(Stephanie Owen Reeder)씨는 “힘겨운 대공황의 시기에 사람들은 좋은 뉴스를 찾고 있었고, 결국 레니의 소식은 대중적인 환상을 끌어냈다”고 말한다.

 

레니와 진저 믹은 빅토리아 주 이스트 깁스랜드(East Gippsland)의 작은 도시 캔 리버(Cann River)에서 캔버라(Canberra) 북쪽으로 희미하게 이어진 산길(bush track)를 따라 시드니로 향했다. 소년과 이 조랑말은 수일 동안 트라랄곤(Traralgon. 빅토리아 주 Gippsland 지역 Latrobe Valley 동쪽의 작은 도시) 인근의 산불, 폭우와 심한 안개를 헤쳐나오는 동안 정신상태마저 위로로운 지경에 이르렀지만 끝내 살아남았다.

 

당시 막 도시가 형성된 캔버라에 도착했을 때, 레니는 국회의사당(현재의 옛 의사당 건물) 앞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을 보았다. 거기서 레니는 당시 호주 수상인 조셉 라이온(Joseph Lyons) 수상과 악수를 했고 의사당 안의 의원 휴게실에서 함께 차를 마셨다.

 

시드니 마틴 플레이스(Martin Place)에 도착했을 때는 수많은 군중의 환호와 미디어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시드니 타운홀(Sydney Town Hall)에서 레니는 시드니 시장을 만났고, 서큘라키(Circular Quay)와 본다이를 돌아보았고, 타롱자 동물원(Taronga Zoo)에서 코끼리에 올라타기도 했다.

 

3월19일, 레니와 진저 믹은 시드니 하버 브릿지 공식 오프닝 행사에 참석했고, NSW 주 총독, 주 수상, 하버브릿지 다시 건설 노동자들, 학생,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들과 함께 하버 브릿지를 걸어서 건너는 행사를 함께 했다.

 

이어 이틀 뒤인 3월21일 시드니 크리켓 경기장(Sydney Cricket Ground)를 방문한 레니는 그곳에서 우상이었던 호주 최고의 크리켓 타자 도날드 브래드먼(Donald Bradman) 선수를 만났다. 이때 돈 브래드먼은 자신의 크리켓 배트에 서명을 하여 레니에게 선물로 주었다.

 

6월10일, 레니가 레옹가타로 돌아오자 수많은 군중이 레옹가타의 메인 거리에서 그를 환영했다. 이 소년을 맞이하는 시민 환영행사에는 800여명이 참석했다.

 

저자인 리더씨는 “레니라는 이 소년은 시드니까지 조랑말을 타고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면서 “요즘 부모들은 아마도 아홉 살 소년에게 혼자서 가게에 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니의 이버지 레오 테니슨 그위더(Leo Tennyson Gwyther)씨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 심각한 부상으로 한쪽 다리를 못쓰게 된 전쟁 영웅이었다. 그가 남부 레옹가타에 있는 그위더 가문의 농장으로 돌아오던 해 레니가 태어났다.

 

아버지가 병원에 있는 동안 레니는 원예 작물은 물론 농작물 보관방법을 배웠다. 아버지 레오는 아들이 대견해 레니에게 뭘 해 줄까를 물었고, 언젠가 시드니 하버 브릿지 건설에 대한 소식을 읽은 적이 있었던 레니는 그 다리를 직접 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레니는 시드니로 가는 루트를 지도로 작성했다.

 

지난 주, 사우스 깁스랜드 샤이어(South Gippsland shire)의 밥 뉴턴(Bob Newton) 시의원은 샤이어 차원에서 레옹가타에 레니와 진저 믹의 동상을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이 지역 아이들에게 레니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레옹가타의 위대한 이야기 중 하나이지만 (사람들은) 그런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한 뉴턴 시의원은 “이 이야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성취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니의 조랑말 진저 믹은 그위더 농장에서 27살까지 살았다. 농장에서 계속 자란 레니는 결혼하여 딸을 낳았고, 멜번(Melbourne)의 햄튼(Hampton)으로 이주해 정착했다.

멜번에서 레니는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홀든’(Holden) 차 제조공장에서 실험적 엔지니어로 일했으며 어부, 찬문학자, 아이스 스테이터, 선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다.

 

레니의 딸 매리 그위더(Mary Gwyther)씨는 “아버지의 동상을 세우는 일은 1932년 시드니까지 조랑말을 타고 여행에 성공한, 놀라운 성취를 기념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레니의 손녀 샐리 그위더는 “이 책(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이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할아버니인 레니가 사망했을 때 열일곱 살이었던 샐리씨는 레니에 대해 “언제나 창조적인 것을 생각해내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집 뒤 창고에는 선반(나무나 쇠붙이를 절단하는 기계)이 있었고,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곳에서 목재, 쇠붙이를 잘라 갖가지 도구와 테이블을 만들곤 했다”면서 “그가 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샐리씨

는 “아마도 할아버지는 타스마니아에서 뉴질랜드뿐 아니라 요트로 세계 일주를 시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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