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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멜번(Melbourne) 법정을 나오는 피터 호앙(Peter Hoang). 지난 주 금요일 공개된 법정 문서에 따르면, 그가 카지노에서 행한 거액의 도박은 불법 마약으로 얻은 검은 돈을 세탁하기 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터 호앙, 한 번에 10만 달러 베팅... 검은 돈 세탁 위해 카지노 이용

 


뱅스타운(Bankstown)의 작은 아파트, 낡은 세단 승용차, 식당 종업원, 실업수당 수령자. 베트남 난민 출신의 피터 탄 호앙(Peter Tan Hoang)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이것들이다.

그가 10년 조금 넘게 호주 최대 카지노인 크라운 카지노(Crown Casino)에서 10억 달러대의 도박을 했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그는 지극히 평범한 한 소시민에 불과했다.

 

올해 36세의 호앙은 시드니 지역의 한 어두운 거리에서 얼굴에 총을 맞고 살해됐다. 그 동안 그가 가담한 범죄세계를 주시해 왔던 경찰은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당혹스러워했지만 반면,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에 걸친 글로벌 범죄조직의 막대한 돈 세탁 계획에 대한 수사의 끈을 잡을 수 있었다.

 

호앙에 대한 법정 문서가 공개된 가운데, 지난 주 금요일(12일) 호주 언론들은 카지노에서 거액의 도박을 하면서 불법 마약판매로 얻어진 검은 돈을 세탁해온 그의 행적을 보도했다.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

난민으로 호주 정착

 


베트남에서 태어나 고아로 자라다가 난민으로 호주에 입국, 호주 최대 규모의 갬블러이자 돈 세탁 범죄자의 하나가 된 호앙의 이야기는 또한 그가 어떻게 그토록 오랜 기간, 엄청난 자금의 부정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호앙에 대한 최근의 법원 문서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서 2012년 사이 그는 호주 최대 카지노인 크라운 카지노를 통해 10억 달러가 넘는 검은 돈을 세탁했다. 그는 또한 네 개의 다른 이름을 사용하여 도박을 했으며 크라운 카지노로부터 해외에서의 휴가를 비롯해 10만 달러 이상의 현금 선물, 수만 달러의 도박 커미션 등 혜택을 받았다.

 

호주범죄위원회(Australian Crime Commission)는 호주에서 행해지는 검은 돈의 세탁은 연간 최소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돈 세탁 규모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검은 돈은 대부분 불법마약를 통해 얻어진 수익이다. 호주 연방 범죄정보 기관은 국제 범죄조직이 수십억 달러의 마약판매 수익 자금을 호주에서 세탁하고자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보기관 직원들도 더욱 바빠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2005-06년 연방 정보기관이 ‘고르디오스 작전’(Operation Gordian. 고르디오스는 고대 프리기야의 왕)이라는 이름으로 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또한 마약밀매와 돈 세탁 담당자로서의 그의 역할에 대한 일련의 보고서를 내놓았음에도 불구, 호앙은 2012년 말 돈 세탁 혐의로 기소되기 전까지 여전히 ‘크라운’에서 도박을 했다.

 

호앙은 또한 시드니 및 멜번에서 몇몇 호주-베트남 마약밀매 조직에도 관여했다. NSW 경찰청 살인사건수사대(Homicide Squad)의 믹 윌링(Mick Willing) 경감은 호앙 살해와 관련, 아시아 조직범죄망이 관여되었을 것이라는 일말의 의심이 있다고 말했다.

 

윌링 경감은 “그가 마약밀매와 카지노를 통한 돈 세택에 관여했음은 확실하며, 경찰은 이것이 그의 죽음을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77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호앙은 1997년 호주에 도착했다. 당시 그는 학생비자로 들어왔으며, 페트러스 케인 피튼(Petrus Keyn Peten)이라는 이름이 명시된 인도네시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어 몇 개월 후 그는 민 탕 응엔(Minh Tan Nguyen)이라는 이름으로 난민 신청을 했다.

2001년 그는 호주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이후 두 차례 더 이름을 변경했다.

 

이즈음 그는 시드니 카지노인 ‘The Star’의 출입금지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범 집행당국의 한 관계자는 익명으로 ABC 방송의 뉴스 프로그램인 ‘7.30’에서 “그는 전문 돈 세탁자가 되어 있었으며, 헤로인과 기타 불법 마약을 판매해 얻은 수백 만 달러를 도박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주 및 연방 법 집행기관에 의해 수집된 정보에 따르면 호앙은 베트남어로 ‘외할아버지’를 뜻하는 홍콩 기반의 ‘옹느와이’(Ong Ngoai) 범죄조직 일부로 호주에 형성된 베트남계 호주인 범죄조직에 가담해 있었다.

 

‘옹느와이’ 조직은 아시아, 남부 및 북부 아메리카 국가들에 걸친 글로벌 마약밀매 조직에 연계되어 있으며, 호주 경찰은 수십 개 범죄조직이 이 국제적인 마약밀매망에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2012년 10월,

150만 달러 도박 도중 체포

 


‘고르디오스 작전’의 브레인으로 피터 호앙을 비롯해 베트남계 호주인 범죄조직의 마약판매와 자금세탁을 추적해온 정보기관의 마이클 퍼카스(Michael Purchas)씨는 “피터 호앙은 카지노에서 갬블러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범죄조직의) 지시 하에 다른 이들의 돈을 갖고 도박을 했다”고 말했다.

 

호주 정보기관의 ‘고르디오스 작전’은 호주 내에서의 돈 세탁 수사에 돌파구가 되었고, 연간 9천300만 달러에 달하는 마약판매 자금의 세탁을 책임진 베트남계 호주인 범죄조직의 조직원들에 대한 유죄판결을 이끌어냈다. 당시 피터 호앙은 단지 주변 인물이었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헤로인 및 기타 불법 마약판매에 관계했으며, 카지노를 통해 마약판매 자금 세탁을 계속했다. 그가 주로 이용한 곳이 크라운 카지노였다.

 

그의 행운은 2012년 10월, 그가 150만 달러를 가지고 크라운 카지노의 거액도박 전용 룸에서 도박을 하던 도중 체포되기까지 지속됐다. 법원은 그가 2000년에서 2012년 사이 크라운 카지노에서 7천500만 달러 상당의 칩을 구매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는 최소 2억2천500만 달러에서 10억 달러의 도박 매출과 맞먹는 규모이다.

 

디킨 대학교 사회학자로 크라운 카지노에 관한 저서를 낸 바 있는 린다 핸콕(Linda Hancock) 교수는 “이는 어마어마한 돈”이라고 말했다.

핸콕 교수는 “카지노 입장에서 그의 도박 자금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고, 비즈니스 측면에서 이 같은 관심 대상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지노뿐 아니라 경찰로부터 관심 인물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카지노를 출입하면서 피터 호앙 외 제임스(James), 존 호(John Ho), 패트릭 루(Patrick Lu)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카지노 측에서도 이를 눈감았다. 또한 그가 요구하면 항공기의 비즈니스 클라스, 숙소와 주류, 10만 달러의 현금 선물을 제공했다.

 

이번 법정 문서에서는 그의 놀라운 도박 패턴도 공개됐다. 지난 6월 그에 대한 법정 심리에서 법원은 지난 2012년 9월 한 달 동안 그는 한 번에 900만 달러의 칩(chip)을 구매했고 바카라 게임(baccarat game)에서 한 번에 10만6천 달러를 베팅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카지노는 그가 도박을 한 자금에 따라 수수료를 지불했고 엄청난 규모의 베팅 액수에 따라 그는 19만9천 달러의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

 

호주 언론들은 피터 호앙에 대한 법정 문서를 보도하면서 크라운 카지노 측에 호앙에 대해 질문했지만 카지노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다만 “크라운 카지노는 주 및 연방 법 집행기관에 지원을 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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