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채지(五彩池) 여행에서

 

나이봉 / 시드니 한인작가회 회원

 

한국을 떠난 이후, 하얀 꽃잎이 쏟아지는 듯 내리는 눈꽃을 맞으며 걸었다. 중국 사천성에 위치한 황룡의 비경이다. 나는 한 동안 이국의 겨울 풍경에 푹 젖어 들었다. 어렸을 때 병원 놀이 하며 주사를 놓았던 고드름도 초소 처마 끝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자연에 순응하듯 나뭇가지와 잎들이 눈 무게에 힘을 잃고 늘어져 바람이 잠시 쉬고 있는 듯 주변은 평온하고 따뜻했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 간 듯 나는 나무 위에 살포시 앉아 있는 눈을 한 주먹 입 속으로 넣으니 솜사탕처럼 스르르 녹는다.

 

산양이 길 위로 뛰어들어 일행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산양도 적적한 산속에서 사람 구경 나왔나 보다. 삼천육백 미터가 넘는 고도를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다섯 빛갈의 빛을 발산한다는 오채지를 구경하기 위해 주변을 걸어갔다. 고산증 예방약을 먹었지만 우리 일행은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뻐근하고 속이 메슥거려 주변의 아름다움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심정으로 힘들게 걷고 있다. 더 높은 곳에서 고산증으로 구토 할 때는 빨리 산을 내려와야 한다.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전날 밤 물을 많이 마신 탓인지 고산증 증세가 전혀 없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는 게 함께 간 일행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오채지로 가는 숲길을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아름다운 절경을 만끽했다. 고개를 쳐드니 하얀 눈꽃 내리는 곳에 서있는 내가 어느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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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채지에 다다랐을 때 펼쳐지는 전경은 층층 계단식이었다. 둥글둥글 하게 만들어 놓은 스파 모양에 수정처럼 맑은 비취색 물이 담겨 있었다. 주변이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어 물 색깔은 더욱 뜨렷하고 선명하게 찰랑거리고 있었다. 물이 얼지 않고 비취색을 띄고 있는 것이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황홀했던 오채지를 뒤로 남겨 두고 내려오는 길에 쉼터가 있어 우리 일행이 잠시 쉬고 있는데 어디에서 나왔는지 한 쌍의 작은 새가 사람들 쉬는 곳을 기웃거린다. 먹을 것을 찾는 것 일까, 추운 겨울 동안 무얼 먹고 살았을까, 겨울을 버티고 살아남은 것이 대견해 보였다. 조그만 몸집인 새의 강인함이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펑펑 내리는 눈을 보니 어렸을 때 살던 시골 풍경이 떠올랐다. 하얀 눈이 내릴 때 마당에 곡식을 뿌리고 그 위에 네모난 판자를 막대기로 받쳐, 막대기에 끈을 묶어 기다랗게 이어 창문을 통해 방안에서 끈을 잡고 참새 오기를 기다린다. 참새가 먹을 것을 찾아 판자 아래로 들어오면 막대기를 낚아채 참새를 잡는 방법이다. 그 시절 참새 구이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할머니는 여자가 참새구이를 먹으면 그릇을 깬다며 야단을 쳤지만 오빠들 사이에 끼어 다리 한쪽 얻어먹는 맛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맛이다. 이런 맛 때문에 할머니는 손자 몫이 적어지는 것이 안타까웠을 게다.

 

추운 겨울에 눈이 펑펑 내려 쌓이면 온 땅이 마치 솜으로 덮인 듯 포근한 느낌을 준다. 오랜만에 오채지에서 만났던 설경은 한 겨울 점심시간이면 할머니가 도시락을 가슴에 품고 학교에 가져오시던 그 따뜻한 밥처럼 내 가슴을 그리움과 함께 덮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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