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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교 교사의 편지 - '호주한국학교' 특별기고>

 

새해를 향한 ‘한글 걸음마’ 아이들과의 작별

 

한국문화체험행사, 독서마라톤대회, 한국어 실력 경시대회 등…. 징검다리를 건너듯 한 텀 한 텀 지내다 보니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에 서 있구나.

올해는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나비 반에 들어갔었는데 수업 시간에 반짝반짝 빛나는 너희 눈동자를 보고는 참 행복했단다.

대부분 처음 시작은 자기 뜻이 아닌 부모님의 의지대로 호주한국학교에 첫발을 디디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낱말을 읽고 문장을 읽을 수 있는 자신을 대견해 하며 수업 시간을 기대하고 있는 너희들은 선생님의 기쁨이었어. 그런 너희들에게 어떻게 하면 즐겁고 재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을지 선생님은 한 주 한 주 즐거운 고민을 하곤 했단다.

 

2019년 텀 1 첫날, 아직은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울고 경직되어 있었던 ㅇㅇㅇ 학생을 선생님은 잊지 못할 거야. 책상 의자에 앉지도 않고 바닥에 앉아 시위하듯 있었었지. 한 주 두 주 시간이 흐르고 그러던 아이가 “한국학교 오는 게 제일 좋다고 하더라.”고 어머니께서 얘기해 주셨을 때 선생님은 큰 보람을 느꼈단다. 그래서 넌 나중에 독서마라톤 대회 독서일지에 120권 넘게 읽어 오고 말하기 경시대회를 누구보다도 열심히 준비해 와 1학기 말 시상식을 할 때 선생님이 참 난감했었어. ㅇㅇㅇ가 여러 개의 상을 독차지하게 되었으니 말이야. 뭐든 즐겁고 재미있게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선생님은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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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한국학교 수업을 하면서 슬픈 일도 있단다. 그렇게 한글을 터득하는 기쁨을 느끼며 즐겁게 공부하는 너희를 오래오래 가르칠 수 없다는 거란다. 나비 반에서 즐겁게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모음과 자음의 이름과 소릿값을 알게 되고 받침 없는 낱말들과 간단한 문장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지. 그러면 토끼 반으로 옮겨 가야 하니 선생님한테는 참 기쁘면서도 슬픈 일이란다. 그래도 쉬는 시간마다 환히 웃으며 “선생님~~” 하고 인사하러 오는 너희들. 이 글을 쓰면서도 선생님은 너희들을 생각하며 미소 짓고 있네.

물론 모든 친구가 다 즐겁게 오지는 않을 거야. 토요일 아침 늦잠도 자고 싶고 생일 파티나 여러 가지 즐거운 액티비티도 있을 수 있고…. 그래도 애들아, 선생님은 너희들에게 말해 주고 싶단다.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너희들이 한글과 한국 문화를 배우다 보면 나중에 너희에게 힘이 될 거야. 한국계 호주인으로 제 몫을 하며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길 선생님은 기대해.

 

또한, 선생님은 너희 부모님들께도 참 감사하단다. 너희 그거 아니? 부모님들께서도 주말 늦잠을 포기하시고 너희들을 데리고 한국학교에 오신다는 사실을…. 나중에 너희가 커서도 한국어로 대화하길 원하셔서, 또는 한국인이라는 뿌리를 잃지 않기를 원하셔서, 또는 부모님께서 태어나시고 자란 한국을 너희들도 알기 원하셔서… 등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 지금은 잘 몰라도 나중에 너희가 부모님께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게 될 날이 올 거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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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그거 생각나니? 텀 2에 있었던 한국문화체험행사. 우리가 모두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서 한국어로 말해 보기도 하고 명소를 찾아다니며 공부하면 정말 더없이 좋겠지만 그러기 힘든 상황이잖아. 그래서 우리가 한국에 갔다고 가정하고 한복을 입고 캐리어를 끌고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방문하는 상황극을 했었지. 할머니 가발에 할아버지 안경을 쓰고 큰절하며 ‘할머니, 할아버지 절 받으세요.’ 하고 역할극을 했을 때 서로서로 하겠다고 해서 시간이 모자랐었지. 한국 전통놀이 ‘문지기’, 서로서로 손을 잡고 노래 부르며 했던 ‘우리 집에 왜 왔니?’, 어느 친구가 가장 팔 힘이 센지 겨루어 봤던 팔씨름… 그날 하루만큼은 정말 즐겁게 보냈던 것 같다.

아침에 좀 일찍 학교에 도착한 친구들은 선생님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을 보았을 거야. 가끔 친구들이 물어봤지. “선생님 뭐 하시는 거예요?” 선생님들은 너희보다 일찍 오고 또 너희보다 늦게 집에 간단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즐겁게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연구를 하고 의논하는 거야. 교장 선생님께서는 항상 너희를 잘 돌보고 또 재미있고 흥미있는 수업을 하라고 말씀하셔. 부모님들의 수고와 관심, 그리고 너희들의 반짝반짝한 눈으로 오늘은 무얼 할까 하는 호기심 어린 얼굴에 선생님도 항상 최선으로 수업하려고 노력한단다.

아직 우리 나비반 친구들은 한글을 읽고 쓰는 해득단계에 있지만 언젠가는 한글뿐만이 아닌 한국 문화와 또 한국을 알아가고 사랑하는 친구들로 자랄 거라고 믿어. 2019년 한 해 동안 선생님을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마워.

 

서 송희 / 호주한국학교 교사

호주한국학교 (76 Fishburn Cres, Castle 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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