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악(次惡)’ 선택은 불행

 

한국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 경선이 끝난 여당의 경우 이재명 후보가 활동을 시작했고, 제1야당의 후보는 5일 결정된다. 그동안의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 중 한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출사표를 던졌으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출마를 검토 중이다.

이번 대선은 그동안의 선거와 사뭇 다르다.

우선 여당 후보와 제1야당의 유력 후보 모두 ‘여의도 정치 신인’이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 여당 후보는 시장 두 차례, 도지사 한 차례 지냈으며, 지난 대선 때 당내 경선 경험이 전부다. 야당 유력 후보는 검찰총장 출신으로 정치에 발을 들인지 반년도 채 되지 않는다.

이재명, 윤석열, 홍준표 등 3명의 후보 모두 여론조사에서 ‘비호감’이 월등히 앞선다는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세 사람은 대부분의 조사에서 ‘비호감’이 ‘호감’의 두 배 정도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3명 중 2명이 비호감이라고 답했다는 의미다.

30~35% 정도가 여당과 제1야당 각각의 고정 지지층이라고 본다면 1/3 정도에 해당하는 중도층은 어느 후보든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4명 중 1명(25% 안팎)이 무응답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찍고 싶은 후보가 아직 없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껴서 확 바뀌기를 기대해 왔다. 지난 6월 제1야당 대표로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30대 정치인이 당선되면서 ‘여의도 정치’에 변화의 새바람이 불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런 바람이 내년 대선에서 계속 불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권은 정권 재창출이 당면 목표이고, 야권은 정권교체가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러나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쥐고 있는 중도층은 이젠 한국 정치가 달라지기를 기대하고, 그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를 바꿀 후보가 누군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

공교롭게도 여당의 후보와 야당의 유력 후보 모두 새로운 인물이라 변화를 기대해볼 만한데, 중도층은 아직 호감을 못 느낀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이 호감도, 지지도 유보하고 있는 것은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 후보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언론 보도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여당 후보는 당내 경선 내내 욕설 파문 등 사생활 문제가 또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며, 최근에는 시장으로 있을 때 시작된 ‘대장동 개발’ 건으로 의혹을 받고 있다. 측근이 검찰에 의해 업무상 배임 혐의까지 받고 있으나, 그는 “가까운 사람이지만 측근은 아니다”라는 희한한 말로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화려한 언변은 지지자들로부터는 ‘역시 이재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중도층으로부터 신뢰를 얻기엔 충분치 못해 보인다.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의심’이 여전하다. 여기에 ‘음식점 총량제’나 ‘주 4일제’ 등 불쑥 꺼낸 정책마다 반발이 거세다.

야당의 신인 후보는 가족 문제가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장모는 지난 7월 법정 구속됐으며, 부인에 대한 구설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후보 자신은 ‘고발 사주’ 연루 등 검찰총장 재직 시 일에다, 연일 터지는 이런저런 말실수 등으로 스스로 점수를 잃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막말’로 인해 오랫동안 ‘비호감 정치인’으로 꼽혀 왔다. 최근 ‘신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 저하의 반사 이익을 얻고 있으나, ‘호감 수치’를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다. 둘 중 누가 후보가 되든 호감도 반등이 없으면, 30대 당 대표의 도움 등 다른 수단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십여 년 대선이나 서울시장 선거 등에 단골 출마자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기는 마찬가지. 이번에도 그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당선 가능성’이 아니라 ‘완주 가능성’이다. 매번 출사표에서 기존 정치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어떤 선거든 가장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게 정석이다. 절대적인 지지층에 더해 중도층으로부터 호감을 받아서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으면 당선된다. 그런데 지금 한국 대선 상황은 중도층이 선뜻 표를 줄 생각을 않고 있다. 사생활, 태도, 정치적 자질 등 어느 하나도 쉽게 믿음이 가질 않기 때문이다.

내년 3월 9일 선거일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자칫 덜 불안해 보이고, 덜 나빠 보이는 후보에게 표를 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선거는 당선자나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다. 이런 결과가 오지 않도록, 남은 기간 여야 후보 모두 스스로 비호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인구 / ggino78@naver.com

세계한인언론인협회 편집위원장

전 호주 <한국신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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