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냐? 잡새냐?

 

지난 3월과 6월에 각각 치러진 대통령과 지자체 선거를 통해 한국의 중앙과 지방 권력이 교체됐다. 단기간에 치러진 두 번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의 위치가 뒤바뀐 것이다. 건곤일척의 승부가 끝이 나고 여야 모두 불가피하게 내부 전열을 재정비할 때이다. 그럼에도 양쪽 다 질서 있는 변화가 아니라 파행과 갈등이라는 권력투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선과 지선에서 연승을 거둔 집권 소수 여당의 30대 대표는 윤리위 징계라는 일격을 맞아 당원권이 정지되고 대행 체제가 출범했다. 징계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정당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초유의 사태임에는 분명하다. 그 결과 적법하게 선출된 당 대표가 사고 상태가 되고 다른 이가 대행이 됨으로써 당권의 향배가 달라지고 있다. 이 변화가 차기 당권 지형을 결정할 것이고 총선과 다음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가 아니라,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권력투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180석에 육박하는 의회 절대 다수당인 야당의 상황은 더욱 가관이다. 대선 패배 후 비대위를 만들더니 다시 지선에서 패배하자 또 다른 비대위를 만들었다. 당을 개혁하라고 만든 비대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그저 상습기관처럼 된 것이다. 현재는 오직 새 대표를 뽑는 8월 전당대회에 모든 것을 갈아 넣을 태세이다. 비전, 정책, 개혁 경쟁이 아니라 전 비대위 대표의 출마 자격이나 패배한 대선 후보의 출사가 정당한가를 두고 분란이 가중되고 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한 상태에서 다수결로 결정하고 승복하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의 출마가 천부당만부당하다면 차라리 이를 허용해서 표결을 통해 척결함이 마땅하다. 설사 동의할 수 없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와도 승복하는 것 또한 민주주의이다. 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 역시 지루한 샅바싸움 성격을 가진 권력투쟁이다.

 

정치인이 당권, 공천, 출마, 당선을 위해 투쟁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선거가 끝난 마당에 다음 총선까지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 대표 자리가 여의주나 다름없고 이를 잡기 위한 건곤일척 승부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그들의 처지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전 세계가 직면한 사상 유례가 없는 위기이다.

 

전염병, 전쟁, 기후이변, 공급망 마비, 인력난, 원자재 에너지대란, 광란의 인플레이션, 급격한 금리인상, 미중갈등 등 두세 가지만 겹쳐도 당장 재난이라고 할 만큼 심각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거의 모든 국가를 위협하고 있다. 역사상 이런 초복합적 글로벌 위기가 언제 있었나 싶다. 하루하루 민생을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롭게 만드는 불길한 소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전방위 경제대란이 닥치면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가장 먼저 총알받이로 무너지기 마련이다. 물가든 금리든 다 오르는데 급여만 오르지 않는다는 자조가 씁쓸한 사약이 되어 민생을 덮칠 날이 멀지 않았다. 반면 강자들에게는 초대박 기회가 오고 있다. 경제가 폭망할수록 현금 부자들은 쓰나미가 지나면 헐값이 될 진주조개를 마구 쓸어 담을 계획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이 와중에 정치인들이 본업이라고 권력투쟁에만 몰두한다면 분통이 터지지 않을 국민이 없을 것이다. 국민이 표를 던져 당선이라는 영광을 주고 혈세로 최상층 생활을 보장하는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과 정당 간부는 민생이 생존을 위협받는 엄중한 시국에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가가 군대를 양성하는 것은 전쟁 때 한번 써먹기 위함이고, 국민이 정치인을 키우는 것은 국난의 시기에 멸사봉공의 창의적 헌신을 원하기 때문이다. 사실 평상시만 이어진다면 정치인만큼 ‘꿀보직’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위기 상황에는 국민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포함한 모든 것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는 최고의 희생을 요구받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 생존의 위협 앞에 선 국민들은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누가 대통령이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세월이 흐르면 장강의 앞 물결이 뒤 물결에 밀리듯 새로운 인물로 교체될 자리이다. ‘꿩 잡는 게 매’라고 국리민복과 민생 문제를 효능감 있게 척척 해결하는 정치인이면 누구든 상관없다. 제대로 못하면 잘할 수 있는 인물로 바꾸면 그만이다. 국민에게 정치인은 자를 수 없는 수족이 아니라, 언제라도 필요하면 갈아입을 수 있는 의복 같은 존재라야 한다.

 

너무나 큰 위기라서 속수무책, ‘백약이 무효’라는 헛말을 하려거든 그냥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강권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의 스트레스만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그런 하나마나 한 또는 하지 않은 것만 못한 말이나 하라고 고관대작 감투를 씌워 출세를 시켜준 게 아니다. 물론 현 상황은 누가 봐도 길이 안보이고 실제로 없는 것도 맞다. 하지만 맨손으로 옹벽이라도 뚫어 국민이 살 길을 만들어낼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애초에 그 자리에 잘못 앉은 것이다. 매의 자리에 앉아 꿩 한 마리 잡지 못한다면 참새보다 못한 잡새일 뿐이다. 여야 정치인 모두가 초심을 되살려 목숨을 걸고 국민을 위해 꿩 사냥에 나서겠다는 결기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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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철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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