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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의 나이로 영국에서 호주로 건너와 NSW 서부 내륙 몰롱(Molonf) 인근 농장에서 극심한 학대에 시달렸던 베이리프(Bayliff)씨. 지금은 성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그는 관련 연구의 주요 사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잊혀진 호주인’... NSW 대학, 1900년대 중반 실태 조사 착수

 


근래 호주의 아동 학대가 심화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NSW 대학이 1900년대 중반의 아동 복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 영국에서 건너와 호주의 한 농장에 머무는 동안 심한 학대에 시달렸던 한 호주인의 사연이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금주 수요일(18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잊혀진 호주인’이라는 제목으로 이 주인공의 사연을 소개했다.

 

천성적으로 웃는 얼굴을 가진 베이리프(Bayliff)와 세 형제가 영국 맨체스터(Manchester)를 떠나 호주에 도착한 것은 1950년대 중반이었다. 베이리프의 부모는 아들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믿었다.

 

당시 8살이었던 베이리프와 그의 형제들은 좋은 교육과 건강한 식사 제공,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을 보장한다는 몰롱(Molong. NSW 서부 내륙의 작은 도시) 인근의 페어브릿지 농장(Fairbridge Farm)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애초의 약속과는 달리 4살에서 11살의 베이리프 4형제는 농장에서 장시간의 고된 노역에 시달렸으며 말채찍 등으로 맞기 일쑤였다.

 

열여섯 살이 되던 해 베이리프는 글을 깨우치는 것조차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시드니로 도망쳐 나왔다. 그는 “페어브릿지 농장은 아주 끔찍한 곳이었다”며 “우리는 농장을 벗어나 집으로 가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올해 68세가 된 그는 시드니 남서부 암바베일(Ambarvale)에 거주하고 있다. 당시의 끔찍한 기억을 지금도 안고 있는 그는 복지시설 거주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관련 연구 프로젝트의 한 상징이기도 하다.

 

NSW 대학의 복지 관련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세기 호주의 복지시설에서 자란 아동은 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NSW 대학이 주도한 관련 연구 프로젝트는 1930년부터 1989년까지 보호시설에 머물던 이들의 경험담을 담고 있다.

 

‘Long-term Outcomes of Forgotten Australians Study’라는 이름의 연구 프로젝트 최고 책임자이자 NSW 대학 사회복지학과의 엘리자베스 페르난데스(Elizabeth Fernandez) 교수는 “이 조사가 한참 전에 진행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각 개인이 보호시설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는 국가적, 국제적 관심사항으로, 특히 왕립위원회(royal commission)가 학대 부분에 대해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스 교수는 “우리는 많은 성적∙신체적∙정신적 학대, 혹독한 체벌, 극심한 박탈감, 의무교육 방치를 경험한 대상을 토대로 한 연구로부터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 연구 결과는 현재의 아동보호 시설을 재정비하는 데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주 수요일(18일) 미국과 영국, 호주의 다른 대학들도 NSW 대학에서의 발표를 통해 3년간의 이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Alliance for Forgotten Australians’의 캐롤라인 캐롤(Caroline Carrol) 의장은 “이번 프로젝트 결과가 보호시설에 남아 있는 성인들에게 보다 나은 지원을 제공하는데 활용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녀는 “보호시설에서의 성장이 일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부족했다”며 “사람들은 보호시설을 떠나게 되고 그것으로 끝이겠지만 그들은 5-60년 후에도 매일 당시의 영향을 떠안고 살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캐롤 회장은 “보호시설의 방침에 피해를 받던 많은 이들이 삶을 인정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노년기에 있는 그들의 삶을 돌보아야 한다”면서 “같은 잘못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유경 인턴기자 youkyong1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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