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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말부터 시드니에서 대한검도의 맥을 이어온 ‘한림원’의 최호영 원장(대한검도회 공인 7단)이 최근 시드니 북서부 손리(Thornleigh)에 자체 수련장을 개설, 검도인들이 보다 자유롭게 검도를 수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Australia Kendo Championship 대회에 출전한 NSW 대표팀과 함께 한 최호영 원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전용 검도 수련장 문 연 ‘한림원’ 최호영 원장

 

‘용기 있는 자의 검이 지혜 있는 자의 검을 이기지 못하고, 지혜 있는 자의 검이 덕인의 검을 당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바른 용기와 지혜를 갖추어야 진정한 덕인이 될 수 있다.’

반만년 검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 조상들은 검의 정신을 ‘살인’인 아니라 ‘활인’에 두어 왔다. 기능으로써의 검을 다루어 온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수양해온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덕이 지혜와 용기 있는 자의 검을 능히 누른다고 했다.

여기서의 살인검은 악한 생각, 불효, 질투, 거짓, 모함, 사치, 허영 등 마음속에 피어나는 나쁜 기운에서 나오는 모든 행동을 말하며 활인검은 악한 생각을 자르고 선한 정신, 아름다운 마음으로 정진 수양하는 것을 뜻한다.

오늘날 ‘대한 검도’가 예와 바른 마음을 닦는데 우선하는 것도 이런 조상들의 가르침이 이어져 온 때문이다.

호주 한인 커뮤니티에서 한국 정통 검도를 보급해온 대표적 검도인으로 꼽히는 이가 ‘한림원’ 최호영 원장(대한검도회 공인 7단. 칭호 ‘교사’)이다. 대한검도회의 검도인 칭호는 세 가지가 있는데 연사(6단 이상), 교사(7단 이상), 범사(8단 이상)가 그것이다. 오랜 수련을 이어온 이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낸 것이다.

 

26년여 만에 자체

전용 수련장 마련

 

최 원장의 호주 검도 역사는 올해로 26년을 넘긴다. 1991년 6월 애쉬필드(Ashfield)에서 ‘화랑도장’이라는 이름의 수련장을 개설하고 본격적으로 검도인구 확산을 시작한 이래, ‘한림각’(1992년)을 거쳐 ‘한림원’(1998년)으로 개명(대한검도회의 거목 이종림 선생이 추천)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검도인을 배출해 오는 그가 26년 만에 자체 수련장을 마련했다. 시드니 북서부 손리(Thornleigh)에 건물을 구입해 단장한 ‘한림원’은 이달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26년의 긴 시간, 시드니 전역 17개 지역 30여 장소를 옮겨 다니며 수련을 해온 터여서, 특히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저변 인구가 적은 편이어서, 이번 전용 수련장 개설은 남다른 감회가 있다.

최 원장은 실제로 “그 동안 ‘염원’해 왔던 자체 수련장”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지역상 멀리 있는 이들에게 한림원의 수련 기회를 제공하기가 불편할 수 있어 송구한 마음이지만 이곳저곳 수련장을 옮겨다니지 않아도 되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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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검도 수련자들은 호주에서 열리는 각 대회에서 참가, 자기 실력을 점검하면서 수련의 깊이를 더해오고 있다. 최 원장이 지도한 수련생 가운데 얼마 전 대한검도 공인 6단이 나오기도 했다. ‘NSW 검도대회’에서 입상한 한림원 수련생들(사진).

 

새로 개설한 한림원 공간은 약 150sqm이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수련을 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최 원장은 새 한림원을 단장하면서, 특히 남의 공간을 임대해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부분들에 대해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무엇보다 수련자의 무릎 보호를 위해 특별한 마루를 시공했고 에어컨, 탈의장 및 샤워시설을 갖추었다. 또한 호구장비를 갖추어 보다 손쉽게 검도를 수련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동안 주말 또는 저녁을 이용해야 했던 시간적 제한도 없어짐으로써 최 원장은 검도 수련의 여러 프로그램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반 등 연령에 따른 적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뿐 아니라 최 원장은 검도인들의 수련 시간 외에는 성인 및 청소년 대상의 교양강좌 및 문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자체 프로그램으로 초빙 전문가의 교양 및 문화 강좌는 물론 학부모를 위한 공간, 건강 관련 프로그램 등도 계획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궁극적으로는 ‘덕’을 지향하는 검도의 이념과도 상통하는 셈이다.

 

척박한 검도 환경에서

대한검도, 보급 노력

 

초등학교(당시 초등학교) 4학년 시절 검도를 시작, 꾸준히 수련을 이어온 최 원장의 검도 사랑은 호주 이주 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1990년 11월 시드니에 도착한 그가 맨 처음 찾은 것이 검도수련 장소였다. NSW 대학에서 몇몇 학생들이 검도를 수련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찾아갔다. 이후 이들의 수련을 지도하면서 호주에서 대한검도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스트라스필드, 마스필드, 이스트우드, 와가와가(WagaWaga), 파라마타, 던다스, 벨모어, 버큼힐, 카슬힐, 매콰리대학교, 웨스트핌블, 에핑, 리드컴 등에 30여 수련장을 열며 이제까지 배출한 검도인구는 1천여 명에 달한다. 현재 호주 전체적으로 검도를 꾸준히 하고 있는 검도인구가 1천 명도 안 되는 것으로 추산할 때 이 같은 수련생 배출은 그의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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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훈련 중의 최호영 원장. 그는 한림원 자체 수련원 개설을 계기로 ‘어린이 검도 시범단’을 구성, 검도인구 확산에 더욱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초기, 그의 주급은 모두 수련장 운영비와 광고비용으로 지출해야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그가 지도한 수련생 중 공인 6단이 배출돼, 힘겨운 시간에 다소의 위안이 되기도 했다.

최 원장은 “꾸준히 대회를 개최하고 또 한국의 대학, 실업팀 방문이 이어져 검도 보급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재호주대한검도회 소속으로 자체 대회는 1995년부터, 또 한국내 대학팀 초청도 정기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올해에도 성균관대학 검도팀이 시드니를 방문, 현지 한림원생들과 함께 수련을 갖는다.

이번 전용 수련장 개설로 그는 보다 공격적인 검도 보급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림원 어린이 검도 시범단’을 구성, 운영해 비한국계 청소년들에게 검도를 보급하고자 하는 계획은 그가 우선 추진사항으로 꼽은 부분이다.

최 원장은 ‘애천 애인 애학’이라는 한림원의 원훈에 소개하며 “도덕을 중시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배움 자체를 즐기는, 검도를 통해 우리네 삶에서 필요한 것을 수양하는 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드니 한림원 원장이자 지도사범인 그는 지난 1994년과 97년 ‘The World Championship’ 호주 상비군에 발탁되었으며, 97년 ‘Australian Kendo Championship’에서 ‘Fighting Spirit Award’을 수상했다. 또 98, 99년 연속 동 대회 NSW 팀 우승을 이끌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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