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이민의 르네상스가 오고 있다

 

2017년 4월 18일 부활절 연휴 직후, 당시 맬컴 턴불 호주 연방총리는 457 비자 폐지를 포함, 취업비자와 영주권 관련 이민법 개정을 전격 발표했다. 근 20여 년 동안 호주 취업이민의 젖줄 역할을 하던 457 비자가 사라진 것도 충격이지만, 단기기술직종 명단(STSSL)과 중장기기술직종 명단(MLTSSL)을 신설해 후자에 속한 직종만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아무리 기술과 영어 실력이 좋고 우량한 고용주가 있어도 회계사, IT전문가, 의료인, 기능공, 주방장 등 소수의 선택 받은 직종이 아니면 애초부터 이민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과거에도 호주 이민법은 기술인력이 부족한 직종과 분야에 대해 차등을 두곤 했다. 하지만 ‘부족직업군’(MODL)처럼 가산점과 심사 우선권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었지, 현행과 같이 직종에 따라 영주권 기회 자체를 봉쇄하지는 않았다. 점수제로 운용되는 독립기술이민과 달리 고용주지명이민의 경우 고용주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해 요리사, 미용사, 식당 매니저, 영업 및 마케팅 직원 등 일반직 종사자들도 영주권 신청이 가능했다. 이러한 기본 원칙이 붕괴된 지난 4년여 기간은 실로 호주 기술이민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호주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과 국경봉쇄 정책으로 빚어진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 이민법을 대폭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학생, 워킹홀리데이, 임시취업자, 이민자들의 호주 유입이 1년 넘게 중단되면서 요식, 관광, 농장, 건설 등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던 분야에 구인 한파가 몰아쳤기 때문이다. 심지어 호주 경제가 코로나 충격으로부터 회복되기 위해서는 노동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8월초 호주 연방의회 특위는 영주권 기준을 완화하고 문호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술이민 개혁 권고안을 발표했다.

특위의 권고안 중에 ‘영주권 가능/불가능 직군’의 구분을 폐지하고 하나의 통합된 기술이민직군을 신설하라는 제안이 먼저 눈에 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신설 기술이민직군에 구체적으로 어떤 직종이 포함될지는 알 수 없으나 과거보다 영주권 신청 문호가 넓어질 것은 확실시된다. 또한 단기기술직종(STSSL) 취업비자(TSS) 소지자들도 중장기기술직종처럼 영주권 신청이 가능할 수 있도록 법규를 개정하라는 제안도 획기적이다. 영주권과는 인연이 없다고 체념하고 단기기술직종 취업비자로 호주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나아가 특위는 나이 45세 미만과 영어 기준만 충족되면, 모든 취업비자 소지자들에게 영주권 기회를 제공할 것을 강력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미 호주에서 스폰서십을 받아 일하고 있는 외국 인력을 영주권을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도시에서 떨어진 지방으로 외국 기술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고용주지명이민 자격 기준을 대폭 완화할 것도 권고됐다. 나이 제한은 기존 45세에서 50세로 상향하고, 영어 요건은 IELTS 6.0을 5.0으로 낮추며, 최소 경력 기간은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라는 것이다. 사실 도시 지역과 거의 대등한 자격을 요구하는 현행 지방고용주이민 규정으로는 지방으로 기술 인력을 유치하기에는 역부족인 측면이 강했다. 이 제안이 시행되면 과거처럼 지방고용이민이 다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위의 제안과 별도로, 호주 농업부 주도로 농장, 수산업, 임업 등 1차 산업 분야의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해 ‘농업비자’를 신설한 것도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발표 내용에 따르면, 숙련자뿐 아니라 반숙련자와 비숙련자까지 농업비자를 통해 영주권 취득이 가능할 전망이다. 전문 기술자가 아닌 단순 노동자에게도 영주권 기회를 줘야할 만큼 호주 농수산 부문의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자유롭게 농업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처럼 호주와 농업비자 협약을 맺은 국가의 국민들에 한해 신청 자격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이 한국은 타이, 필리핀, 베트남 등과 함께 호주의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19 추이, 국경개방 시기와 폭, 호주 경제의 회복 속도, 실업률 추세, 내년 총선 결과 등 이민정책의 향방을 결정할 여러 변수들이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호주와 호주 경제가 직면한 특별한 도전과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기술이민 확대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는 것에는 민간과 정부 모두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랜 암흑기가 지나고 바야흐로 호주 이민의 르네상스 시대가 서서히 밝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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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철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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