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호주한국영화제에 초청작으로 선정돼 호주를 방문한 이주영 감독)

호주 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영화 싱글라이더가  제8회 호주한국영화제(Korean Film Festival in Australia)상영작으로 선정돼 이주영 감독이 시드니를 찾았다.

이주영 감독은 다수의 CF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디테일한 연출을 선보인 바 있지만 영화 싱글라이더는 그의 첫 장편영화다. 배급사와 제작사, 출연 배우가 쟁쟁한데 반해 영화계 이력이 전혀 없는 신인으로 개봉 전 부터 화제가 됐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와 퍼펙트스톰필름(대표 하정우)이 각각 배급과 제작을 맡았고, 시나리오는 이창동 감독의 지도를 받은 작품인 데다 무엇보다 배우 이병헌이 시나리오에 반해 먼저 출연 제의를 했다.

영화 싱글라이더로 이 감독은 인위적인 기교없이 담백한 연출만으로 주연 배우인 이병헌의 정교한 감정 연기를 담아냈다고 평가 받았다. 특히 호주의 광할함을 바라보는 카메라 워크로 관객의 몰입을 자연스레 유도했다.

안락한 주택 단지, 시드니 본다이 비치, 멜버른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 등을 비롯해 지난 10년간 호주 영화에서조차 허가가 나지 않아 촬영이 힘들었던 하버 브리지, 오페라 하우스의 내부까지 영화에 담아냈다.

영화속 일상이 호주에서 살고있는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다가온다.

 

홀로떠난 여행

 

 ‘싱글라이더’의 사전적 의미는 일인 탑승객 즉 홀로 떠난 여행객이다. 제목의 의미처럼 영화는 홀로 떠난 여행객 재훈(이병헌)이라는 한 남자의 눈높이와 시선을 통해 인물과 공간의 거리감을 섬세하게 구현해 낸다.

시종일관 흔들리는 재훈의 눈빛과 상반되는 호주의 잔잔하면서도 눈부신 자연 풍광이 대조를 이루는 점은 영화에서 놓치면 안될 관전포인트다. 호주 로케이션이 자아내는 이국적인 분위기, 호주의 따뜻한 풍광과는 어울리지 않는 검은 슈트를 입은 재훈의 모습은 여름을 즐기는 가족의 모습과 상반돼 이질감을 선명하게 전달한다.

이 감독은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중국식당을 꼽았다. 호주안에서 가장 동양적인 곳이라 우리에게 익숙하게 느껴질듯 하지만 오히려 더 차갑고 낯설게 표현됐다고 이 감독은 말했다. 

 

현실 그 쓸쓸함에 대하여

 

잘나가던 증권회사 지점장 강재훈은 부실채권을 판 대가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는다. 자신의 삶이 벼랑 끝에 다다랐을때 비로소 오랜 기간 잊고 있던 가족은 불현듯 떠올린다. 그는 손등에 아내와 아이가 살고 있는 집 주소 하나만을 달랑 적은 채 충동적으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아내와 아들이 살고 있는 집 앞에 가서도 차마 그들에게 다가서진 못한다. 이웃 남자 크리스와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도 곁에서 바라볼 뿐이다. 

재훈의 시선으로 보는 캐릭터들의 면면도 관객들에게 또 다른 공감 코드를 준다. 결혼 이후 잊고 있던 바이올린 연주를 다시 시작하는 수진(공효진), 호주 농장에서 2년간 일을 하며 고생스럽게 번 돈을 사기당한 워홀러(워킹 홀리데이 참가자) 유진아(안소희)는 각각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엄마, 청춘의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진아는 사기를 당해 가지고 있던 모든 돈을 잃었다. 재훈과 진아의 상황이 맞물리는 부분이다. 결국 진아는 재훈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매개체인 셈이다. 

영화는 호주의 현실을 디테일하게 다뤘다. 457비자, 영주권 신청, 워킹홀리데이 비자 등  지나치게  자세히 설명을 하고 있다. 워홀러인 진아는 귀국을 앞두고 2년간 모은 돈을 환전하러 나갔다가 같은 한국인 워홀러한테 참혹한 일을 당하게 된다.

이 감독은 “첫 장편 시나리오다 보니 나와 주변인의 이야기가 녹아 들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주변에 많은 기러기 아빠가 존재하고 워홀러인 진아는 실재 지인의 이야기다. 남여 성별만 바꿨을 뿐 영화의 이야기는 실재 사건을 충실히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영화속 현실이 아프게 다가오는건 감독의 섬세한 표현 때문일 것이다.  

영화속엔 반전이 있지만 자연스럽게 관객으로 부터 반전으로 인도한다.

이 감독은 “반전영화를 만들려는게 아니었다”고 설명하며 충분히 관객이 알 수 있도록 일부러 복선을 많이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에게 중요했던 것은 “조금 더 비극적인 이야기”였다. 후회하기엔 이미 늦어 버린 삶, 돌아볼수록 가슴 아픈 순간. 이 영화는 그 비극으로 관객을 데려다 놓고 지금 여기,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들의 ‘안부’를 묻다

‘싱글라이더’는 이병헌의 얼굴에서 시작해 이병헌의 뒷모습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는 대담하게도 초반 약 25분을 그의 단독신으로 채운다. 꽉 막힌 도로에서 피로한 얼굴로 운전을 하고, 회사에 도착해 부실채권을 산 고객들에게 고초를 겪다가, 집에 돌아와 식은 초밥을 꾸역꾸역 먹으며 ‘혼술’ 하는 남자.

이병헌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쓸쓸한 얼굴, 가장의 무게에 짓눌린 어깨, 일생에서 가장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남자의 탄식과 호흡을 섬세하게 그려 보인다. 그의 호연은 관객을 곧장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이 감독은 “우연히 시나리오를 접한 이병헌씨가 미국 촬영 중에 갑자기 찾아왔다. 그였기 때문에 영화화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떤면이 배우 이병헌을 사로잡았을까란 질문에 “가장이 된 이병헌씨가 재훈의 시선에 공감을 많이 한 것 같다. 호주 거리를 정처없이 거니는 재훈의 뒷모습은 우리 모두의 애환이 매달려 있고 그 속엔 배우 이병헌과 나 모두가 있다”고 답했다.

안정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혹사하는 삶이라면, 과연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싱글라이더'는 현실과 타협하며 애써 외면하고 있던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보게 된 한 가장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행복이란 어떤 모습인지, 나 혼자의 의미에 대해 사유하게끔 만든다. 

 

(사진: 지난 19일 서큘러 키에 위치한 덴디시네마에서 영화'싱글라이더' 상영 및 감독과의 대담의 시간이 있었다.)

 

 

 

 

©TOP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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