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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단속에서 적발된 매춘여성 숙소.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이들은 인신매매 조직에 속아 호주로 입국한 뒤 성 노예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 인신매매’ 및 피해 여성 지원 단체 활동가들 ‘우려’

 


호주의 성매매 업소에서 성적 착취를 당하는 외국인 피해 여성들에 대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들 피해여성이 경찰에 자신의 처지를 신고하는 경우 인신매매 조직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위험이 크다는 경고가 제기됐다고 금주 수요일(26일) 국영 ABC 방송이 보도했다.

 

연방 정부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에게 의료, 심리상담, 숙소 및 생활비 , 영어 클라스 등을 지원하는 ‘인신매매 피해여성 지원 프로그램’(Support for Trafficked People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생명의 위협 등 또 다른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을 경우 피해 여성들에게 호주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영주 비자를 부여하기도 한다.

ABC에 따르면, 그러나 반 인신매매 활동을 하는 호주 내 단체들은 이 같은 지원 프로그램이 피해 여성 및 가족들을 인신매매 조직의 무자비한 보복이라 또 다른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 인신매매 활동가들은 또한 “경찰에 협조하지 않는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은 공권력의 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성 노예 피해자들에게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사회단체 ‘Anti-Slavery Australia’의 대표 제니퍼 번(Jennifer Burn) 교수는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있는데, 이들에게는 보호받을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번 교수는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고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인신매매 피해 여성을 보호할) 명확한 법과 변경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인신매매 피해를 인정하고, 그런 이들에게 적절한 비자 발급으로 보호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더욱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비자 발급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인신매매 단체들에 따르면, 현재 호주로 입국하는 인신매매 피해 여성 대부분은 동남아시아 지역 출신들이다.

이들 여성들은 대개 호주로 입국해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인신매매조직에 속아 매춘업에 종사하는 케이스이며, 이와 달리 섹스 산업에 종사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자기 삶을 송두리째 통제 당한다는 데 동의한 이들은 아무도 없다.

 

성노예 폐지 단체들은 또한 “인신매매 조직들이 당사자들에게 워킹 홀리데이 비자 또는 학생비자를 발급해도록 해 주어 합법적으로 호주에 입국하는 것처럼 인신매매 방법을 바꾸고 있다”고 경고했다.

 

번 교수는 “이민은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면서 “우리(인신매매 피해자 지원 단체)는 ”적절한 비자를 갖고 있으면서 호주에서 착취를 당하는 수많은 사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잠 안 재우고 매춘 강요

 


매년 호주로 입국하는 수천 명의 유학생들처럼 릴리안(Lilian. 가명)씨 또한 영어 교육에 대한 열망으로 호주에 온 케이스이다.

 

그녀는 호주 도착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 날로 매춘업소에 넘겨진 그녀는 매일 셀 수 없을 만큼의 남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단 하루만이라도 쉬고 싶다는 요구마저 거부당했으며, ‘도망칠 경우 다리를 부러뜨리거나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스스로 움직이지 못했다”는 그녀는 “매춘업소 사람들이 매일 밴(van) 차량에 우리를 태워 매춘업소로 데려갔다가 일이 끝나면 숙소로 데려왔다”고 털어놓았다.

릴리안씨는 “보통 하루 일과는 낮 12시 시작되지만 준비를 위해 보다 일찍 매춘업소로 가야 했다”며 “손님이 많은 날은 아침 6시에 일이 끝나기도 했으며, 어떤 날은 불과 한 시간 정도 수면을 취한 뒤 다시 일터로 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호주로 오기 전 릴리안의 고향에 있던 인신매매 조직은 그녀에게 호주 학생비자를 발급해 주었다. 이로서 그녀는 매매조직에 빚을 지게 된 셈이었다.

 

릴리안씨는 “매춘 조직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녀는 매춘업소를 빠져나오지 못했고, 경찰이 그녀를 발견하기까지 그렇게 살아야 했다.

릴리안씨는 “경찰은 ‘만약 증거를 제공하면 도와줄 수 있다’는 말을 했다”면서 “만약 내가 증거를 제공하지 않거나 (인신매매 조직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녀는 “경찰은 ‘지금 상황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다른 도시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인신매매 조직,

지속적으로 살해 위협

 


매매조직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릴리안씨는 인신매매 지원 프로그램 제공을 거부하고 싶지 않았고, 경찰에 협조하기로 했다.

 

자신의 인신매매 과정을 경찰에 신고하고 모든 정보를 제공한 뒤에도 그녀는 또 다른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인신매매 조직이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으며 그녀의 부모가 여전히 그녀의 고향에 있기 때문이었다.

 

“인신매매 조직은 항상 내가 도망칠 경우 나를 찾아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일삼았다”고 고백한 그녀는 “내가 강제로 매춘 일을 했음에도 불법적인 일임을 신고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매매조직은 그녀에게 ‘매춘업소에서 도망치거나 일하기를 거부하면 팔 또는 다리를 부러뜨리거나 다른 나라로 팔아버리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릴리안씨는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적절한 비자를 제공했지만 그녀의 삶에 또 다른 위험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지원 프로그램은 그녀가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돈을 필요로 하거나 센터링크의 지원을 원하지 않았고 다만 작업을 갖고 싶었다”는 그녀는 “지난 3년간 새로운 직업을 찾고자 지원서를 보냈지만 아직도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피해자들, 정부 지원 받지만

‘보복’ 두려움 여전

 


호주 사회복지기관 중 하나인 적십자(Red Cross)는 연방 정부의 기금으로 ‘인신매매 피해여성 지원 프로그램’(Support for Trafficked People Program)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호주 연방경찰(Australian Federal Police. AFP)의 수사에 협조하기로 한 이들에게만 제공된다.

 

적십자의 이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인 마루스카 바타코비치(Maruska Batakovic)씨는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고자 경찰에 협조한 뒤 신변 안전이 우려되는 경우에도 이 프로그램이 제공된다”면서 “이 지원 프로그램을 일정 기간 이후 종료되지만 우리는 해당자가 다른 기관의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추천하거나 진로를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가톨릭교회이 반 인신매매 기구인 ‘Australian Catholic Religious Against Trafficking in Humans.’(ACRATH)의 크리스틴 캐롤란(Christine Carolan) 대표는 “피해자들이 두려움을 갖게 되는 데는 정당한 근거가 있다”고 말한다.

 

캐롤란 대표는 “인신매매 피해자인 태국 여성을 지원한 적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피해 여성들은 태국 내 인신매매 조직이 무자비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경찰에 협조하면서도 신변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덧붙였다.

 

그녀에 따르면 태국의 인신매매 조직들은 젊은 피해 여성들이 어디에 있으며 누가 호주로 보냈는지, 또 피해 여성의 가족이 어디에 거주하는지 훤하게 알고 있기에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재 인신매매 관련 규정을 감독하는 연방 법부무는 ‘만약 피해자가 검찰 조사과정에 대한 협조 없이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을 요청한다 하더라도 성 노예상태에서 저질러진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연방 법무부 대변인은 “형사재판의 틀에서 증인 지원 및 비자 제공 등의 조건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법 집행 과정에 협조해야 하는 피해 여성들에게 조금이라도 인센티브 제공이 가능하며, 그럼으로써 검찰이 인신매매 조직을 기소하는 데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 국무부(US State Department)의 인신매매 보고서는 호주의 인신매매 범죄 조직에 대한 기소 수치가 상당히 낮다는 점을 직접적인 통계 수치로 보여주면서 인신매매 범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조사와 기소, 엄격한 선고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호주 연방경찰의 인신매매 범죄 조사는 87건이었다. 이는 이전 해(2013년)의 46건에 비해 더 늘어난 수치이다. 하지만 범죄조직원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케이스는 없다.

 


“정부 대처 미흡” 지적도

 


미 국무부는 매년 전 세계 각국에서 인신매매되어 미국으로 입국하는 케이스가 60만 명에서 8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엔은 “인신매매 범죄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 모든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호주 반 인신매매 여성 연합’(Coalition Against Trafficking in Women in Australia)에서 활동하는 메건 타일러(Meagan Tyler)씨는 “호주 정부가 인신매매 문제에 대해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마치 이 문제에 대해 적극 대처하는 것처럼 요란을 떨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일로 여기는 것 같다”는 게 타일러씨의 지적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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