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021년 한 해도 보름 정도 남았다. 올해도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년간 2억7천여 만 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530여 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에선 지난 14일 현재 52만8천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중 4천387명이 사망했다. 호주는 이보다 절반 정도(232,738명 감염 / 2,113명 사망)이다.

개인의 일상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게 코로나 이전과 달라졌다. 격리와 자유로운 이동의 제한으로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폐쇄됐다. 종교 행사는 물론 결혼식과 장례식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닌 듯했다.

식당이나 상점 등은 몇 달 동안 문 닫기를 반복해 폐업하는 곳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극장 공연장 등 문화예술 시설도 문을 닫았으며, 각종 스포츠는 상당 기간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렀다. 2020 도쿄 올림픽도 1년을 연기했다가 올해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몇 달 앞으로 다가온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열리긴 하겠지만 만만치 않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겨내고 있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은 물론 공공장소의 위생은 코로나로 인해 훨씬 나아졌다. 정부와 민간의 방역에 대한 노력도 커졌으며,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눈앞의 코로나 변이는 물론 제2, 제3의 코로나가 언제 또다시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이 불가능해지자 온라인이 활성화됐다. 식당과 상점들은 매장 영업 대신 배달 서비스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관광과 여행업계도 살길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직장의 과도한 회식 문화와 고질적인 접대 영업 관행도 강제 퇴출 중이다.

사람(유권자)을 직접 상대해오던 정치(선거) 영역은 가장 많은 변화를 맞고 있다. 머지않아 어느 나라에서나 온라인 투표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 투표가 불가능해질 상황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표심 공략을 위한 현장 방문이 점차 줄어들고 온라인을 통한 선거홍보가 늘어날 것이다.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한국도 선거 문화가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방역지침으로 인해 대규모 인력 동원은 아예 생각도 않고 있다. 행사와 홍보 모두 기존의 보도 매체로 전달하기도 하지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어디서든 손에 쥔 휴대전화로 후보와 소속 정당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든 일을 겪으면 사람은 성장한다. 바뀌기도 한다. 가까운 이들과 만날 수 없어 혼자 사는 법을 터득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사람이 소중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어느 해나 연말이 되면, 대부분 각자의 한 해 삶을 되돌아본다.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 상황으로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이 올지 아무도 몰랐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시간이었고 2년째인 올해는 그 말에 대한 공감이 더욱 컸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하고 기대했으나 아직이다. 완전한 종식이 불가능하면 곁에 두고 조심하면서 일상을 살자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위드 코로나(with covid)’라는 말까지 생겼다.

여전히 회생이 쉽지 않아 보이는 자영업자나 코로나로 인해 아예 비즈니스를 접은 사람들에겐 상처가 되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나온 말이다. 2차 백신 접종으로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하루 수천 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한국에선 다시 통제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3차 접종이 시작됐다.

‘록다운(lock-down)’에서 해제된 지 두 달 남짓 지난 NSW주의 경우 한국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언제 상황이 나빠질지 알 수 없다. 12월이면 풀릴 것이라던 국경 개방에 대해서도 신중하다. 또다시 록다운 상황이 올 경우, 정부 지원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다. 물론 그게 뜻대로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

 

아직 코로나라는 긴 터널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않았지만, 2021년을 보내면서 모두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올 한해 겪은 삶의 무게와 고통은 각자 다르겠지만 최선을 다하셨기에 박수를 보낸다. 동시에 미움이나 서운함도 가는 시간에 흘려보내고 가슴속 응어리도 잘 풀어서 새로운 희망을 담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인구 / 세계한인언론인협회 편집위원장, 전 호주한국신문 편집인.

gginko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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