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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6일 발생한 블루마운틴 산불은 불과 2주 사이에 수백 채의 가옥을 전소시켰다. 지난해 산불의 재앙을 보여주는 한 주택.

 

가옥 196채 완전 전소, 130채 심각한 파손

 


블루마운틴 지역 화재가 대대적인 가옥 파손을 가져온 지 1년이 됐다. 그 동안 피해지역 주민들의 절반은 주거지를 새로 짓고 있지만 보험을 들지 않았던 피해 주민들 상당수는 블루마운틴을 떠났다.

 

지난해, NSW 주가 산불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정한 공식 산불 시즌(10월1일)이 시작된 지 얼마 뒤인 10월16일부터 29일 사이, 블루마운틴 일부 지역에서 발생된 산불은 2주 가량 진행되는 동안 196채의 가옥을 완전히 파손시켰으며, 심각한 손상을 입은 가옥도 130채에 달했다.

 

지난 일요일(12일), 호주 국영 ABC 방송은 블루마운틴 지역 산불 발생 1년을 기해 현재 복구상황과 함께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윈말리(Winmalee) 지역 일부 주민의 사연을 소개, 눈길을 끌었다.

 

블루마운틴 시티 카운슬(Blue Mountains City Council)은 지난해 이 지역 산불을 “블루마운틴 역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묘사하고 있다.

다행히 블루마운틴의 스프링우드(Springwood), 윈말리(Winmalee), 옐로우록(Yellow Rock), 마운트 빅토리아(Mount Victoria), 마운트 윌슨(Mount Wilson), 마운트 어바인(Mount Irvine) 지역을 강타한 엄청난 산불에도 불구,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당시 화재로 집을 잃은 주민 절반 이상은 새 주택건설 신청서를 제출했거나 건설 중이다.

피해자 중 일부는 다시금 그런 끔찍한 두려움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호주보험위원회(Insurance Council of Australia. ICA)에 따르면 당시 접수된 보험금 청구는 1812건에 달하며, 1억8천700만 달러가 지불됐다.

ICA는 “산불피해 보험에 가입된 이들의 88%는 평균 57만5천 달러의 보험에 들어 있었으며, 피해금액 평균 보험 가입자는 12%였다”고 밝혔다.

 

NSW 비상관리위원회(Emergency Management Committee)의 필 코퍼버그(Phil Koperberg) 의장은 산불로 영향을 받은 주민의 80%가량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퍼버그 의장은 “사람들은 다른 시공 기준으로 인해 재건축 비용이 보험으로 받은 금액보다 훨씬 많은 데 대해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ICA는 ABC 방송에서 “블루마운틴의 보험 계약자들은 전형적인 호주 가정의 보험가입액보다 크게 높지만 일부는 실수로 또는 (위험을) 알면서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루마운틴 산불은 이 지역 주민 개개인에게 큰 경제적, 정신적 손실과 함께 블루마운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재앙 직후 블루마운틴 관광산업 피해 규모는 1억 달러로 추산되며 직업 손실만도 500개 이상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 파손에 따른 재건축 경기는 6천200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법정 소송도 이미 진행 중으로, 300여 가정이 전력공급 회사인 ‘Endeavour Energy’를 대상으로 소송을 하고 있다. ‘Endeavour Energy’는 주 정부 소유의 전력기반 시설 회사로 일라와라(Illwarra) 및 웨스턴 시드니 지역의 전력공급 및 공급망 관리를 맡고 있다. 주민들이 이 전력공급 회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은 쓰러진 전봇대에서 불꽃이 일어 또 다른 화재로 이어졌다는 데 대한 것이다.

 

한편 ABC 방송은 지난해 산불에서 가장 큰 피해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윈말리(Winmalee) 주민 일부를 인터뷰, 그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 다이앤 소프(Dianne Thorpe), 윈말리 거주

블루마운틴 산불로 가옥이 전소된 62세의 다이앤 소프(Dianne Thorpe)씨는 지난 12개월 동안 노숙자, 또는 이따끔 ‘하우스 시트’(house-sit. 주인이 없는 동안 남의 집에 머물며 집을 봐 주는 일) 생활을 했다.

 

노숙자로 생활하면서 소프씨는 “몇몇 놀라운 사람들을 만났고 또 재미있는 동물들을 만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전혀 낯선 이들임에도 한결같이 친절했고 도와주려 애를 썼다는 그녀는 “그들에게 너무 큰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소프씨에게 있어 지난해 10월17일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윈말리, 부에나 비스타 로드(Buena Vista Road) 상에 있던 그녀의 집은 당시 이 지역을 덮친 산불로 다른 가옥 50채와 함께 전소됐다.

 

소프씨는 “산불이 너무도 빨리 진행돼 (집안으로 들어가) 아무 것도 건질 수 없었고, 심지어 가족 같은 강아지조차 구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입을 옷들, 가재도구들, 아이들 사진, 어머니와 시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모든 것들이 화재로 날아갔다”는 그녀는 “당시 딸아이인 메간(Megan)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그녀에게 물려줄 것들조차 하나도 남지 않았다”며 끔찍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칫솔조차도 없었다”는 그녀는 “내게 있어 그것은 너무도 큰 트라우마로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정신적 외상 때문에 지난겨울 아무리 추워도 불을 피울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제 소프씨는 몇 주 후 새로 마련한 주택에 입주할 예정이다. 새 집을 짓는 데 얼마간 자금이 들어가긴 했지만 대부분은 가입돼 있던 보험에서 커버됐다.

 

소프씨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빅토리아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말한 빅토리아 사람들은 지난 2009년 호주 산불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재앙을 겪은 이들이다. 그녀는 “우리는 이제 긴 어둠의 터널 끝에서 빛을 보고 있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어 “나는 블루마운틴과 이 지역의 삼림과 새들을 사랑하고 이웃을 좋아한다”면서 “산불을 감수해야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소프씨가 새로 마련한 주택 또한 삼림과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다. 그녀는 이번에 새로 집을 지으면서 화재에 강한 자재를 사용했다. 지역소방서비스(Rural Fire Service)의 규정에 따라 지하에 커다란 물탱크를 설치했고 또 창문마다 화마가 들어올 수 없도록 셔터 장치를 마련했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셔터를 내려 화마가 집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외벽의 유리도 화재에 강한, 두꺼운 유리를 사용했으며 지붕은 특수 제작한 자재를 썼다.

 

그녀는 블루마운틴 300여 주민이 ‘Endeavour Energy’ 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전봇대가 가옥 인근에 설치돼 있었고, 산불이 발생하자 그것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스파크를 일으켜 또 다른 화재로 번졌다는 것이다.

 

소프씨는 산불 이후 전봇대를 새로 설치했는데, 주민들은 “이 전원공급망을 지하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회사(Endeavour Energy)는 “그러면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 라일라(Leila)와 브레트 톰슨(Brett Thomson), 윈말리 거주

지난해 산불이 이 지역을 강타했을 당시 라일라 톰슨(Leila Thomson)씨는 직장에 있었고 산불을 피해 윈말리의 엠마 퍼레이드(Emma Parade)를 빠져 나왔을 때 그녀의 남편 브레트 톰슨(Brett Thomson)씨는 야간근무 중이었다.

 

라일라씨는 “그날은 시속 90km정도로 아주 강한 바람이 불었는데, 직접 산불을 경험해 보지 않았던 나는 이토록 엄청난 화재가 발생할 것이라고, 또 순식간에 인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뭔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순간, 이웃이 달려와 ‘산불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곧이어 수많은 나무가 불길 속에서 타들어가는 장면이 보였고, 이웃집의 가스통이 불길 속에서 폭발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라일라씨는 “이웃의 폴 홀리어(Paul Hollier)씨가 집집마다 돌면서 ‘집밖으로 나와 대피하라’는 말을 전하는 것을 보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블루마운틴 지역 산불피해 주민들처럼 톰슨씨 부부 역시 새 주택을 마련하기까지는 힘든 과정이었다. 라일라씨는 “재앙 이후 정신적으로, 재정적으로 도움을 준 가족과 친구들, 자선단체에 큰 고마움을 갖고 있다”면서 “산불 이후 담보대출금은 계속적으로 납부하면서도 우리 집은 갖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톰슨씨 부부는 보험금을 받아 새 집을 건축 중에 있다. 본래 올해 말 완공돼 입주할 예정이었으나 공사기간이 늘어나 내년 2월이 되어야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톰슨씨 부부는 이제 다시 아기를 가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본래 작년 산불이 발생하기 전에 아이를 갖고자 했었다”는 이들 부부는 라일라씨가 아이를 곧 출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폴 홀리어(Paul Hollier), 윈말리 거주

지난해 10월17일, 윈말리 지역을 덮친 산불이 발생했을 때, 이 지역에 오래 거주해 온 폴 홀리어(Paul Hollier)씨는 윈말리 엠마 퍼레이드(Emma Parade) 상의 지역 소방서로 달려갔다.

산불에 대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집은 지켜내지 못했다.

 

당시를 회상하면서 홀리어씨는 “불과 1km도 안 되는 거리의 삼림 지역에서 작은 불꽃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 산불은 너무도 빠르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홀리어씨는 “먼저 대피해야 한다고 판단한 우리는 거리를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집밖으로 나오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불과 수분도 되지 않아 가옥 하나에 불이 붙었으며 곧이어 산불은 다른 집으로 번져나갔다. 다행히도 인명 피해는 발생되지 않았다.

 

“이 지역 주택이 산불에 전소되기까지 불과 20분도 걸리지 않았다”는 홀리어씨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안타가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산불에) 잘 훈련되어 있었다”는 홀리어씨는 “(화재에 대비한) 펌프를 갖고 있었고 또 두 개의 작은 댐이 있었지만 그것을 사용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산불은 빠르게 우리 지역 가옥을 집어삼켰다”고 설명했다.

 

다른 피해자들이 가옥을 잃으면서 모든 가재도구들을 잃었지만 그의 집은 자잘한 물품들이 많았다. 홀리어씨는 슬래브 가옥 아래 만약을 대비해 작은 공간을 마련해 두었고, 집안의 자잘한 물품들을 거기에 놓아두었다. 또한 산불이 빠르게 번지자 그가 키우던 개도 그 공간으로 대피시켰다. 몇 시간이 지난 후 개는 살아 있었지만 연기를 너무 마신 상태였다.

 

홀리어씨는 주택을 새로 장만했지만 그가 보험으로 받은 금액은 기존 주택의 가치에 비해 훨씬 적었다. “산불 전 우리 집 가치는 65만 달러에서 68만 달러 정도 됐고 아마 70만 달러도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보험사에서 보상받은 금액은 그 절반이 조금 넘을 뿐”이라는 그는 “산불 지역의 화재보험에 대한 특별한 정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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